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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소멸

박민영 저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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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 조금의 낭만도 허락지 않는 일상 속 우리의 자화상 - 에디터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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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9062492 / 408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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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낭만이 사라진 사회에 사는
우리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인가

해외여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일상에서 낭만이 사라졌다는 증거

올해 설 연휴 기간의 해외여행객은 지난해보다 7.1퍼센트 증가했다고 한다. 연휴만 되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여행을 떠나기 바쁘다. 갑갑한 한국 땅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여행은 현대인이 추구하는 최고의 낭만이 되었다.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보면 여행 다녀온 사진들이 훈장처럼 걸려 있다. 가장 이상적인 노년의 모습도 은퇴 후 ‘부부가 손잡고 여행이나 다니며 사는 것’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우리의 일상이 그리 낭만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미지의 공간을 여행하며 낭만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약간의 낭만도 느끼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무엇이 우리에게서
낭만을 빼앗아갔나?

낭만은 기본적으로 ‘합일’의 감정이다. 다른 사람이나 미(美), 자연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는 것, 아름다운 예술품을 창조해내거나 그것을 보는 것, 산이나 바다에 가는 것은 낭만적이다. 그러나 현대인이 이러한 것들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대사회에서 낭만에 대한 접근은 주로 소비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를 테면 사랑하는 남녀의 데이트는 소비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애인에게 선물을 사주고, 함께 영화 보고, 술 마시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식으로, 상대방을 위해 돈을 얼마 썼는지가 내가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증명이 된다. 즉 낭만도 자본화되었다.
우리 손에 들려 있는 휴대전화도 낭만의 소멸에 일조했다. 언제 만나자는 약속과 약속 시간까지의 설레임은 사라지고 휴대전화로 인한 가벼운 약속만 남았다. 휴대전화로 매순간 소통하며 약속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하게 된 우리는 빌렘 플루서가 『디지털시대의 글쓰기』에서 말한 ‘기다림이라는 종교적인 카테고리’를 잃어버렸다(본문 25~27쪽). 편지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직접 손으로 정성스레 쓰던 편지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고, 더 이상 우편배달부를 기다리지도 반기지도 않게 되었다(본문 356쪽).
이처럼 디지털 기술은 우리에게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빼앗는다. 디지털이 보여주는 시각적 세계는 이미 실재보다 더 실재 같다. 이러한 과실재는 일상적인 환경이 되어버렸고, 인간의 감성과 인식에 광범위한 왜곡을 낳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아날로그적 감각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더욱 붕괴되고 있는데, 아날로그적 감성을 흉내 낸 ‘디지로그’는 그 ‘모순 속의 몸부림’일 것이다(81~82쪽).

낭만의 소멸은
인간성 파멸의 징후

사람들은 보통 과거에서 낭만을 찾는데, 그 이유는 아날로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릴 적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일, 좋아하는 소녀에게 설레는 마음으로 연애편지를 쓰던 일,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던 일 등은 디지털 문화가 보편화되기 이전의, 다분히 아날로그적인 세계의 경험들이다. 이러한 것들이 디지털 기술과 무한경쟁을 유발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등의 영향으로 한국 사회에서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낭만의 소멸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가 갈수록 멀어지게 만든다. ‘만인에 의한 만인의 소외’, ‘자신에 의한 자기소외’가 거의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골방에서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의 파리한 불빛에 의지해 외로움과 쓸쓸함을 견딜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낭만의 소멸’에 포커스를 두고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현대인에게 외로움과 쓸쓸함을 유발시키는 세계와 그 정치적 함의가 무엇인지를 ‘휴대전화, 디지털 기술, 문화 산업, 경제권력, 일상의 문화’ 등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 독자들이 이러한 사회현상이 발생하게 된 정치경제적 맥락을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우리 시대 이전의 삶도 그리 녹록지는 않았다. 그래도 예전에는 낭만적인 부분이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낭만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텔레비전·영화·소설에서나 발견될 정도로 희소해졌다. 그것은 억지로 만들어진 낭만, 조작된 낭만, 가짜 낭만이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낭만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낭만이 없으면 인생은 비참한 것이 되고 만다. 심지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그렇다. 낭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간다는 것은 위험한 사회적 징후다.(5~6쪽)

저자 소개

문화평론가이자 인문사회 작가. 서울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자랐다. 초등학생 시절 광주민중항쟁을 경험했고, 대학 시절 내내 문학운동을 했으며, 그것을 계기로 작가가 되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경향신문』・『고교독서평설』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써왔다.
저서로 『낭만의 소멸』, 『인문 내공』, 『책 읽는 책』, 『인문학, 세상을 읽다』(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이즘』(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즐거움의 가치사전』(2007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공자 속의 붓다, 붓다 속의 공자』(2006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등이 있다.

책 속에서

P.37 : 오늘날 쿨하고 시크한 태도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것은 결코 그것이 올바르거나 좋기 때문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경박한 인간관계가 주된 현상이 된 사회, 그로 인해 언제든지 입을 수 있는 심리적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논리인 것이다. 애초부터 지속적이고 뿌리 깊은 인간관계를 기대하지도 않는 것, 알던 사람과 갑자기 멀어지거나 소식이 끊겨도 ‘난 괜찮다’며 쿨하게 웃어넘기는 것이 당당하고 슬기로운 일이 되었다. 차가운 대인관계가 지혜가 된 것이다.
- 「휴대전화를 통한 연애 vs 휴대전화와의 연애」

P.93 : 사람들은 시위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집에 누워서 혹은 밥수저를 놀리면서 손가락 클릭으로 정보를 연결하고 리트윗한다. ‘트친’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과장된 만족감을 선사한다. 그것은 ‘간편하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착각을 낳는다. 소셜 네트워크의 시민들은 짱돌이나 화염병을 던지지 않는다. 스크럼을 짜거나 몽둥이를 들지도 않는다. 폭력 투쟁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몸의 연대 없이 손가락 클릭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권력의 입장에서 보면 가소롭기 그지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 「SNS는 혁명의 수단이 될 수 있는가 2 - 클릭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

P.165 : 오디션 프로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언론들은 너도나도 그 이유를 분석했다. 주된 견해는 이런 것이었다. ‘자격 제한 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기회의 평등을 제공했다, 실력만 있으면 약자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원자들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를 유도해 민주적인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 (…) 그러나 나는 오디션 프로들이 현실과 다른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한 현실을 재현하고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오디션 프로들은 기본적으로 끼와 재능이 있어도 거대한 대중문화 산업자본과 결합되지 않으면 그것을 발현할 수도, 그것으로 먹고살 수도 없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오디션 과정은 거대 자본에 소속될 기회를 얻기 위한 경쟁에 다름 아니다. 그 기회는 극소수만이 누릴 수 있다.
- 「오디션 프로그램의 불편한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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