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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의 피아니스트 -VivaVivo 20

시리즈 : VivaVivo 비바비보 [34]

나윤아 저 | 뜨인돌 | 201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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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8074304 / 207쪽 152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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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현실적인 캐릭터, 따뜻한 시선, 솔직한 문체로 풀어내는 청춘들의 이야기 『공사장의 피아니스트』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그러면서도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놓치지 않고 드러낸다. 모범생 혜영이와 고상한 척하는 부모님 사이의 갈등, 박하와 밤무대를 전전하는 누나의 이야기, 불운의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훈남 교사 유한민이 아이들을 통해 변해 가고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은 그저 순차적인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나와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와 생생하게 읽힌다. 또한 작가만의 따뜻한 시선과 솔직한 문체는 십대들의 감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위로한다. 소설 전체에, 어딘지 모르게 주눅이 들어 있고 눈에 빛을 잃은 십대들에게 용기를 주는 용납과 위로의 메시지가 흐르고 있다. “선택한 이상, 계속 자신을 의심할 필요는 없지. 내가 얼마나 약한지, 얼마나 겁이 많고 소심한지, 미친 건 아닌지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어. 이젠 직진이다. 열심히 해 보자.” 이리저리 치이기 마련인 고3들은 유한민의 넉살 좋은 말만으로도 기운이 나는 듯 맑게 웃었다. 그게 꼭 어떻게든 해 나가고야 말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져서 혜영이는 자신이 그 아이들 틈에 있다는 게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91쪽 수지는 갑자기 멈춰 서더니 뮤지컬의 한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혜영이가 쓴 가사였다. “천천히 조금씩 자라고 싶어. 꿈이 있다면 언젠가는 저 하늘에 닿을 테니까.” 혜영이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수지도, 자신도,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열아홉을 아름답게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194쪽 ‘꿈’이라는 진부한 단어의 재발견 『공사장의 피아니스트』의 가장 큰 힘은 가슴을 아릿하게 만드는 감동이다. 곱상한 얼굴을 하고서 공사장에서 일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박하의 삶은 혜영이 엄마의 말대로 악의 구렁텅이에서의 삶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박하는 꿈을 이야기하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거칠게 살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꿈에 가까이 다가가 있는 박하의 이야기를 통해, 꿈이라는 것이 남들만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생 자체를 예찬하게 만들고 살아갈 이유를 주는 단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꿈은 다른 사람이 가는 길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는 대신, 좁더라도 조금은 늦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만들며 살게 하는 것이다. 박하를 통해, 혜영이를 통해 독자는 ‘꿈’이라는 진부한 단어의 진짜 의미를 다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주제의식을 담아내는 테마 세계 문학 《비바비보》 시리즈 비바비보는 뜨인돌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브랜드로, ‘깨어 있는 삶’이라는 뜻의 에스페란토 어다. 탄탄한 이야기에 사회적 주제의식을 담아냄으로써, 청소년들이 ‘더불어 사는 삶’에 촉수를 대고 늘 깨어 살아가기를 바라는 뜻에서 기획되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에게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저자 소개

초등학교 3학년 때,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을 다룬 신문 기사를 보고 작가의 꿈을 키웠다. 밑바닥 인생에서 시작해 글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은 한 사람의 이야기에 어린 마음이 뜨거워졌다. 그때부터 시작된 작가의 꿈은 이제 10년이 넘었고, 한 권의 성장 소설로 열매를 맺었다. 『공사장의 피아니스트』는 나윤아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십대들의 이야기를 한 편의 드라마를 보여 주듯 현실감 있고 흥미롭게 풀어 나간다.  
남다른 상상력으로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 내는 걸 좋아하고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많다. 특히 청소년들에 관해 호기심이 많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마음에 한가득 쌓여 있다. 지금은 작가와 상담 교사의 꿈을 함께 키워 나가고 있다. 
2010년 제3회 생명문예 공모전 단편소설 부문에 「박하사탕을 삼키다」로 수상했고, 같은 해 청소년디지털작가 공모전에서 「아가씨의 올리브」로 수상했다.
현재 대학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책 속에서

박하가 서 있던 곳의 모래 먼지가 다시 떠올랐다.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는 그런 곳은 엄마가 혐오하는 악의 구렁텅이였다(엄마는 그런 장소들을 ‘악의 구렁텅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고수익과 안정성이 보장된 일을 해야 한다고 엄마는 누누이 말해 왔다. 그게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엄마가 닦아 놓은 길 위를 열심히 달려왔다. 하지만 난 아직 엄마가 말하는 ‘행복’을 찾지 못한 것 같다. 해가 갈수록 행복이란 놈의 행방은 묘연해지기만 했다. 그런데 박하는 우리 엄마가 그토록 경고하던 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었다. - 41~42쪽

 

혜영이는 ‘흑건’을 잘 모르지만, 수지의 연주는 악보를 스캔한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자기만의 색깔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그냥 ‘똑같은’ 정도가 아닌, ‘한 치의 오차도 없을 정도’로 악보에 충실한 연주는 사실 경이로운 것이었다. 콩쿠르에서는 그런 연주법이 더없는 환호와 찬사를 받았고, 수지는 늘 깔끔하게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런데 박하는 낯선 방법으로 건반을 두드리고 있었다. 원곡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묘하게 달랐다. 정확히 어디가 어떻게 다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흑건과 분명하게 다르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쇼팽의 흑건이 아니라 박하의 흑건이었다.
가슴속이 일렁거렸다. 박하를 비추는 조명만큼이나 또렷하고 밝게 넘실거리는 무언가가 혜영이의 속을 휘저었다 - 58쪽

 

그리고 오디션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최수지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걔 미친 거 아니야? 웬 배우 오디션?”
“요즘 우리 학교 애들 왜 이런다냐. 박하도 감당이 안 되는데 최수지까지?”
“냅둬라. 박하야 그렇다 치고, 최수지는 자기 무덤 파는 거야. 나중에 대학에 똑 떨어져 봐야 정신을 차리지.”
혜영이는 아이들을 힐끔 노려보았다.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소심한 성격에 차마 그러지 못했다. 사실 자기도 수지한테 질투도 하고 영 못마땅했으니까.
“근데 걔 노래 좀 되더라. 피아노만 붙들고 늘어지는 줄 알았더니.”
“잘하는 거, 좋아하는 게 뭐가 중요하냐. 대학 마크가 중요하지. 넌 한국에서 학교를 12년째 다니면서도 모르냐.”
이토록 무거운 대화를 하면서 여자애들은 까르르 웃었다. 저 애들이 저렇게 웃을 수 있는 건 딱히 좋아하는 일이 없기 때문일 거라고 혜영이는 생각했다. 자기가 간절히 바라는 그 일이 아닌 전혀 다른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 아쉬움, 괴로움이 저 애들에겐 없는 것이다. 혜영이는 그 애들이 조금은 부러웠다.
- 66쪽

 

언제부터인가 엄마가 누누이 강조했던 ‘악의 구렁텅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돈은 코딱지만큼 주면서 온갖 고생스러운 일은 다 시키는 ‘악의 구렁텅이.’ 행복한 미래는 찾아볼 수 없는 곳.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 꼭 의사, 간호사, 약사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엄마의 지극한 충고들.
“뭐, 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이 정도는 참아 줘야지.”
‘하고 싶은 거? 그게 뭔데? 피아노? 웃기지 마. 아무리 피아노를 잘 쳐도 이런 데서는 쥐꼬리만 한 기회도 못 만나. 좋은 대학 가서, 그래서….’
혜영이는 생각 끝에 짜증이 치솟아 시선을 돌렸다. 박하는 턱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혜영이에게 공책을 툭 밀었다.
“마흔이나 쉰 정도 되면 피아니스트, 될 수 있지 않겠냐?”
혜영이는 공책을 다시 박하 쪽으로 밀었다.
“아니, 그러다가는 평생 가도 힘들걸? 부모님이 빵빵하게 밀어 주는 실력 좋은 애들이 깔렸으니까.”
“상관없어. 난 그냥 피아노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박하가 빙긋이 웃었다.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곧고 강직한 눈이 불편했다. 난 한 걸음 내딛기도 불안한데, 얘는 너무나 쉽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말한다. 꼭 자신이 바보 멍청이가 된 것 같았다. - 72쪽

 

처음 나를 음악실에 데려가던 날, 누나는 자랑이라도 하듯이 피아노를 보여 주었다. 누나는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다. 거대하고 반질거리는, 마치 꼭 고래 같은 몸통에서 퍼져 나오는 매혹적이고 섬세한 멜로디는 심장의 어딘가에서 시작되는 한숨 혹은 미소 같았다. 연주가 끝나고 누나는 “어때?” 하고 물었지만 내 머릿속은 누나의 노래가 아닌 다른 것으로 가득했다. 피아노에 대한 내 열병이 시작된 건 바로 그때부터다.
내가 피아노에 관심을 보이자 누나는 자주 나를 음악실에 데려가서 피아노를 치게 해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나는 내게 있는 재능을 알아차렸다. 물론 나는 그게 재능인지 몰랐고, 지금도 딱히 재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난 그냥 그 검은 악기를 연주하는 게 좋았고, 내 손끝에서 터져 나오는 힘 있는 음정들이 좋았을 뿐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건, 누나는 내 재능을 키워 주고 싶어 했다. 자신이 느끼는 좌절감을 나에게까지 맛보도록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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