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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7253791 / 448쪽 188 x 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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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각심이 [2]
출판사 리뷰
“대군마마께서 원하시면 그리하십시오.”
“무어?”
“이제 소인이 곱지 않으시어 다른 여인을 안겠다고 말씀하시니 소인은 따를 밖에요.”
“하! 무어라?”
열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되물었다. 하나 다옥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무연한 눈으로 열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에 울화통이 치민 열이 기어이 불같은 성미 이기지 못하고 소리쳤다.
“오냐. 네 말하지 않아도 그리할 참이었다!”
그리 말하였는데도 다옥이 매달리지 않자 열이 오기 섞인 목소리로 말하였다.
“궐 안에서 가장 곱다는 여인 불러 질리도록 안을 것이야. 너는 구경도 못하게 하는 젖가슴 매일 들여다보고, 만지고, 맛볼 것이야.”
“…….”
“그깟 젖가슴, 세상 여인들 중에 너 하나만 가진 것도 아닌데 내 무에 아쉬운 게 있을까. 아니 그러하냐?”
“옳으신 말씀이옵니다.”
“그렇지? 오늘이 가기 전에 그리할 참이다. 내 아직 여인을 안은 경험이 없으니 참으로 기대가 크다.”
이리까지 말하였는데도 다옥은 열을 붙잡지 아니하였다. 그렇다고 이리 질러놓고 모양 빠지게 다시 매달릴 수도 없으니 열의 말이 더 모질어졌다.
“듣자 하니 사내는 처음 안은 여인을 평생 잊지 못한다 하지? 매일같이 바꿔가며 다른 여인을 안아도 처음 안은 여인은 평생 기억한다 하니, 아마 나도 그러할 것이야. 그렇지?”
“아마, 그러하실 것이옵니다.”
“첫 정이니 몇 날 며칠 안을 것이야. 해온루 문 걸어 잠가놓고서 아무도 들이지 않은 채 그 여인만 귀애할 것이야.”
“…….”
“어찌 말이 없느냐?”
“그리하오소서.”
“오냐! 내 꼭 그리하마!”
마지막 말로 다옥의 가슴에 쇠기둥을 박아 넣은 열이 홱 몸을 돌려 존덕정을 빠져나갔다. 서너 걸음 걷다가 잠시 멈칫하는 듯하더니 그대로 내처 걷는 열의 뒷모습이 매정하기만 하여 다옥은 차마 잡을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다옥이 잡을 줄만 알고 발을 내딛던 열은 슬며시 발을 멈추었다. 부러 절 잡으라고 그리까지 하였는데도 미련 맞게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다옥을 곁눈으로 확인하고는 그대로 존덕정을 빠져나왔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성질이 올라오니 당장이라도 돌아가 다옥을 잡고 버럭버럭 소리라도 지를 판이었다. 저뿐인 것을 번연이 알면서, 제가 저를 얼마나 아끼는지 번연히 알면서 다른 여인을 안는다는데도 그리하시라는 말이 나오는가 말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제 성질 못 이겨 스스로 한 말이면서도 잡지 않는 다옥이 미웠다. 제가 저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째 젖가슴 보지 못해 안달을 할까 말이다. 아까 말한 대로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여인들이 부지기수인데, 대군 체면 다 구겨지게 매달린 이유를 그리 모르는가 말이다.
“하여튼 매련한 것!”
다옥이 듣는 것도 아니련만 곁에 있기라도 한 양 눈까지 흘겨가며 중얼거린 열은 씩씩거리며 걸었다. 존덕정 아니 보이는 곳에 가 있으라 하였던 정 내관과 시위들이 어느새 따라붙은 줄도 모르고 앞만 보고 걷는 열의 걸음이 사납기만 하였다.
해온루로 돌아와 보료 위에 벌렁 누운 열은 한 팔을 들어 이마를 가렸다. 참말로 맹한 다옥이 제가 다른 여인을 안는다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 부터 시작하여 별의별 생각이 다 머릿속을 떠돌았다.
그러다 방금 전 피뜩 스치고 지나간 생각에 얼른 몸을 일으킨 열이 정 내관을 불렀다. 언제나처럼 방문 앞에 시립하여 있던 정 내관이 다가오자 열이 가까이 오라 손짓하였다.
“물건을 하나 구하여 주게.”
“어떤 물건을 이르심이옵니까?”
“그러니까, 그것 말일세. 그러니까 사내들이 즐겨보는 그것 말이야.”
답지 않게 뱅뱅 말을 돌리며 무어라 딱 집어 이야기하지 않는 열을 보며 정 내관이 고개를 갸웃하였다. 사내들이 즐겨보는 것, 무엇을 이르심인가 말이다. 그런 것이 어디 한둘이라야 제가 알아서 구해올 텐데 감을 잡을 수가 있나 말이다.
“소인이 아둔하여 정확히 알지 못하겠사오니 다시 일러주십시오, 대군마마.”
“아, 춘화첩 말일세!”
“예에?”
생각지도 못하였던 말에 정 내관이 자지러질 듯 놀랐다. 그래, 열이 이제 장성하여 여인이 궁금할 때가 되긴 하였다. 아니, 이른 사람들은 저 나이에 벌써 아비가 되는 자도 있으니 좀 늦은 편일 수도 있었다.
하나 다른 물건도 아니고 춘화첩을 구해오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