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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7581171 / 120쪽 133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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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술 한 잔 따라 놓고 읽으며 울고 싶은, 참 괜찮은 그리움의 시
시인의 이름을 얻었으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단 시집이 없는 시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시집이 안 팔리는 시대에도 꿋꿋하게 시집을 내는 출판사가 100여 개는 넘을 터이니 시집을 낸 시인은 수천 명은 될 것이고, 시집을 내지 않았거나 사정상 시집을 내지 못한 시인은 수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더구나 시인을 꿈꾸고 있으되 시집을 낼 만큼 자신이 있거나 시가 모자란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교사들의 문예 단체인 교육문예창작회의 초창기 일꾼이었고 전교조 해직 교사이며 복직 후 현재까지 단대부고에서 아이들에게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조성순 시인이 그의 첫 시집,
<목침>
을 출간했다. 작은숲출판사의 시선인 ‘사십편시선’의 다섯 번째 시집인 이 책은 그동안 그가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시 중에서 40여 편을 골라 묶은 것이다.
조성순과는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안도현 시인은 추천의 글에서 그의 시를 ‘술 한 잔 따라 놓고 읽으며 울고 싶은 시’라고 평하였다. “그리움을 생의 무기로 삼고 살아온 사람의 아픈 궤적”을 보여 준 시라고 언급한 안도현 시인은 “오십 중반을 훌쩍 통과한 시인의 첫 시집”이라는 존재감 앞에 무릎을 꿇고 싶어진다고 고백하고 있다. 한편 조성순과 교육문예창작회 활동을 함께하기도 했던 김춘복 작가(소설가)는 “언 심장에 불화살을 맞은 것” 같다며 “신이 숨겨둔 숙제를 하나씩 찾아내어 성찰과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요즘 보기 힘든 시라고 하였다. 또한 발문을 자처한 김영춘 시인은 발문의 제목을 아예 “참 괜찮은 그리움의 시”라고 붙였다. 그러면서 “조성순의 모든 시편에는 어김없이 그리움의 강이 흘러간다.”고 발문을 시작하고 있다.
시인에게 그리움은 무엇인가?
하나같이 그의 시를 ‘그리움’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그리움의 원천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 해답은 시집의 표제시인 ‘목침’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을 키워 낸 할아버지의 한 생애와 자신의 그리움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 이 시는 “세월 속에서 사람의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 윤이 나게 되고 드디어 주인의 체취까지 스며들고 만 나무 베개를 통해” 시인 자신이 키워 온 “그리움의 근원을 더듬어” 가는 시이다. “조부의 삶을 연대기 형식으로 적어나감으로써 시인이 안고 살아온 그리움의 상처를 슬그머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시 하나에 시인의 가슴에 맺힌 그리움의 실체와 그리움을 승화시키는 그 시작법이 드러나 있다.
1953년 막내아우가 행방불명되다.
1965년 시집간 딸년이 산후통으로 가다. 큰
아가 슬피 울며 대숲에 가서 피를 토하다.
1967년 정미년丁未年 시월, 대들보 무너지다.
가슴앓이 하던 큰아가 세상을 뜨다.
1972년 남과 북이 갈라선 뒤 처음으로 통일
에 대해 함께 성명하다. 행방불명된 아우가
북에 있다면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다.
1983년 계해년癸亥年 여름, 아내가 시난고난
앓다가 유명을 달리하다 초상 때 비가 많이
오다.
(중략)
2007년 정해년丁亥年 동짓달, 생일을 사흘 앞
두고 고락苦樂을 함께해 온 물건과 작별하다.
염할 때, 고무 밴드로 묶은 비닐에 주민등록
증과 사만 원 남기다.
- ‘목침’ 중에서
그리움은 할아버지를 지나 아버지에게로 이어진다. 아버지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짜장면’에 대입시킨 이 시에서 공감의 넓이와 깊이는 한층 강화된다. 그리움이 전염되어 마른 하늘에 갑자기 비가 내리고 짜장면 향이 코끝을 스미는 것 같다. 이 시를 읽고 나서는 짜장면을 먹지 않고 버티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짜장면 그릇을 다 비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짜장면 한 그릇 사주지 못하고 떠난 아버지의 가슴은 아마 짜장면 빛깔보다 더 진하지 않겠는가.
(전략)
―아부지, 짜장면 사줘요.
―보리타작 끝나고 사주마.
아버진 그 약속 지키지 못하고
훌쩍 떠나셨고
비 오는 날
짜장 향기 따라 아버지 오십니다.
가만가만 오셔서 내 온 몸을 어루만지고
글썽이는 햇발처럼
울먹울먹 가십니다.
그리움은 어떻게 승화되는가?
“조성순의 그리움의 강가를 따라서 걷다보니 어느새 그리움의 날은 저물고 조촐한 아침을 준비하는 사랑의 들녘에 서고 말았다.”고 한 김영춘의 발문처럼, 사십여 편의 시를 읽는 내내 농무 내린 강가를 헤맨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시는 그리움에서 그냥 멈춰 서지 않았다. “밤이 오면 추위에 떨며 눈물을 삼키는” 서어나무는 시인의 눈에 “설음을 끌어올려 봄을 만”들고, “고추바람을 맞아 꽃을 피”우는 존재로 거듭났다. 시인은 그 서어나무처럼 그리움의 끝에서 꽃을 피워낸 것이다. 그 꽃을 피워내기까지 오십 년도 더 걸렸다.
남들이 지름길을 찾아 시인의 문턱을 오르내리는 사이 시인은 그리움의 실체를 끝내 드러내지 않고 수십 년을 묵혀두었다. 그랬던 그가 첫 시집을 내고 진한 그리움을 드러낸 것도 어쩌면 그의 마음 속에 묵혀 두었던 그리움을 떨어내고 늦었지만 그 부토 위에서 봄을, 꽃을 피우려는 시인만의 해원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시 한 편 한 편이 그리움이 되어 뚝뚝 떨어지는 것은 시인이 그러했듯 해원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목침>
짜장면
비가 오면
짜장 향기 그립습니다.
짜장면 먹는 아이들은
모두 부잣집 아이들인 줄 알았던 시절
짜장면은
내게 오르지 못할 성벽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
중국집 주방 너머
짜장 면발 두드리는 소리 들리고
짜장 볶는 냄새 천지에 자욱할 때면
코를 벌름거리면서
중국집 주변을 수십 번 맴돌았습니다.
―아부지, 짜장면 사줘요.
―보리타작 끝나고 사주마.
아버진 그 약속 지키지 못하고
훌쩍 떠나셨고
비 오는 날
짜장 향기 따라 아버지 오십니다.
가만가만 오셔서 내 온 몸을 어루만지고
글썽이는 햇발처럼
울먹울먹 가십니다.
_본문 1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