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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46055353 / 320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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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우리말과 글로 사유한 사상가이자 민족 주체 철학자, 다석 유영모
동서 정신문화의 창조적 융합을 추구한 그의 사상을 통해 문명의 자취를 쫓다
이 책은 지난 5년 동안 유영모의 철학과 사상에 대해 필자가 연구·성찰한 내용을 다듬은 것이다. 이미 발표된 글도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새로 보완하고 다듬는 과정을 거쳤고 전체의 틀과 순서를 바꾸면서 글을 수정했다. 특히 제8장 한글 철학 I: 한글과 십자가의 만남과 제9장 한글 철학 II: 우리말과 글에 담긴 철학은 필자가 새로 쓴 부분으로, 시간과 주체가 통합된 다석의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다석은 동서고금의 철학과 사상을 회통(會通)시킨 20세기의 한국 철학자로 동양의 종교 사상, 서양의 기독교 사상, 서구 근대 이성 철학에 두루 통하는 사상가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그의 제자 함석헌을 제외하고는 그만큼 동서고금의 사상에 회통한 사상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석의 사상에는 철학과 종교, 이성과 영성이 통합되어 있다. 정치와 경제의 바탕은 문화이고, 문화의 토대는 철학과 정신이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혼란은 철학과 정신이 바로 서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 필자는 사회의 기본이 서려면 사상과 철학이 바로 서야 한다고 말한다. 다석은 동서의 사상과 문화가 융합하는 한국 현대사에서 주체적이고 세계적인 철학과 사상을 형성하기 위해 평생 헌신했다. 그의 주체적이고 구도자적인 탐구와 실천을 담은 이 책은 참된 세계 철학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물질문명의 휘황찬란함은 저물어가는 물질문명의 저녁노을 같은 것인지 모른다. _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 _ 9쪽
유영모의 민중 이해는 민중을 피치자로서 돌봄과 배려의 대상으로 본 유교의 민중 이해와도 다르고 민중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았던 서양 계몽철학의 민중관과도 구별된다. 유영모에게 민중은 무지몽매한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받들어 섬길 주체이자 주인이며, 다스릴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다스리는 자치(自治)의 주체이고, 가르침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인생의 지혜와 경험을 배워야 할 어른이고 어버이다. 유영모에게 민은 정치 교육의 대상이나 혁명의 동원 대상이 아니라 끝까지 주체이고 주인으로 남는다.
유영모는 민을 씨이라고 함으로써 민중에게 가장 품위 있고 의미 있는 이름을 부여했다. 백성을 씨이라고 한 것은 백성 속에 하늘 생명, 영원한 신적 생명의 씨앗이 있음을 밝힌 것이다. 씨은 자연 생명, 인간 생명, 신적 생명을 함께 나타낸다. 민을 씨알이라고 함으로써 역사와 자연이 통합되고 인간과 신적 생명이 소통한다. 씨로서의 민은 유식하거나 도덕적으로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민은 진화하는 자연 생명의 씨눈이며 역사적 생명의 중심이고, 신적 생명의 씨앗이다. 영원한 생명의 씨앗인 민중은 자연 생명의 바닥이며 우주 생명의 중심과 꼭대기다. 씨은 모든 사회적 특권과 인위적인 치장, 의식과 관념에서 벗어난 인간 생명의 씨알맹이, 속알맹이를 나타낸다. _ 94~95쪽
참된 세계 철학은 몇몇 천재들의 머리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사회 속에서 싹트고 자라나는 것이다. 세계 철학은 뛰어난 사상가들의 머리와 가슴에서 다듬어지고 정리되겠지만 세계 철학을 만들어내는 것은 동서 정신문화를 합류시키고 통합하는 세계 역사와 문명 자체일 것이다. 동서 정신문화의 합류는 서세동점의 역사를 통해 동양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동서 문화를 아우르고 동서 사상을 종합하는 사상은 어디서 나올 수 있을까? 플라톤 철학을 계승하며 서양 이성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 비토리오 회슬레(Vittorio Hoesle)는 한국에서 열린 2008년 세계철학대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 문화만으로 봤을 땐 종교적 다양성이 흥미롭다. 유교·불교·샤머니즘이 공존할 뿐 아니라 기독교적 전통도 강하다. 일본과 다른 측면이다. 이런 한국적 토양에서 동양과 서양의 사상적 종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중앙일보≫, 2008.8.2)”. _ 27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