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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25132044 / 424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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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그저 앞집에 사는 곱상한 총각인 줄 알았는데…….
“너! 속옷 사이즈 뭐야!”
“예?”
“속옷 사이즈 뭐냐고!”
“85 스몰이요.”
“위는?”
“75AA……. 헉!”
“너, 여자였어?”
잠깐.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내가 왜 이래야 되는 거지?
“말해! 여자였냐고!”
“여자였던 게 아니라 여잔데요.”
“근데 왜 말 안 했어!”
“제가 남자라고 말한 적은 없었잖아요.”
“그럼 왜 내가 총각이라고 부를 때 가만있었어!”
“그래서 제가 총각이라고 부르지 말랬잖아요.”
“너……. 네가 왜…… 여자야?”
다른 건 몰라도 절대 불공평한 건 참지 못하는 ‘로망스’ 주인아저씨 차강현.
가슴 가득 로망을 꿈꾸는 ‘로망스’의 단골 총각(?) 강준휘.
정체불명 그와 외모불분명 그녀의
로망과 현실을 오가는 달콤쌉싸름한 로맨스!
“여기 혹시…… 로맨스도 파나요?”
“아쉽다.”
“뭐가요?”
“커피숍, 며칠만 더 닫았으면 했는데.”
“오늘 하루만으로도 충분히 좋았어요, 난.”
나는 아니야. 너랑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많은데.
준휘를 바라보던 강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빠 되게 근사한 것 같아요. 로설에 나오는 남주야. 딱.”
“원래 모든 딸의 로망이긴 하지. 아빠가.”
“그런 거 아니고요, 그냥 남자로 놓고 봐도 아빤 그래요.”
“네 로망 속 남주는 어떻지?”
“글쎄요. 설명하기 되게 어려운데.”
“그럼 고르기 쉽게 1번, 일편단심 민들레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고지순 달달형. 2번, 소유, 집착의 끝. 아무도 널 넘볼 수 없어. 넌 내 거니까 형. 3번, 저 잘난 맛에 살던 얼음왕자의 노골노골 사랑에 녹아가는 성장 변천 일기형. 4번, 스토리보단 고수위. 수위 높음형.”
“큭. 그게 뭐예요?”
“왜?”
“마지막에 그거, 스토리보단 고수위? 수위 높음형?”
“그거 은근 인기 있는데. 내가 알기론 너도 그거 꽤나 빌려간 걸로 알고.”
“모르고 빌린 거예요.”
“알고 보니 온통 ‘하아’에 ‘하읏’이라 올레를 외쳤지?”
“…….”
“반납할 때 네 표정이 어찌나 흐뭇해하던지. 아니, 므흣으로 표현해야 하나?”
“네, 로설 속 남주에 반해서 그랬어요. 어찌나 근사하던지. 적어도 소설 속 남주는 여주랑 만담을 나누진 않거든요.”
준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핸들을 강하게 꺾은 강현의 차가 끼익 하는 날카로운 마찰음을 일으키며 갓길에 멈춰 섰다.
“그건 소설 속 허상이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그걸 여전히 멋있다 여기다니 바보 같은 구석이 있군. 네 머릿속에 박혀 있는 그 말도 안 되는 놈팡이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현실에서 그런 남자를 꿈꾼다는 게 바보 같단 생각은 안 해봤나?”
갑작스레 변한 강현의 말투와 눈빛에 흠칫 놀란 준휘가 당황스럽단 눈으로 강현을 올려다봤다. 그러자 이내 표정을 푼 강현이 준휘의 볼을 장난스럽게 꼬집으며 입을 열었다.
“남주의 카리스마 폭발을 원했던 거 아냐?”
“네?”
“독자들은 남주의 카리스마를 원하지. 남주의 카리스마가 폭발할 때 독자들도 함께 열광해. 하지만 현실에서 맞부딪치면 어때? 방금 내가 말한 그 말투, 정말 재수 없지?”
놀랐던 가슴이 진정됐다. 네, 정말 재수 없네요. 살짝 눈을 흘기며 가슴을 쓸어내린 준휘가 강현을 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로설이 분명 작가들이 지어낸 이야기란 건 아는데요, 그걸 너무 현실과 뚝 떨어져서 생각하면 마음이 정말 허전하잖아요. 그냥 그 사람들은 내 옆에 항상 있는 사람들 같은데, 하늘에 슈웅 전투기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면 카리스마 뚝뚝 남주가 조종간을 잡고 있을 것 같고요, 거리에 부릉대고 바이크가 지나가는 걸 보면 잔뜩 반항기 어린 남주가 삐뚤어진 교복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내며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아요. 아까 병원에선 어땠는지 아세요? 메디컬 소설 속 여자주인공이 수술실 안에서 남자주인공의 어시스트를 서며 사람들 눈을 피해 서로의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이 상상됐단 말이에요.”
“음, 그러면서 조용히 자신의 로설 이상형을 부는 건가? 어렵군. 전투기 조종에 천재적 수술 실력을 지닌 외과 의사라. 바이크 정도는 내가 몰아줄 수 있는데.”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알아.”
강현이 팔을 뻗어 가만히 준휘를 당겨 안았다. ‘알아’라며 나직이 뱉는 강현의 목소리가 너무도 다정했다. 두근두근 심장 박동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는, 제가 지금 얼굴을 묻고 있는 그 품이 너무도 따뜻해 그대로 계속 그의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 준휘를 품에 안은 강현이 준휘의 정수리에 턱을 얹은 채 조용히 중얼댔다.
“지금부터 새로 쓸 너의 소설에 나는 그들보다 훨씬 더 근사한 남주가 되고 싶단 뜻이야.”
아웅! 아저씨도 로설을 너무 많이 읽었어요. 그 느끼한 말투는 물론이고 지금 이 자세, 로설에 얼마나 많이 등장한 꿈결 같은 자세인지 모르시진 않을 텐데. 그다음은 두 손으로 내 볼을 감싸 쥐고 가만히 턱을 들어……. 몰라염.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