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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에로스의 유혹

정수연 저 | 동아북스 | 201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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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7830930 / 424쪽 130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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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사랑만큼 최고의 힐링은 없다고 생각하며 로맨스 소설을 쓰기 시작.
‘닥터 에로스의 유혹’을 마치고 또 다른 외과 이야기 ‘닥터 비너스의 유혹’ 작업 돌입.


책 속에서

“펠로우 한승규라고 아나?”
“압니다.”
“네가 쓰러지던 날, 간학회 학술대회에서 외과전임의 상을 받았더군.”
“어머! 드디어 해 내셨네요.”
“그 상을 받았으니 센터장님의 팀에서 영입하려고 할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빼앗아야 해.”
휘문이 눈빛을 반짝이고 있어 효경은 풋, 하고 웃었다.
“왜 웃지?”
“빼앗는다는 말을 할 때 눈에서 레이저가 나왔어요.”
“원래 남의 걸 빼앗는 건 기쁜 일이거든.”
“사악하시네요.”
혼잣말을 하듯이 대꾸하자, 그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혀를 찼다. 그가 혀를 차는 소리에 깜짝 놀란 그녀는 교수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아 황급히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가지.”
응급실에서 봤던 노란 머리가 아닌 걸 이젠 알겠다. 응급실에서 장난기 섞인 대화를 나누었던 정체가 궁금했던 유휘문을 이젠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교수가 아닐 때의 유휘문이 좀 더 편하게 느껴져 아쉬웠다. 효경은 그가 걸음을 떼자 주인을 따르는 강아지처럼 따라 걸었다.
“잘 기억해야 할 거야.”
“네?”
“난 커피보다 홍차를 즐겨 마셔. 그런데 그것도 하루에 딱 한 잔만 마시지. 주로 오후에. 수술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아이스크림 한 통을 다 비우고 들어가. 속이 안 좋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없는 날에는 머리카락이 쭈뼛거릴 정도로 단 초코케이크를 먹어야 해. 그래야 집중력이 좋아져.”
“네…….”
“수술이 끝나면 뭘 한다고 했었지?”
“키스요.”
“그건 농담이었어.”
바보 같은 대답에 그는 정색하고는 자신의 집무실 앞에 섰다. 그리고 그녀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교수가 된 건 어제. 그래서 어수선해.”
교수의 집무실 치곤 지나치게 넓어 효경의 눈동자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적어도 20평은 될 것 같은데, 이렇게 넓은 방이 있었던가? 그보다 이렇게 넓은 곳을 혼자 쓴다고? 이 사람 정체가 뭐야?
“짐이 많으시네요. 저걸 다 정리하려면 일주일은 넘게 걸릴 거 같아요.”
누런 종이 상자가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어 효경은 한숨부터 쉬었다.
“내 생각도 그래.”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차효경의 첫 번째 임무가 저 거야.”
“네?”
효경은 주인의 말을 알아들려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강아지처럼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었다.
“저 짐, 모두 차효경이 정리한다고. 이해 못하나?”
휘문의 대답에 효경은 멍하게 있다가 헛기침을 시작했다.
“콜록콜록.”
“교수인 내 짐 좀 정리해 주면 안 되나?”
“콜록콜록.”
“아픈 척하지 말고.”
“콜록콜록.”
아픈 척을 하려는 게 아니라 기가 막혀 기침이 잦아들지 않았다. 그녀는 주먹으로 가슴에서 둔중한 소리가 크게 울릴 정도로 두드렸다. 터질 것처럼 빨갛게 익은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아까 휘준이 준 손수건을 꺼냈다.
얼굴에 돋은 땀을 손수건으로 꾹꾹 눌러 닦던 그녀의 앞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팀원의 신상을 정리한 인쇄물이 묵직하게 든 홀더파일이 놓였다.
“레지던트 3년차 박건호는 자신이 자진해서 우리 팀에 들어오기로 했고, 마취과 양효진 선생도 우리 팀의 수술장 스케줄에 맞추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외의 사람은 아직 접촉도 못 했어.”
효경은 홀더파일을 집어 살펴보다가 이번에 전임의 상을 받은 한승규와, 휘플 O.P(whipple operation, 췌장 두부암 수술로 췌장과 십이지장, 위, 담도 등을 함께 절제하는 고난도의 소화기내과 수술의 한 가지)의 1인자 이한우 교수와, 그 밖에도 센터장의 수술 팀에는 끼지 못했지만 한국대학병원에서 실력파 교수라는 사람들이 홀더파일 안에 정리되어 있었다.
원래 간이식 수술은 많은 인원이 필요하고 최고의 실력자들만 모아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팀을 꾸리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이렇게 잘 정리된 파일을 보고 나니 환상의 팀의 아성을 무너트릴 드림팀을 결성할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센터장님의 눈 밖에 날까 봐 안 하려고 할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잖아. 이렇게 넓은 방까지 배정받았는데 말이야.”
“승규 쌤 같은 경우는 센터장님 밑에서 일하는 게 소원이에요. 힘들지도 몰라요.”
“쌤? 아, 차효경은 한승규를 쌤이라고 부르는군.”
“레지던트 1년차 때 쌤은 3년차셨는데요, 많이 챙겨 주셨어요.”
효경이 해맑은 미소를 짓고 레지던트 1년차 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자, 휘문은 그게 못마땅해 꼬았던 다리를 쭉 뻗어 티테이블에 올렸다. 그때야 정신을 차린 그녀가 티테이블에 구둣발을 올린 휘문을 이상한 눈초리로 훑으며 눈썹을 찡그렸다. 뭐 하는 거지?
“다리 좀 주물러.”
“네?”
“하라고.”
눈을 부라리며 내린 명령에 효경은 군소리도 못 하고 일어나 그의 종아리를 주물렀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소파 등받이에 뒤통수를 대고 천장을 응시했다.
“꾹꾹 주물러. 손가락에 힘이 그렇게 없어서 어떻게 해? 기구들이 좀 무거워? 그거 쥐고 오랜 시간을 버티려면 손가락 힘도 키워야지.”
마치 널 위해 내가 훈련시키는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아 효경은 기가 막혔지만 교수들의 비위를 맞추는 건 생활화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가 시키는 대로 손가락에 힘을 모아서 종아리를 주물렀다.
해부학을 좋아했던 그녀에게 인체란 목석에 불과했었다. 발가벗은 남성 환자를 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수 있었던 건 해부학에 깊이 빠져든 영향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좀 상황이 달랐다. 누군가의 몸을 만진다는 건 검사의 한 방법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녀였기에 이렇게 신체 건강한 남성의 제법 탄탄한 종아리를 주무르고 있으려니 체온이 올라가는 것 같았다. 일시적이겠지만 심장도 쿵쾅거렸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압박감과 불안함이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이제 그만 하라는 말은 언제 하려는 거야?

목차

목차
프롤로그
1. RH-B
2. 유휘문은 교수님
3. 효경의 쌤, 한승규
4. 열등감과 조바심
5. 에로스 행동 개시
6. 진짜 겁쟁이
7. 폭풍
8. 아프다
9. 판도라
10. 동굴에 들어가다
11. 건들지 마
12. 생채기?
13. 악마의 눈물
14. 오직 한 번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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