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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쥐와 연애하는 소녀

김주희 저 | 민음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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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 환상과 현실의 기묘한 동거, 김주희 작가가 안내하는 매혹적인 판타지의 세계로 '어서 오세요!' - 에디터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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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86333 / 204쪽 135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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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서른셋의 여배우, 어느 날 밤 수상한 고양이의 인도로
이상한 세계를 헤매다 열두 살 소녀의 몸으로 깨어나다


“태아가 되는 순간부터 전생의 기억은 지워지죠. 하지만 운명의 상대를 생각하면 속삭임이 들려오는 거예요. 눈과 귀를 막고 있어도 느껴지는 빛처럼.”

“젊은 신인만이 그려 낼 수 있는 세계를 이만한 수준의 언어적 공간에 담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주목할 만한 문학적 사건이다.”(문학평론가 이남호)란 평가와 함께 『피터팬 죽이기』로 2004년 제28회 <오늘의 작가상> 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한 작가 김주희의 두 번째 장편소설 『수지―쥐와 연애하는 소녀』가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 『파란나비 효과 하루』 이후 4년 만의 신작이다. 우울과 고독의 마이너 감성을 지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비주류 청춘들의 삶을 유머러스하고도 진지하게 묘사해 온 김주희가 이번에는 독특한 환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수지』를 통해 한층 진일보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인어 공주’ 모티프를 차용하였으되 이기적인 인어 공주이며, ‘늑대 인간’ 모티프를 차용하였으되 늑대 인간 대신 쥐 인간이 등장하는, 김주희 특유의 이 기발하고도 엉뚱 발랄한 상상력은 시종 독자들의 시선을 쥐락펴락하며 작가 김주희만의 매혹적인 판타지의 세계로 거침없이 빠져들게 만든다.

■ ‘팀 버튼’식 잔혹 환상 동화 + ‘김주희’식 연애성장소설 \u003d 매혹적인 판타지의 세계 『수지』

김주희 장편소설 『수지』의 중심 플롯은 서른세 살의 무명 여배우인 ‘나’와, 그녀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단막 드라마 「달의 마지막 연인」을 쓴 스물일곱 살의 신인 작가 ‘달’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지』는 우리가 만나 온 여느 소설과는 확실히 다른 색체, 우리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낯선 세계를 작품 속으로 끌고 온다.
어느 날 밤 ‘나’는 말하는 고양이에게 이끌려 ‘달’의 마음속에 들어갔다가 일곱 살짜리 아이가 되고, 며칠 만에 열두 살 소녀 ‘수지’의 몸으로 다시 깨어나면서 이야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사랑의 시작과 끝에는 흰쥐의 죽음이 있다. 처음 ‘수상한 고양이’를 따라 달의 마음으로 들어간 ‘나’가 흰쥐를 희생양 삼아 달을 구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사랑이 시작되고, 나중에 도로에 뛰어든 ‘수지’를 달이 구해 주고 그가 흰쥐의 모습으로 변하여 죽음으로써 사랑은 끝이 난다. 또한 옥상 난간에서 자살 시도를 하던 달을 구해 준 대가로 열두 살 소녀 ‘수지’로 변해 버린 ‘나’의 운명은 달의 사랑을 얻어야만 다시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어 공주의 운명과도 닮아 있다. 하지만 수지는 아이가 된 자신의 처지만 생각하고 신경질적으로 굴며, 달의 사랑을 의심하고 그의 첫사랑 ‘하수지’를 질투하여 그에게 날 선 공격을 퍼붓는다. 수지는 인어 공주이되 이기적인 인어 공주인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지는 달과의 섹스를 통해 다시 성인인 ‘나’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지만, 달은 사랑하는 여자와 섹스를 하면 쥐로 변하는 쥐 인간의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다. 이토록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설정들이 이 소설을 매혹적인 판타지의 세계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작가와 배우란 직업을 가지고는 있으나 내면적으로는 은둔형 외톨이들인 남녀 주인공의 러브 스토리는 어느 순간 잔혹 동화가 된다. 사랑했던 존재의 실체가 회색 쥐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를 거부한 것처럼, 달의 자기희생과 헌신적 사랑이 열두 살 소녀 ‘수지’를 서른셋의 여배우 ‘나’로 돌려놓지도 못한다. 그러나 『수지』는 ‘팀 버튼’식의 잔혹 환상 동화에서 멈추지 않고, 이별 이후의 것까지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며 연애성장소설로 나아간다. 여기서 얻은 진정한 깨달음과 기억들을 통해 소설 속 인물들은 이제 또 하나의 세계를 향해 걸어가게 되는 것이다.
낯설고 새로운 상황들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시종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김주희 장편소설 『수지』는 이 계절, 독자들의 시선을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을 것이다.

저자 소개

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2004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저서로 《피터팬 죽이기》, 《파란나비 효과 하루》, 《수지》,  《한국고전문학읽기 27 운영전과 심생전》, 《불멸의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평론집)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사실 아이는 어린 천사였어. 남자에게 천국의 문을 열어 주려다가 신의 노여움을 샀지. 천사는 날개를 잃고 지상으로 추락했어. 세상살이의 힘겨움을 뼛속 깊이 느껴야 했지. 하지만 가장 견디기 어려운 건 자신이 누구인지 밝힐 수 없다는 거였어. 말하는 순간 소멸될 거라는 신의 저주를 받았거든.”
  “그럼 죽고 싶으면 자기 정체를 밝히면 되겠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아무튼 자기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천사와 무명 드라마 작가는 지금도 같이 살고 있어.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는 나도 몰라. 현재진행형이니까.”
  달의 노트에 적힌 반 페이지짜리 미완성 시놉시스에 내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만약 내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그는 두 번째 작품 「새로운 천사」를 구상하지 못했을 거다. 이 작품이 드라마로 방영될 때쯤 나와 달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네가 하도 안 와서, 인어 공주처럼 물방울이 돼 버린 줄 알았어.”
—16~17쪽

 

  “너는 고양이가 아니야.”
  내가 한 말임에도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성대 부근을 어루만지는 손끝이 떨렸다.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낯선 두 다리는 유년기 아이의 것처럼 가늘고 짧았다. 서른세 살의 여배우가 사라진 바로 그 순간, 아이로 변한 내가 세상에 재등장한 것이다. 나는 분홍색 티셔츠와 파란 반바지를 입고 공원에 서 있었다. 감각과 이성이 거의 동시에 마비된 듯 멍하니 말이다. 겨우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어 봤는데 지갑, 열쇠, 휴대전화가 없었다.   
  “너는 뭐야? 왜 내가 이렇게 변한 거지?”
  “경고를 어겼으니까. 하지만 이런 부작용이 나타날 줄은 몰랐어. 우리는 서로 대화를 하고 있지만 나는 인간처럼 ‘나’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하지만 이 순간부터는 주인의 인격을 대표해서 ‘나’라는 호칭을 쓰도록 하지. ‘나’는 인간의 마음을 관리하고 있어. 모양은 비록 고양이처럼 보이지만 현실 세계 고양이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야. 마음을 관리할 때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하지만 현실 세계로 빠져나오면 내 형상이 보이지.”
  “내 모습이 어디로 사라졌느냐고!”
  “지금 그 모습도 원흉은 원흉이야. 아무튼 나는 당장 가 봐야 해. 주인의 마음이 혼란스러워질지 알 수 없으니까. 우리는 곧 다시 만나게 될 거야.”
—60~61쪽

 

  “수지?”
  그러더니 여자의 이름을 말했다. 「달의 마지막 연인」 여주인공의 이름. 그런데 진짜 수지가 있었구나. 달은 여자의 질문에 수줍은 소년처럼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여자의 목소리가 드문드문 내 귓속으로 잡음처럼 들어왔다. 밖, 잠깐, 얼굴. 따위 말이 들린 걸 보면 여자는 잠깐 밖에서 얼굴이나 보자고 말한 것 같았다.
  “오늘 밤은 곤란해. 아, 우리 고양이는 내가 없으면 잠을 못 자.”
  나의 온 신경은 달의 목소리에 닿아 있었다.
  “우울증에 걸렸거든. 내가 옆에 있어 줘야 해.” 
  “방금 전화한 여자가 수지야?”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켜 고양이 발톱처럼 작지만 날카로운 목소리로 달의 하얀 뒷목을 긁었다. 달은 내 쪽은 보지도 않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달에게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 준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다른 수지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너무 부끄러워 숨어 버리고 싶었다. 
  “그럼 우울증 걸린 고양이가 나구나. 하긴 나는 이 방에 사는 애완동물 같아. 하지만 모르는 여자한테 나를 그런 식으로 소개하지 마. 지금이라도 그 여자를 만나러 가. 내 핑계 대지 말고.”
  “수지.”
  달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모른다.
  “난 수지가 아니야!”
  나를, 아니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불렀을 때 내가 소리를 질렀으니까. 바로 그때가 내가 인생에 대고 비명을 지를 타이밍이었는지도 모른다.
  “왜 저 여자의 이름으로 나를 불렀어? 이름이라도 불러 보고 싶었던 거야?”
  “그녀를 생각하고 부른 게 아니야. 연락도 갑자기 온 거고. 나도 모르게 그런 핑계를 댄 거야.”
  달은 시선을 떨군 채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는 달이라는 타인이 연민으로 거둬들인 유기 인간이다. 이지러진 생각이 내 마음에 만월처럼 부풀어 올랐다.
—97~98쪽

 

  “인어 공주는 물거품이 됐을 뿐, 사라지지 않았어. 인어 다리를 가진 인어 공주, 다리를 가진 인어 공주, 물거품으로 변한 인어 공주. 모두 인어 공주잖아. 모습이 바뀐 거지.”
  나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말아야지, 나를 동정하기 시작하면 살아갈 수 없다며 도시의 변두리에서 버텨 왔지만 실은 나 역시 위로가 필요한 불완전한 인간일 뿐이었다. 블루문이 뜨는 밤에는, 어느 나약한 인간이 자기 자신을 불쌍히 여기며 울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왜 이 남자 앞에서 내가 누구인지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이 기묘한 배역에 동화되어 매소드 연기를 하듯이 나는 진심으로 울기 시작했다.
  “울지 마.”
  한여름 밤, 사라지는 게 두려웠던 인간 둘이 교대로 서로를 위로하는 우스운 상황이 펼쳐졌다. 나도 이 남자도 신의 손장난에 의해 생긴 존재가 아닐까.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진 등장인물이라고 하더라도 함께 사라져 간다면 쓸쓸하지 않을 것 같았다.
—133~134쪽

 

  나는 빈방을 전전하는, 열두 살짜리 버려진 소녀인지도 모른다. 내가 과연 아이인지 어른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나는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이 혼란스러운 역할은 나라는 인간이 맡기에는 너무 벅차다는 것. 오늘 밤, 이 역할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공상 속에서 이미 칼로 배를 찌른 적이 있다. 두려움을 느끼는 건 아직 동맥을 끊지 못한 나다. 숨이 끊어지면 살아 있는 나는 사라진다. 싱크대 앞으로 가서 오른손으로 칼의 손잡이를 쥐었다. 그 순간 손이 떨린 건 최후의 연기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회색 쥐로 변한 당신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당신을 부정하며 암전된 머릿속에서 기억의 막이 올라가자, 바로 거기에 당신이 있다. 구석에서 네 발을 주저하듯이 움직이며 내게로 걸어오던 그날의 당신이.         
  이게 나예요.   
  회색 쥐로 변한 당신은 쓸쓸한 눈빛으로 말한다.
—177쪽

 

  아이들이 후 불어 쏘아 올린 투명한 비눗방울들이 한꺼번에 춤추듯 날아올랐다. 그 모습을 보고 있을 때, 투명한 물방울 하나가 부드럽게 내 입술에 부딪혀 왔다. 안녕, 허무하게 녹아 버린 물방울처럼 당신의 목소리는 반짝,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잠시 후 저 문을 열고 운명의 연인이 돌아올 것만 같은 예감. 가슴이 두근거린다. 사랑이 막 시작된 것처럼, 나는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180쪽

 

목차

1부
2부
3부

작가의 말
작품 해설
한여름 밤 잔혹 로맨스_ 강지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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