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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신록

지도연 저 | 가하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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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6474660 / 519쪽 152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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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지도연
출간작으로 '하렘의 이방인', 이화백설향', '자존심', '사랑을 몰랐기 때문이야', '내가 버림받았다 느낄 때 끄는', '메마른 장작에 불! 당겨봐?', '찬란한 청춘', '제비사냥꾼', '우연의 신록'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아버님이 이리하라 널 사주하셨느냐?”

“싫습니다. 제가 싫습니다. 남의 인생을 살았다니 끔찍합니다. 이제는 제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가고 싶은 곳도 가보고 보고 싶은 곳도 보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단 말입니다.”

“예녹연!”

신우의 서슬 퍼런 꾸짖음에도 녹연은 발작하듯 대들었다.

“제가 왜 예씨입니까? 저도 모르는 제 성을 오라버니는 어찌 알고 계십니까?”

짓무른 눈가며 떨리는 손이며 상처받은 모습을 감추려고 독설을 해도 신우는 녹연의 그 모습이 더 안쓰러워 마음 한구석이 당겨 왔다.

“녹연아, 네 마음 아픈 것 모두 안다. 이 품에 안겨 밤새 운다 해도 내 꼼짝 않고 널 놓지 않을 것이니, 녹연아…….”

안으려는 신우의 손을 피하며 녹연은 냉정하고 분명하게 말했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제는 애초부터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오라버니를 좋아하지만 오라버니를 오라버니라 좋아한 것인지 지아비로 좋아한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세월이 흘렀고 혼례일도 잡혔습니다. 어제는 제 처지가 너무나도 괴로워 죽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자고 나자 이상하게도 갑자기 홀가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라버니를 가족으로 사랑하였지, 남자로……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둔중한 것이 쿵 마음을 때렸다. 어찌나 야무지고 세찬지 순간적이나마 신우는 숨을 들이마셨다.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혹 본심이 얼마라도 담기지 않았을까 하는 사악한 의심이 올라왔다. 녹연을 향한 사랑이 때때로 소유욕으로 나타나 그녀의 날개를 꺾으려 하지 않았는가.

그 사랑이 무거울 수 있었겠지, 숨 막힐 수 있었겠지만. 입맞춤, 사랑하지 않으면 어찌 그리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네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네가 뭐라 하여도 우리는 부부가 될 것이다.”

“싫다 하지 않습니까, 이제 제발 놓아달라 하지 않습니까.”

야무진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신우의 살점을 도려냈다. 살이 낱낱이 뜯기고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 잔인한 도륙은 멈추지 않았다.

“놓아요, 놓아요, 날 그냥 두라고요!”

악에 받친 녹연의 목소리에 신우는 김빠지듯 그녀를 놓아주었다.

“떠날 것입니다.”

뚝!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녹연은 몸부림쳤다. 울부짖으며 벗어나려 했다.

신우는 놓지 않았다. 더 짓밟고 탐했다. 첫날밤의 달콤한 고백과 부부됨의 신성한 의식을 고대했건만, 결국 고이 남겨두고 간직하고 참고 있었던 소중한 의식들을 교미에 미쳐 발광하는 미친 수컷처럼 쏟아 부으려 했다.

“떠날 수 있으면 떠나봐! 오늘밤 내 씨를 네 몸에 심을 것이니 떠날 수 있으면 떠나보란 말이다!”

갈구하고 갈구하던 욕구가 응집되어 터져 나오려 했다.

“저를 범하셔도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무연의 곡조처럼 녹연의 목소리가 흘렀다.

목차

목차
서장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13장
14장
15장
16장
17장
남은 이야기
작가 후기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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