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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901391 / 408쪽 225 x 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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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나는 우리의 역사적인 첫 만남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 ‘질책하다’ ‘분개나 분노로 인해 위협적이고 둔탁한 소리를 내다’라는 표현이 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사실 솔로몬 씨의 상태는 그 이상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나중에 나는 사전을 좀 더 뒤적여 ‘노여움’ ‘공격자에 대한 격렬한 짜증’이라는 표현들을 찾아냈다. 고령으로 몸이 뻣뻣해지고, 허리와 무릎과 몸 여기저기가 불편했으므로 그는 나이라는 공격자를 등에 업고 내 택시에 오른 셈이었다. (11쪽)
“(…) 결국 모든 문제의 근원은 우리 자신에 대한 정보 과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날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를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환상을 품을 수 있었지요. 하지만 오늘날에는 미디어와 라디오, 특히 텔레비전 덕에 세상을 지나치게 환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대의 가장 큰 혁명이라면, 갑작스럽게 세상을 지나치게 환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우리 자신에 대해 알아온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최근 삼십 년 동안 알게 되었고, 그게 정신적 외상을 일으키는 겁니다.” (24쪽)
그의 작품은 아직 단 한 권도 책으로 출간되지 않았다. 목표가 필생의 역작을 쓰는 것이었으므로 생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일흔다섯 살이 넘었지만, 자신의 책이 완벽한 것이 되기를 바란 만큼 더 보고 느껴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가 갑자기 죽는다면 그의 걸작은 미완성으로 남을 것이고, 그가 죽기 전에 집필을 멈춘다면 그 작품에는 생의 끝이 결여되기 때문에 역시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기는 했다. (27쪽)
솔로몬 씨는 ‘프레타포르테’라는 표현에 크게 집착했다. 그 단어는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의미를 포괄하고 있었다. 때로는 사람들이 위안을 얻기 위해 새롭게 구하고 제안하는, 기성의 것이 아닌 모든 것을 우습게 여기는 것 같기도 했다. (28쪽)
“그렇소. 모두 유명한 사람들을 추억한다오. 이름 없는 사람들에게 관심 있는 사람은 없소. 하지만 그들 역시 이 세상에 태어나 사랑하고 희망하고 고통스러워했소. 태어나면서부터 고통이라는 기성복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종점에 이를 때까지 그 기성복을 겸허히 입고 있었다오.” (35쪽)
나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코웃음을 쳤지만, 사실 그러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세월의 트럭이 지나간 흔적을 여실히 볼 수 있었던 것이다. (90쪽)
기성복에 대해서 말하자면, 어느 날 바롱 가에서 정말이지 괴상망측한 일이 일어난 것을 보았다. 원래 그곳에는 진열장에 최고급 관의 사진들을 좋아둔 장례 용품점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 보니 업종 변경을 위해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장례 용품점 대신 무엇이 들어왔는지 아는가? 바로 기성복 상점이 생긴 것이다. 알 만한 얘기 아닌가. (126쪽)
나는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 내 말 좀 들어봐요, 난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어떤 여자를 사랑한답니다, 그 사실로 인해 나는 그녀를 더더욱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겠어요? (188쪽)
“광고. 늙은 여자들의 등에는 온갖 광고들이 업혀 있어. 나이를 먹었어도 최고로 아름다운 머리카락, 최고로 아름다운 피부, 최고의 신선함이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나로선 잘 모르겠어.” (234쪽)
“당신이 행복하다고 해서 삶이 당신을 벌주진 않아.”
“잘 모르겠어. 알다시피 삶은 눈을 갖고 있고, 행복한 사람은 눈에 띄기 마련이라서 말이야.” (23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