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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0104241 / 160쪽 210 x 2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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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의 설립을 주도했고, 건축연구소 '기오헌(寄傲軒)'을 이끌며 꾸준한 건축 활동을 해 온 민현식(閔賢植) 교수가 올해 퇴임을 맞아 실험적인 작품집을 내놓았다. 흔히 한 건축가의 이름을 건 작품집은 설계 프로젝트들의 대표 이미지와 도면을 연도순으로 배열하고 건축비평문을 수록하는 방식이 보통이다. 반면 이 책은, 1987년부터 최근까지 설계한 주요 건축물 사진이, 저자가 평소 건축적 사유의 토대로 삼아 온 책의 구절이나 단상과 함께, 어떤 정해진 순서 없이 자유롭게 뒤섞여 배치되어 있다. 특히 대부분의 사진들은 전경(全景)이 아닌, 길, 계단, 창문, 벽, 마당, 광장 등 건물의 일부분이나 주변 자연환경을 보여 주며, 그 안에 사람들이 머물거나 지나가는 모습, 낙엽이 떨어진 도로, 햇살과 나뭇가지 그림자가 드리운 측벽 등 건축의 현상학적 상황을 담고 있다. 이는 '비움'이라는 화두 아래 땅을 거스르지 않고 원래 있는 공간을 재발견하려는 그의 건축철학, 건물의 형태보다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과의 어울림에 초점을 맞춘 그의 건축을 효과적으로 보여 주기 위함이다.
\"책을 읽을 때 유난히 밑줄을 많이 긋고, 판면의 여백이나 행간에 메모를 하거나 뭔가를 그리면서 읽는다. (…) 이런 습관은 ‘책의 질서’를 ‘나의 사유구조’로 재편하거나 요약해 두는 방편이지만, 실은 읽는 짓과 손(몸)을 놀리는 짓을 동시에 하여, 책을 내 머릿속뿐만 아니라 내 몸에 새겨 두기 위함이다. 그렇게 끄적인 게 내 생각과 몸에 흔적으로 남아, 다시 그 책을 뒤적일 때 그 책에의 기억이 새삼스레 되살아나고…. 이 흔적들의 축적이 내 사유의 축적이며, 그리고 내 건축의 시작이다.\" -민현식
그의 사유구조로 재편되거나 요약된 책의 구절들은, 건축 사진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인문학과 건축이 그 표면적 범주는 다르지만 같은 생각이 다른 매체로 표현되었을 뿐임을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이는 인용된 글의 상당수가 건축가나 건축이론가의 것이 아닌 점에서도 알 수 있다. 데이비드 하비의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 가스통 바슐라르의 『꿈꿀 권리』, 장 주네의 『자코메티의 아틀리에』, 박경리의 『토지』,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비롯해, 루이스 칸, 렘 콜하스, 마이클 베네딕트의 글, 그리고『중용』과 같은 고전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다양한 분야와 언어의 문헌들을 넘나들며, 20세기를 풍미했던 표상중심주의 건축을 극복하고 '비움'이 '지어진' 건축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자신의 건축철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철저한 단절이라는 개념이 가지는 힘은 설득력이 강하고 광범위하게 적용되지만, 정황적으로는 그런 힘이 발생하지도 않았고 발생할 수도 없다는 증거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 어떤 사회의 질서도 기존 여건 속에 이미 잠복해 있지 않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
민현식은 강단과 현장을 오가며, 설계를 이론화 작업의 한 방편으로 여김과 동시에 자신의 작업 역시 이론적으로 규명하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논리만으로 다가가기 어려운 영역이 있으며, 또한 실제 작업이 서구 현대건축사의 문맥에 동승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이론은 그것과 대척점에 있는 한국전통건축의 철학과 방법에 뿌리를 두고 있는 모순을 고백한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갈등이 오히려 창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바로 이같은 인식 아래 기획된 것으로, 보편적 역사 속 건축가와 예술가들의 성취로부터 '비움'의 관점에서 주목한 것들을 채집(採集)하여, 그 메시지를 구현한 자신의 건축물과 함께 배치함으로써, '비움 짓기'가 하나의 '건축실천이론'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국립국악중고등학교(1988), 신도리코 건물들(1999-2012), 파주출판도시 인포룸(1999), 대전대학교 건물과 거리(2001-2006), 한국전통문화학교(2002), 파주출판도시 종합출판물유통센터 북센(2004), 동숭교회(2005), 임진각 평화누리(2005), 부산 온천동 주택(2007), 윤이상 기념공원(2010) 등 25년 동안의 주요 프로젝트들이 60컷의 사진으로 수록되어 있으며, 책 끝에 실린 글「마당-미학을 넘어 윤리학으로」에서 저자 자신의 건축이론을 집약해 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