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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8202288 / 344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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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아버지와 아들, 나무의 매력에 빠지다!
이 책은 1월 첫주부터 시작해 1년 52주 동안 한 주에 한 그루씩 그 나무가 가장 아름다울 때의 모습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특히 아버지가 아들이 함께 집과 학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를 골라 함께 관찰하고 그 결과를 정리하여 엮은 점이 눈길을 끈다. 아버지와 아들은 8년 전부터 나무를 함께 바라보며 둘만의 비밀스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아들인 허예섭 군이 초등학교 3학년이던 시절의 한 에피소드에서 출발한다. 2004년 봄 어느 주말,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은 아파트 현관 앞에 있는 나무의 이름을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아무 생각 없이 아내에게 그 곤란한 임무를 떠넘겼다. 며칠 뒤 아들이 또 묻자, 아버지는 인터넷에서 찾아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문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명색이 10년 넘게 과학기자로 지내면서 일반 대중에게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려 애썼는데, 정작 제 아들과 함께 나무 이름 하나 공부할 시간이 없다니……
과학교육에서 학교밖 교육이 학교 교육만큼 중요하지만, 학교밖 교육은 대부분 학원이나 동아리 활동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학교밖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부모에게 있지만 과학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않은 부모는 물론, 과학을 전공한 부모조차도 과학교육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겨진다. 생활 그 자체에서 과학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나무를 관찰하고 글을 써나가면서 아들은 글을 쓴다는 게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도 잘 안 되었는데, 아버지와 함께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의도한 이야기들을 훨씬 수월하게 표현하고, 글을 쓰는 형식과 문법, 맞춤법 등 많이 다듬어졌으며 사물을 좀 더 맛깔나게 표현하는 법을 많이 배웠다.
글을 쓰면서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나무에 접근하기로 했다. 아들은 나무의 학명, 분류, 분포, 생태, 꽃말, 유래, 용도, 전설처럼 직접 관찰하고 조사해서 쓸 수 있는 영역에서, 아버지는 나무에 대한 인문학적인 영역에서 각각 다가가려 했다. 공동저자로서 아버지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나무를 관찰하고 채집하는 데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글을 쓰는 데 관한 것. 어떤 나무를 쓸지 정하면 그 나무를 관찰하고 잎을 채집해야 하는데, 키가 큰 나무는 잎을 관찰하고 채집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가죽나무, 마로니에, 플라타너스, 메타세쿼이아처럼 키가 큰 나무는 바닥에 떨어진 잎을 찾을 수 없으면 채집하기 위해 나무에 올라가는 수고도 해야 했다.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나무들이 내 곁에 있었는데,
왜 그동안 제대로 눈길 한번 주지 않았을까?
이 책에는 자작나무부터 호랑가시나무까지, 계절에 따라 52그루의 나무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마가목은 나무에 관심을 갖게 해준 연결고리가 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보던 나무지만, 무슨 나무인지 전혀 관심을 갖지 않다가 아들의 질문으로 그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닥터 지바고가 흰 눈이 쌓인 산 속에 갇혀 있을 때 마가목의 빨간 열매를 보며 그의 연인 라라를 그리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볼 때마다 얼마나 아름다운 나무인지 매번 감탄했다.
마가목을 알게 되자 그 화단에 있는 회양목, 주목, 측백나무, 향나무, 산수유, 앵두나무, 목련, 치자나무, 백당나무, 중국단풍 등에 대해 차례차례 공부해나갔다.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와 딸이 다니던 유치원 주변에서 무궁화, 살구나무, 매화나무, 사철나무, 조팝나무, 명자나무를 미리 파악하기도 했다. 출근하는 길에 느티나무, 쥐똥나무, 이팝나무, 플라타너스, 등나무, 때죽나무를 눈여겨 봐두고, 산책하는 길에 마로니에, 자귀나무, 배롱나무, 팥배나무, 회화나무, 느릅나무, 보리수, 박태기나무, 버드나무를 목록에 올렸다. 가족이 함께 불곡산에 오르면서 개암나무, 생강나무, 싸리나무, 아까시나무, 층층나무, 노간주나무, 물푸레나무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했으니, 집을 기준으로 주변에 어떤 나무들이 분포하고 있는지 아예 ‘나무 지도’를 그리고 싶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게 집을 기준으로 행동 반경 안에 있는 나무들을 정리하면서 소나무, 잣나무, 참나무, 벚나무, 대나무, 단풍나무, 개나리, 진달래, 장미처럼 누가 봐도 쉽게 아는, 조금은 흔한 나무는 제외했다. 또 감나무, 배나무, 사과나무, 포도나무, 복사나무처럼 주로 과수원에서 자라는 과실 나무도 빼기로 했으며, 중국단풍, 백당나무, 가래나무, 낙상홍, 황매화처럼 약간 어렵게 느껴지는 나무도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아버지가 쓴 글에는 ‘나무’를 소재로 한 소설, 시 등이 무궁무진하게 등장해 나무를 소재로 한 작품이 이렇게 많았나 하며 놀라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나무는 어떤 존재일까?
‘토끼와 거북’,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피노키오’ 등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나무들이 무슨 나무였는지 아는 순간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겨난다. 그 많은 나무 가운데 토끼는 왜 하필 떡갈나무 밑에서 낮잠을 잤을까?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집 우물가에 왜 하필 버드나무가 있었을까? 제페토 할아버지는 왜 하필 소나무로 피노키오를 만들었을까? 도대체 그 나무들이 어땠길래…… 신화나 전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에덴동산에는 왜 하필 사과나무가 있었고, 아담과 이브는 왜 하필 무화과 이파리로 몸을 가렸을까? 그리스 신화에서 올림푸스 산의 신들은 제각기 자신을 대표하는 나무를 하나씩 골랐다. 제우스는 참나무를, 아폴로는 월계수를, 아테네는 올리브를, 비너스는 은매화(도금양)를 각각 골랐다. 왜 하필 그 나무를 선택했을까? 북유럽 신화에서 하늘을 떠받치는 나무는 왜 물푸레나무일까? 단군 신화에서 환웅은 왜 신단수(박달나무) 아래로 내려와 신시(神市)를 건설했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순간 나무의 존재(存在)에 대한 의문은 나의 실존(實存)에 대한 질문으로 옮아간다. 우리 아파트 앞에는 왜 하필 마가목이 서 있을까? 내가 출퇴근하는 길목을 왜 하필 느티나무가 지키고 있을까? 아들과 즐겨 오르던 산길에는 왜 하필 개암나무가 반갑게 손을 흔들까? … 나를 에워싼 나무를 보면서 이런 질문을 하다 보면, 막다른 질문에 다다르게 된다. “나는 왜 하필 지금 여기에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