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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0085984 / 344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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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장자의 바람을 타고 올라 펼치는
한바탕 사유의 여정!
2,000여 년 동안 동양인의 정신세계를 사로잡았던《장자》(莊子)가 시인의 웅숭깊은 언어로 새롭게 태어났다. 에세이《장자의 하늘, 시인의 하늘》에서 고형렬 시인은《장자》〈소요유〉(逍遙遊)편을 새로 번역하고 농밀한 시적 언어로 장자의 세계를 탐색한다. 1979년 발표한 문단 데뷔작이 시〈장자〉이고 지난 2010년에는 장시《붕(鵬)새》를 펴낸 데서도 알 수 있듯, 저자는 장자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작가이다. 오랜 세월 동안의 사색을 바탕으로 저자는 장자의 문장들을 바람 삼아 타고 올라 한바탕 사유의 여정을 펼친다. 이러한 사유의 장쾌한 여정을 거치면서, 원문으로는 20쪽이 채 안 되는〈소요유〉편이 300쪽이 넘는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이 책은 장자 해설서가 아니다. 시인이 인간 장자와 교감하면서 그의 사유를 우리 시대의 상황에 비추어 자유롭게 재해석한 ‘시적·철학적’ 에세이이다. 저자와 장자의 관계는 하이데거-횔덜린의 관계를 떠올리게도 한다. 하이데거가 횔덜린의 시를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구했다면, 저자는 장자의 철학적 우화를 통해 인간과 만물의 본성과 숙명을 사색한다. 그리고 하이데거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성과 존재를 망각하게 한 우리 시대의 병폐와 한계를 비판한다.
저자는〈소요유〉를 여행한 이번 책에 이어〈제물론〉을 다음 장자 여행지로 준비 중이다.
시인의 눈으로 읽어낸 우리 시대의 장자
장자는 책 첫머리를 장식하는 붕새 이야기에서 거대한 붕새의 비상(飛上)을 따라 우리를 광활한 하늘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리고 곧이어 이 붕새의 비상을 비웃는 쓰르라미와 비둘기를 등장시킨다. 이 조그만 날것들은 말한다. “나는 고작해야 이 나뭇가지, 저 나뭇가지로 옮겨 가는 것이 다이고, 몇 길 정도 포로롱 날아올랐다가 떨어지기 일쑤다. 하지만 그것도 날아오름의 극치다. 어째서 저렇게 높이 날아올라 남쪽으로 가려 하는가?”
우리는 대붕을 비웃는 이 미물들을 비웃는다. 하지만 시인은 마음 놓고 그들을 비웃기를 주저한다. 왜냐하면 시인은 자신이, 우리가, 대붕이 아니라 저 쓰르라미, 비둘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저 미물들과 함께 다시 묻는다. 저 붕새는 어째서 남쪽으로 날아가려 하는가? 왜 붕새는 북명의 바다에 그대로 있지 않는가? 혹시 북명의 바다가 붕새가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여기서 시인은 녹아가고 있는 북극의 얼음을 떠올린다. 어쩌면 인간의 욕망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온갖 재앙들 때문에 붕새는 여기서 살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시인은 자문한다. 그렇다면 붕새가 살지 못해 떠나버린 세계, 붕새 없는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처럼 시인이 이끄는 장자의 세계는 시원스레 펼쳐진 광활한 하늘의 세계만은 아니다. 호쾌한 언어 뒤에서 시인은 장자의 불안을 읽어낸다. 그 세계는 예민한 자의식과 시대의식, 종말론적 불안과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붕새의 비상에서도 시인은 그토록 까마득한 높이에 이르기 위해 힘겹게 날갯짓했을 붕새의 고통을 생각한다.
시인이 보기에 우리 시대는 채울 길 없는 욕망을 충족시키려 스스로를 혹사하여 자신과 자연을 고갈시키는 시대이다. 또한 자연(自然), 즉 스스로 그러함을 거슬러 자신의 본 모습과는 다른 기형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상과열의 시대, 그리고 ‘실용’의 시대이다. 이 ‘실용’의 시대는 우리에게 소용이 되는 것만을 간직하여 발전시키고, 필요 없는 것은 미련 없이 내버릴 것을 강요한다. 그러나 장자는 묻는다.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어떻게 구분할 것이냐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혹 큰 쓰임이 있는 것이라면 어떡하겠느냐고. 장자는 길 가는 사람의 예를 든다. 길을 갈 때 사람이 밟는 땅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 발 닿는 부분만을 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나머지는 쓸데없다 하여 없애버리면, 사람이 과연 걸을 수 있을까? 이것이 쓸모없는 것의 쓸모(無用之用)를 말하는 장자의 가르침이다. 시인은 그 무용의 세계를 꿈꾼다.
시인은 우리가 ‘너무 많이 일한다’고 말한다. 이 버거운 짐을 내려놓고 천지만물과 하나가 되어 자연 속을 한가로이 노닐(逍遙遊)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것이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꿈임을 시인은 안다. 소요유의 삶을 실천했던 진인(眞人)과 신인(神人)이 영영 사라져버린 시대, 그것이 바로 우리의 현 시대임에 시인은 절망한다. 따라서 이 책은 그렇게 쉽사리 ‘희망’과 ‘위로’를 말하지 않는다. 쉽게 얻은 위로는 쉽게 잊히기 마련이다. 시인은 장자의 사유를 곱씹으며 오늘날 우리가 지닌 조건과 숙명을 하나하나 반추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가장 현대적인, 우리 시대의 장자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