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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14481 / 468쪽 210 x 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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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영훈은 일련의 작업들을 통하여 통속적이라거나 상업적이라는 말로 격하되지 않을 ‘격이 있는 사랑 노래’를 썼다. 과장과 위악과 오만 없이 상실과 그리움의 정서를 풍성한 선율과 혼잣말과 같은 가사에 저며냈다. 그러면서도 자기 연민과 감정 과잉 속에 허우적대지 않고 담담함을 잃지 않았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살다보면 다른 가능성이 두려워 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리곤 한다. 그러고선 ‘그래 차라리 잘됐어’라고 중얼거린다. 삶의 어느 한 부분이 베어져 저만치 떠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러한 정서가 공감을 불러왔다. 흥미롭게도 앨범에 따라 그 거리는 변하여 이문세 3집과 4집이 헤어짐의 순간과 직후의 심상을 그렸다면 5집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를 담아내게 된다. 그리고 뒤에서 다시 말하게 될 [이문세 7](1991)에 이르러 담담한 회상과 ‘아무렇지 않음’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서태지는 ‘실험’과 ‘새로운 장르’를 강조함으로써 우위를 점해왔다. 2000년의 [울트라맨이야]는 하드코어를, 2004년의 [Issue]에서는 감성코어를 내세웠다. 한국에 없던 장르들을 가장 먼저 알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인디음악 씬에는 얼터너티브, (하드코어라고 잘못 소개된) 얼터너티브 메탈, 그리고 이모코어가 이미 정착해 있었고, 뛰어난 작품들 역시 쌓여 있었다. 이번에도 “서태지만의 신비한 색이 더욱 강렬해진 ‘nature pound’라는 한국 태생 신 장르”와 “자신만의 장르를 창조해내기 시작했다는 의미 있는 사건”이라는 문구가 적힌 페이퍼가 배포되었다. 장르는 어떤 음식을 먹을 때 포크를 사용할 것인가, 젓가락을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수저를 사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비슷하다. 그때 집어드는 식기처럼 장르를 통하여 음악에 잘 다가가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장르는 본질적으로는 의미가 없다. 21세기에는 그다지 유효하지도 않다. 이것들은 마케팅 전술이다. ‘새로움’과 ‘실험’, 그리고 ‘신비’라는 포장을 벗겨야 서태지의 음악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 없이는 서태지의 존재 가치가 강조되지 않는 딜레마에 빠진다. 결국 서태지를 위한 논리와 마케팅이 그를 ‘섬’으로 만들었다.
적잖은 뮤지션들이 자기 영역을 만들지 못하고 휘둘리는 세상에서 유희열은 자신의 길을 잘 선택해왔다. 한 마디를 덜 말하고 한 문장을 덜 쓰기란 쉽지 않다. 때론 나지막이 말해야 들리는 말이 있다. 조곤조곤한 또는 헐렁한 이 소품은 아무렇게 드러누워 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듣도 보도 못한 나라들의 인구와 수도 따위를 공부하는 청춘들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그때 음악은 유희열이 듣는 이를 위로하는 것을 허락한다. 마냥 달리기보단 잠시 느리게 걷고 싶은 이들을 위한 정거장이거나, 조금 슬프긴 해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동화 같은 상상을 위한 배경음악이다. 힘들 땐 발밑만 바라보는 것도 방법이다. 자전거 페달을 빨리 밟으면 앞바퀴가 뒤로 감기는 듯한 순간이 있는 것처럼.
장기하의 무표정과 극단적인 진지함은 곧잘 코믹함과 통한다. 물론 루저looser 유행은 타칭이 아니라 자칭의 브랜드처럼 팔리고 있긴 하다. 특이한 증상이나 근사한 질병을 기대하는 자기 연민과 룸펜의 허영처럼 자발적 소외와 단절을 선택하고 즐기는 풍조가 있다. 하지만 실어증보다는 절망에 대한 유희가 그나마 낫다. 징후는 오류를 고발하고, 언어는 사회와 권력과 정치를 드러낸다. 대리만족의 쾌감을 선사했다가 지금은 어딘가로 부유하는 서태지와 달리, 이렇게 장기하는 비교적 현실적인 유머와 공감을 매개하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서태지의 가사는 내러티브보다 억양을 통한 운율이 부각되고, 장기하는 한국어의 ‘쩍 하고 달라붙는’ 어감을 살리며 어색함과 불일치로 점철된 스토리텔링이 되었다. 실생활에선 있을 리 없는 대화가 쓰인 소설과 드라마는 민망할 따름이지만, 장기하는 그걸 노래로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