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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시

아모스 오즈 저 | 김한영 역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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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910666 / 176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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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아이러니와 연민을 담아 소설가의 삶의 이면들을 폭로한다. 책을 덮을 즈음, 오즈를 그토록 유명하게 만들어 준 솜씨의 본질을 이해하게 된다. - 예루살렘 포스트 현대 이스라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아모스 오즈의 신작 『삶과 죽음의 시』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오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힘써 온 행동하는 지식인이자 지난 10여 년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세기의 이야기꾼으로, 그의 작품은 30여 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1965년 소설집 『자칼의 울음소리』를 ... 아이러니와 연민을 담아 소설가의 삶의 이면들을 폭로한다. 책을 덮을 즈음, 오즈를 그토록 유명하게 만들어 준 솜씨의 본질을 이해하게 된다. - 예루살렘 포스트 현대 이스라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아모스 오즈의 신작 『삶과 죽음의 시』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오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힘써 온 행동하는 지식인이자 지난 10여 년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세기의 이야기꾼으로, 그의 작품은 30여 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1965년 소설집 『자칼의 울음소리』를 시작으로 『나의 미카엘』(1968), 『물결을 스치며 바람을 스치며』(1973), 『첫사랑의 이름』(1978), 『블랙박스』(1987), 『여자를 안다는 것』(1989),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2002) 등 섬세한 필치로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소설과 정치적인 에세이를 꾸준히 발표하며, 평단과 독자의 뜨거운 찬사를 받아 왔다. 이스라엘 문학상, 페미나상, 런던 윙게이트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괴테 문학상 등 화려한 문학상 수상 이력 외에도, 반전 단체 〈즉시 평화〉를 이끌며 중동 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독일 프랑크푸르트 평화상과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바 있다. 2007년 작 『삶과 죽음의 시』는 열린책들이 소개하는 아모스 오즈의 네 번째 작품으로, 유명한 남성 소설가인 익명의 〈저자〉가 자신의 신작 낭독회가 열리는 텔아비브에서 보낸 여덟 시간을 쫓는다. 〈저자〉는 카페와 문화회관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을 포착해 그들의 삶에 대한 유쾌하고도 음험한 상상을 거듭하며 삶과 죽음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인다. 상상과 현실이 혼란스러우면서도 매혹적으로 뒤엉킨 이 작품에서 독자는 현실과 픽션, 독자와 작가, 삶과 죽음, 무엇보다도 글쓰기 자체에 대한 세계적인 거장의 사색을 엿볼 수 있다. 오늘 밤, 그의 눈에 띄는 사람은 모두 소설 속 주인공이 된다 어느 무더운 여름 저녁, 텔아비브. 40대 남성인 〈저자〉는 자신의 신작을 소개하는 문학의 밤 행사에 조금 일찍 도착하고, 자신에게 쏟아질 질문들을 지긋지긋해하며 카페로 들어선다. 그는 자리를 잡자마자 조금은 지친 안색의 매력적인 웨이트리스를 발견하고는, 그녀의 생김새와 옷매무새(치마 너머로 드러나는 팬티 선과 양쪽 엉덩이의 비대칭)며 행동거지를 샅샅이 훑어본 다음, 〈리키〉라는 이름을 붙이고 축구 선수 찰리와의 가슴 아픈 첫사랑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지어 낸다. 이어 옆 테이블에 앉은, 판이한 용모의 두 사내가 성공에 대해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는 그들의 이름과 직업과 관계를 상상한다. 행사가 시작되고 연단에 올라서도 저자의 시선은 강연 중인 문학 평론가, 진행자인 문화국장, 각양각색의 청중들을 향해 있고, 그는 각각에게 어울리는 이름, 가족, 남다른 기벽(이를테면 우표 뒷면을 게걸스레 핥는 버릇이나 공원의 도둑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일과) 등을 부여한다. 이처럼 저자는 호기심을 넘어 관음증을 방불케 하는 집요한 관찰과 거침없는 상상으로 방금 만났을 뿐인 타인들의 전 생애를 아우르고 더 나아가 그 인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려 시도한다. 상상은 상상이면서 곧 인간에 대한 탐구이며, 픽션과 현실은 등장인물들 속에서 구분할 수 없이 하나로 녹아든다. 그렇게 얻어진 등장인물들의 스케치는 축축한 어둠과 저자의 씁쓸한 회오가 주조를 이루는 이 작품 곳곳에서 번뜩이며 범상치 않은 빛을 발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탁월한 스케치를 꼽는다면, 서서히 진면모를 드러내는〈저자〉의 모습일 것이다. 검은 보자기 속에 머리를 묻은 채 모든 인물을 입맛대로 배치한 다음 일제히 책 속의 유령으로 만드는, 만질 수도 만져질 수도 없는 아웃사이더, 저자. 무더운 여름밤, 하나의 운율로 녹아드는 상상과 현실, 삶과 죽음, 저자와 독자 언제 보아도 그들은 나란하다. 신부 없이는 신랑도 없으리니. 이제는 잊힌 이류 시인 체파니아 베이트할라크미는 그의 책 『삶과 죽음의 시』에서 위와 같이 노래했다. 사회자는 낭독회에 지각한 저자와 그를 기다리는 독자에 빗대 이 시를 인용하는데, 그 뒤로 저자는 거듭 이 시구의 의미를 곱씹는다. 오즈의 『삶과 죽음의 시』에는 저자와 독자는 물론, 허구와 현실, 삶과 죽음, 행복과 환멸 등 언제나 나란히 존재하며 대립 쌍을 이루는 주제와 이미지가 여럿 포진해 있다. 오즈는 대립하는 둘을 거칠고도 리드미컬한 운율 속에 이중주로 엮어 낸다. 한 매트리스에 함께 누워 잠을 청하는 병든 어머니와 실직자 아들, 좁다란 침대에서 몸을 섞고 아침이 오기 전에 헤어지는 저자와 독자, 죽어 가는 말기 암 환자의 몸을 애무하는 젊은 여자들의 손……. 매력적이지 않은 여성 낭독자와 만족스럽지 않은 섹스를 나눈 뒤 다시금 홀로 밤거리에 나선 저자는 베이트할라크미가 틀렸다고 말한다. 신랑과 신부는 함께가 아니라고. 저자는 언제나 혼자라고.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오즈가 작품 속 등장인물인 저자에 동의하는지는 의문이다. 작가 지망생 소년 유발 도탄/다한은 저자와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저자는 소년에게 답장을 보내며, 스스로가 잊혔다고 믿고 낙심했던 베이트할라크미는 어느 젊은 소설가의 책에 자신의 시가 실린 것을 발견하고 기뻐한다. 그들은 모두 응답받았다. 단 글로써. 독자와 저자는 지상(地上)에서는 불가능했던 행복한 만남을 지면(紙面)에서 이룬다. 또한 이 책의 말미는 그 어떤 저자도 처음에는 독자였음을 상기시킨다. 한때는 대중의 사랑을 받았으나 이제는 기억에서 지워진, 더는 글을 쓰지도 출판하지도 않는 베이트할라크미는 이제 순전한 독자의 자리로 돌아가 종일 요양원 발코니에서 독서의 지복을 누린다. 백발의 전직 시인은 누군가의 책에 실린 자신의 옛 시를 보며, 문집에서 자신의 작문 숙제를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기뻐한다. 작가 인터뷰 - 2010년 부다페스트 도서전의 주빈 작가로 초대된 아모스 오즈와의 인터뷰 중에서 2010년 5월 11일 정치적인 활동과 문학적인 활동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당신은 단지 글이나 사상, 문학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무기를 들고도 평화를 위해 싸웠다. 나는 결코 나의 문학을 정치 투쟁의 도구로 만들지 않았다. 사실 나는 매우 선명하게 선을 긋는다. 나는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쓰고 싶을 때는 에세이나 기사를 쓴다. 정부를 향해 꺼지라고 말하고 싶을 때는 기사에 〈친애하는 정부 관계자 여러분, 꺼지시오〉라고 쓴다. 그들도 내 기사를 읽겠지만 어찌 된 건지 꺼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똑같은 기사를 쓰고 또 쓴다. 이야기(a story)를 쓰고 싶을 때는 호기심과 연민, 열정, 유머, 인간 본성에 대한 매혹을 품고 쓴다. 당신의 책 『삶과 죽음의 시』의 주인공이 기자들의 지겨운 질문에 몹시 짜증스러워하는 의뭉스럽고 무례하기까지 한 작가라는 점이 아주 흥미로웠다. 그는 인터뷰를 하거나 자신의 독자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에 당신은 정말로 격식을 차리지 않는 편안한 저자이고, 여기 도서전에 참석한 누구든 당신한테 다가와 궁금한 것을 물을 수 있다. 왜 책에서 저자를 그처럼 묘사했는가? 전적으로 내 상상의 소산인 내 책의 등장인물과 나를 동일시하지 않아 준 점에 대해 우선 감사드린다. 그것은 내 자화상이 아니다. 그 작가는 나보다 훨씬 경직돼 있고 속을 숨기는 인물이다. 나는 그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그로 하여금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도록 추동하는 방식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는 카페에 자리를

저자 소개

(1939. 5. 4. 영국 위임통치령 팔레스타인 예루살렘 ~ 2018.12.28. 이스라엘 페타티크바)



©Zhang Lei
이스라엘의 작가이자 언론인. 본명은 아모스 클라우스너이다. 1939년 동유럽에서 이주해 온 우파 시온주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열다섯 살에 집을 떠나 키부츠 훌다에 들어가면서 히브리어로 ‘힘’을 의미하는 ‘오즈’로 성을 바꾸었다. 이후 1986년까지 30여 년간 이곳에 머무르며 글쓰기와 농사일, 교사 일을 병행했다.
오즈는 이스라엘에서 현대 히브리어를 모어로 사용한 첫 세대였다. 1965년 소설집 『자칼의 울음소리』로 등단하여 해외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고, 1968년 발표한 장편소설 『나의 미카엘』은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블랙박스』 『여자를 안다는 것』 『지하실의 검은 표범』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숲의 가족』 『친구 사이』 등 이스라엘 현대사, 관용과 다양성 존중, 인간에 대한 이해와 통찰, 광신주의와 폭력의 배격, 타자와의 소통과 평화라는 주제를 간결하면서도 사색적인 문체로 그려 내어 현대 히브리 문학의 거장으로서 세계 문단과 독자의 열렬한 사랑과 지지를 얻었다. 타계 직전까지 꾸준히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비알리크상(1986), 페미나상(1988), 이스라엘상(1998), 괴테상(2005), 프란츠카프카상(2013), 박경리문학상(2016), 톨스토이상(2018) 등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었다.
한편, 1967년 6일전쟁에 참전한 이래로 오즈는 줄곧 ‘두 국가 해결책’을 주장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을 종식시키고자 애썼다. 1977년부터 평화 단체 ‘샬롬 아흐샤브Peace Now’를 이끌었는데 조국의 부흥을 위해 힘쓰면서도 아랍 국가들과의 평화공존을 주장했기에 이스라엘 안팎에서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평생을 글로써 행동했던 ‘침묵하지 않는 작가’였다. 2018년 오즈는 일흔아홉을 일기로 영면했다. 유해는 키부츠 훌다에 묻혔다.



 

역자 소개

  • 역자 : 김한영

김한영은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고 서울예대에서 문예 창작을 공부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스티븐 핑커의 『언어본능』, 『빈 서판』,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매트 리들리의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 대니얼 데닛의 『주문을 깨다』, 커트 보네거트의 『마더 나이트』와 『나라 없는 사람』,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 『카이사르의 내전기』, 세러 브래드퍼드의 『체사레 보르자』 등이 있다. 제45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책 속에서

다음은 가장 흔히들 묻는 질문이다. 당신은 왜 글을 쓰는가? 왜 그런 글을 쓰는가? 독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하는가? 노력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당신의 책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당신은 끊임없이 지우고 수정하는가, 아니면 생각나는 대로 단번에 써 내려가는가?
[……]
영리한 대답이 있고 둘러대는 대답이 있다. 간단하고 솔직한 대답은 없다.
그래서 저자는 문학의 밤이 열릴 슈니아쇼르 문화회관에서 서너 블록 떨어진 작은 카페에 자리를 잡으려 한다. 카페 내부는 무기력하고 우중충하고 숨이 막힐 듯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편이 그에게 잘 어울린다. (그는 어떤 모임이든 30~40분 전에 도착하고, 그래서 뭔가 할 일을 찾아내 그 시간을 때워야 한다.) 지친 웨이트리스가 짧은 치마에 봉긋한 가슴을 하고 다가와 행주로 그가 앉은 식탁을 슬쩍슬쩍 문지른다. 하지만 다 닦은 뒤에도 포마이카는 여전히 끈적거린다. 아마도 행주가 깨끗하지 않아서?
 그러는 사이 저자는 그녀의 다리를 훑어본다. 발목이 약간 두꺼운 편이지만 맵시 있고 매력적인 다리다. 다음으로 그녀의 얼굴을 훔쳐본다. 양 눈썹이 미간에서 만나고 머리는 말끔히 넘겨 빨간 고무 밴드로 묶은, 상냥하고 밝은 얼굴이다. 저자는 땀과 비누 냄새, 지친 여자의 냄새를 감지한다. 치마 너머로 속옷의 윤곽이 드러난다. 그의 눈은 어렴풋이 식별 가능한 그 형태에 고정된다. 왼쪽 궁둥이가 약간 도드라져 올라간 경미한 비대칭이 그를 흥분시킨다. 그녀는 자신의 다리, 엉덩이, 허리를 더듬는 그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역겨움과 애원이 뒤섞인 표정을 지어 보인다. 제발, 날 그냥 내버려 둬요. 
pp.5~8
 

열병에 사로잡힌 우리의 저자는 악마의 유혹에 못 이겨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 본다. 물론, 잠겨 있다.
그렇다면 너의 수줍은 낭독자는 어쩌고 있을까?
그녀는 오래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너처럼 혼란에 빠진 나방을 유인하려고 야간 등을 켜놓고서.
그러나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 그가 조용히 문손잡이를 돌리는 사이 아파트 안에서 소리가 난다. 즉시 그는 생각을 고쳐먹고 달아나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계단의 전등도 켜지 않고 한 번에 두 계단씩 뛰어 내려가다 마지막 모퉁이에서 발을 헛디디고는 계량기 함에 어깨를 세게 부딪치고, 그 바람에 경첩 하나에 기적적으로 매달려 있던 계량기 함 문짝이 떨어져 나가 난간에 부딪혀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고, 아마 〈야니브 슐로스베르그의 집〉이라고 적힌 아파트일 텐데, 그 집 문이 열리고 남자가 묻는다. 실례지만, 이 야심한 밤에 누굴 찾아왔는지 물어봐도 되겠소?
그가 그를 알아볼까? 신문에 실린 사진들이나 텔레비전의 인터뷰 프로그램을 기억하고? 그런데 그는 뭐라고 둘러댈 수 있을까? 죄송합니다, 전 하이드라고 합니다만, 급하게 지킬 박사를 호출해도 되겠습니까?
pp. 96~97
 

네가 없이도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왜 글을 쓰는가? 왜 말이 아닌 것들을 말로 묘사하는가?
게다가 너의 이야기들은, 목적이 있다면, 어떤 목적에 봉사하는가?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 이런 질문을 하자니 미안하지만, 좌절에 빠진 웨이트리스, 고양이와 사는 외로운 낭독자, 몇 년 전 파도의 여왕 선발 대회에서 입상한 여자를 등장시켜 온갖 종류의 닳아빠진 섹스 장면을 보여 주는 초라한 환상을 누가 필요로 하는가? 저자가 여기서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부디 너 자신의 언어로 간략히 설명해 주기를 바란다.
그는 부끄러움과 혼란에 휩싸인다. 그는 그들 모두를 저 멀리 무대 끄트머리에서, 그들이 단지 자신의 책에 써먹기 위해 존재하는 대상인 양 관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진사의 낡고 검은 보자기 속에 영원히 머리를 파묻은 채 만지거나 만져질 수 없는 아웃사이더라는 깊은 슬픔이 부끄러움과 함께 밀려온다.
존재하는 것들에 관해 글을 쓰는 것, 색이나 냄새나 소리를 말로 포착하려는 것은 슈베르트의 곡을, 슈베르트가 앉아 있고 어둠 속에서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올지 모를 강당에서 슈베르트의 곡을 연주하는 것과 다소 비슷하다.
pp. 128~130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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