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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0926199 / 359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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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지성의 정상에 오르기까지 사고의 탐색을 추구하고 사유의 도발을 감행한 20세기 사상가 12인, 그리고 그들의 내면을 파헤친 13번째 탐험가 헤닝 리터! 의학자였던 프로이트는 꿈을 철학적으로 고찰하여 현대 심리학의 기초를 다졌다. 앙드레 말로는 미술사학자이면서 정치가로 변신하는가 하면, 시대에 대한 고찰을 통해 사상가로서의 진면목 또한 유감없이 발휘했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자이자 완벽주의 건축가이기도 했다.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 분야에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며 ‘프리드립-페르디난드-룽에 상’과 ‘루트비히-뵈르... 지성의 정상에 오르기까지 사고의 탐색을 추구하고 사유의 도발을 감행한 20세기 사상가 12인, 그리고 그들의 내면을 파헤친 13번째 탐험가 헤닝 리터! 의학자였던 프로이트는 꿈을 철학적으로 고찰하여 현대 심리학의 기초를 다졌다. 앙드레 말로는 미술사학자이면서 정치가로 변신하는가 하면, 시대에 대한 고찰을 통해 사상가로서의 진면목 또한 유감없이 발휘했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자이자 완벽주의 건축가이기도 했다.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 분야에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며 ‘프리드립-페르디난드-룽에 상’과 ‘루트비히-뵈르네 상’등을 수상한 독일의 작가 헤닝 리터가 신간 『씽커스』(헤닝 리터 지음 | 이지혜 옮김 | 21세기북스 출간)를 펴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20세기를 탄생시키고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영향력이 꺼지지 않는 12명의 지식의 정복자들, 씽커스를 조명한다. 무의식의 탐구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변신의 실존을 산 ‘프란츠 카프카’, 20세기의 소크라테스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은행 상속 대신 도서관을 세운 문화이론의 숨은 고수 ‘아비 바부르크’, 문예비평부터 문명비평까지 총체적 지성의 아우라 ‘발터 벤야민’, 나치 법학자, 그러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칼 슈미트’, 동물과 속물의 역사를 예견한 헤겔주의자 ‘알렉상드로 코제브’, 드골을 흠모하고 프랑스와 결혼한 ‘앙드레 말로’, 예술과 정치, 영국과 소련을 오간 이중생활자 ‘앤서니 블런트’, 군중과 권력을 파헤친 ‘엘리아스 카네티’, 옥스퍼드 학자들마저 ‘베를린 시민’으로 만든 ‘이사야 벌린’, 슬픈 열대의 냉철한 문명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저자인 헤닝 리터가 의 인문학 담당자로 있으면서 수십 년에 걸쳐 해당 인물의 기념일(탄생 100주년 등)을 기해 소개된 것들이다. 신 이론들이 가진 영향력의 여부는 일반적으로 탄생 후 100년 안에 판가름 난다. 따라서 ‘탄생 100주년’은 한 시대의 주요 사상들이 후세까지 살아남기 위해 치러야 하는 시험이자, 그들이 넘어야 할 첫 번째 장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가이기 이전에 열정적인 독자인 헤닝 리터, 그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앉아 근대철학에서 미술사까지 광대한 지식의 제국을 조망한다. -미하엘 크뤼거(독일의 저명한 편집인이자 작가) 이 책에 등장하는 사상가들은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친 격변의 시대를 살았다. 이때는 산업혁명으로부터 비롯된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의 변혁이 바야흐로 정점에 도달한 시기였다. 학문도 예외는 아니어서, 철학, 종교, 문학, 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던 이전의 지식인들과는 달리 이때부터는 차츰 학과의 세분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주인공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8세기에 괴테는 자동차나 비행기가 아닌 두 발로 여행하며 사색에 잠겼지만 20세기에는 그러한 여유조차 점차 사라졌다. 이들은 사색적 공간이 사라지고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냉혹한 시기에도 성찰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종합적 지식인’의 전통을 이어 간 대표적 인물들이다. 저자가 이들을 ‘정복자들’이라 칭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그밖에도 20세기 사상가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일은 또 다른 점에서 가치가 있다. 기계의 시대를 넘어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들은 인간만이 가진 능력, 즉 ‘사유하고 성찰하는 능력’을 유지하는 데 길잡이가 된다. 특히 우리와 20세기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이전 시대의 어떤 사상가들보다 우리에게 깊은 공감을 줄 수 있다. [책속으로 추가] 비트겐슈타인(93-94쪽) 남동생에 대해 무한한 경외심을 지니고 있던 누이는 그가 가진 정확성과 명료함의 미학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리고 그 미학에 따라 완성된 집은 쿤드만가Kundmannstraße의 ‘단순하고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 이웃 건물들’과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헤르미네는 또한 루트비히가 설계한 난방기 장치의 세부 요소까지 상세하게 적어 두었는데, 특히 여러 조각의 관管을 서로 맞추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동생이 단순 작업에까지 필요 이상으로 정밀 기계를 사용하려 들었다는 인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느낀 사람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그녀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제시한다. “한번은 여러 철물공들 중 열쇠구멍을 정확히 뚫는 작업을 맡은 누군가가 물었다. ‘이보시오, 기술자 선생, 당신에게는 그 1밀리미터가 그토록 중요하오?’ 그러자 질문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힘이 넘치는 목소리로 ‘그렇소!’라는 대답이 떨어졌다. 열쇠공이 깜짝 놀랐을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루트비히는 단 0.5밀리미터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도 다반사였을 정도로 수치에 대해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전 건축과정을 통틀어 시간이나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로지 구석구석까지 무한정 주의를 기울여가며 살폈는데, 그 이유는 그에게는 모든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시간과 돈을 제외하면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가족이 어마어마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던 시절로부터 비롯되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들에게는 여전히 상당한 재산이 남아 있었다. 아비 바부르크(118-119쪽) 바부르크가 우표를 아이디어의 전달 도구로 재발견한 이래 이것은 그의 도상 연구에서 확고한 구성요소로 자리 잡았다. 근대의 우표는 엄연한 정치적 기념물이며, 따라서 과거의 문장학적 상징을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표는 곧 바부르크에게 ‘정신적 정치’를 논증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한 번은 한스 프라이어를 위시한 라이프치히의 학생모임이 방문하기로 예정되었는데, 이때 바부르크는 이들에게 들려줄 사항을 다음과 같이 메모해 두기도 했다. “우표의 제작을 상징적 형상체계로서 탐구할 것.” 그러고는 이러한 발상을 신속히 사회학적으로 정리했다. 엘리아스 카네티(289-290쪽) 카네티의 작품은 그야말로 열정적인 독서의 흔적이다. 독서 역시 거대한 경험의 집합체, 즉 책 속에 담긴 다양한 목소리를 체험하는 기회이다. 독자는 책 속에 든 것을 흡수하는 동안 자기도 모르게 낯설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담긴 단지로 변신한다. 즉, 책 속의 다양한 경험을 기억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카네티는 이러한 독자를 가리켜, 수없이 많은 목소리들에 혼을 빼앗긴 정신병자와 같다고 묘사했다. 반면, 글 쓰는 행위는 ‘정신병자의 극단적인 피암시성’과 정반대되는 상태, 다시 말해 내면의 목소리들이 명령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행위라고 표현했다. 독서하는 동안 사람은 무의식중에 그처럼 수동적으로 내면의 목소리에 감응하게 되나, 작문 시에는 그와 반대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작문이 독서로부터의 즉각 해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작문은 처음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종류의 작문 행위로 발전해 나아가며 점차 해방을 맞고, 수동적인 독서 행위에도 대항하게 되는 것이다. 작문 활동을 거치는 동안 사람은 내부에서 우글대는 수많은 목소리들을 극복하고 그것들을 하나둘 줄여나가거나 자신에 맞게 변형시킬 수도 있다. 글 쓰는 행위는 독서에서 얻는 체험을 극복해 나가려는 노력과도 같다. 독서를 통해 읽는 이의 내면에 생성되는, 혼을 사로잡고 경직시켜버리는 목소리들을 하나하나 타파해 나가는 것이다. 독서에만 매달리는 자가 내면에서 웅성대는 낯선 목소리
프로이트(31-32쪽)
《꿈의 해석》은 첫 출간 이래 발행 횟수를 더해가는 동안 온갖 부가물이 덧붙고 수정이 이루어지면서 원래보다 두 배는 더 두꺼워졌다. 그러한 첨가물을 빼고 오로지 원문으로만 구성된 초판본을 놓고 볼 때, 독자는 책의 내용 중에서 프로이트 자신이 실험 대상으로 등장하는 부분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적합한 실험 대상이 부족했기 때문에 자신의 꿈을 사례로 삼아 분석하는 일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거북하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는’ 조치라고 말하면서 학문적 ‘자기 실험’-이는 위신에 무척이나 부담이 되는 학구적 태도였다-의 결과물인《꿈의 해석》을 출간했다. 곤경에 처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해결책이었지만, 이것은 결국 전혀 새로운 존재를 탄생케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꿈’과 ‘꿈속의 삶’에 대한 탐구가 목적이었던 책이 뜻밖에도 파격적인 자서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어떤 학술 서적도 한 개인에 관해 이토록 사적인 기록을 담은 전례가 없었다. 이 책에 서술된 수많은 개인적 체험은 외관상 별다른 의미가 없는 평범한 것처럼 보였으나 실은 프로이트라는 인물을 파악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중요했다. 비록 그는 꿈을 해석하는 데 최소한 필요한 선까지만 그 내용을 묘사했으나, 프로이트 개인에 대한 분석에 박차를 가하는 데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자기 실험의 방법은 이렇게 자아 분석의 길을 엶과 동시에 삶에 대한 전혀 새로운 이해를 가능케 했다.
프로이트의 꿈의 단편들은 커다란 고백의 단편들이기도 했다. 그는 왜 자신에 관해 그토록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가?
카프카(70-71쪽)
결혼하고자 하는 아들의 바람 속에는 ‘아버지로부터의 분리’라는 희망이 담겨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버지로부터 분리되고자 하는 갈망 못지않게 강렬한 다른 하나의 소망이 이와 교차해 있었는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앞선 소망과 상충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결혼을 통해 아버지와 더 가까운 관계를 맺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에게 결혼은 오로지 ‘올바른’ 아들이 되기 위한, 즉 아버지에 필적하는 위치에 오르는 수단이 될 터였다. 그러나 결혼하고자 하는 희망이 절박한 목적으로 발전할수록 그것을 실현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 일을 성취하는 데에는 근본적으로 아버지로부터의 분리가 요구된다는 모순이 원인이었다. 또한 아들의 결혼계획은 아버지의 영역으로의 침범이었다. 다른 모든 영역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입지가 각각 존재했으나 결혼한 관련한 결정권만큼은 온전히 아버지의 소유였으며, 감히 아들이 이 영역에 설 자리는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와의 관계에서도 드러나듯이, 카프카에게 죄책감은 명백한 과오나 자기 자신의 감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지거나 떠넘겨 받는, 마치 전염병처럼 엄습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랬기 때문에 그의 죄책감은 다른 이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종류의 것이었다. 죄책감은 곧 프란츠 카프카라는 인물의 독특성을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 그에게 죄책감의 표출은 개인적 특성의 가시화였으며, 어떤 점에서 볼 때 카프카 자신이 믿고 있던 ‘선택된 운명’이 개인적 특성을 통해 발현된 것인지도 몰랐다. 즉, 유대인이라는 선택된 존재로서의 운명이 더 이상 종교적이고 집단적인 독특성을 지닌 유대인 공동체를 통해 발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신에 개인적이고 비정상적인 존재감으로 야성화野性化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93-94쪽)
남동생에 대해 무한한 경외심을 지니고 있던 누이는 그가 가진 정확성과 명료함의 미학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리고 그 미학에 따라 완성된 집은 쿤드만가Kundmannstraße의 ‘단순하고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 이웃 건물들’과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헤르미네는 또한 루트비히가 설계한 난방기 장치의 세부 요소까지 상세하게 적어 두었는데, 특히 여러 조각의 관管을 서로 맞추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동생이 단순 작업에까지 필요 이상으로 정밀 기계를 사용하려 들었다는 인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느낀 사람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그녀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제시한다. “한번은 여러 철물공들 중 열쇠구멍을 정확히 뚫는 작업을 맡은 누군가가 물었다. ‘이보시오, 기술자 선생, 당신에게는 그 1밀리미터가 그토록 중요하오?’ 그러자 질문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힘이 넘치는 목소리로 ‘그렇소!’라는 대답이 떨어졌다. 열쇠공이 깜짝 놀랐을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루트비히는 단 0.5밀리미터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도 다반사였을 정도로 수치에 대해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전 건축과정을 통틀어 시간이나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로지 구석구석까지 무한정 주의를 기울여가며 살폈는데, 그 이유는 그에게는 모든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시간과 돈을 제외하면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가족이 어마어마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던 시절로부터 비롯되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들에게는 여전히 상당한 재산이 남아 있었다.
아비 바부르크(118-119쪽)
바부르크가 우표를 아이디어의 전달 도구로 재발견한 이래 이것은 그의 도상 연구에서 확고한 구성요소로 자리 잡았다. 근대의 우표는 엄연한 정치적 기념물이며, 따라서 과거의 문장학적 상징을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표는 곧 바부르크에게 ‘정신적 정치’를 논증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한 번은 한스 프라이어를 위시한 라이프치히의 학생모임이 방문하기로 예정되었는데, 이때 바부르크는 이들에게 들려줄 사항을 다음과 같이 메모해 두기도 했다. “우표의 제작을 상징적 형상체계로서 탐구할 것.” 그러고는 이러한 발상을 신속히 사회학적으로 정리했다.
엘리아스 카네티(289-290쪽)
카네티의 작품은 그야말로 열정적인 독서의 흔적이다. 독서 역시 거대한 경험의 집합체, 즉 책 속에 담긴 다양한 목소리를 체험하는 기회이다. 독자는 책 속에 든 것을 흡수하는 동안 자기도 모르게 낯설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담긴 단지로 변신한다. 즉, 책 속의 다양한 경험을 기억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카네티는 이러한 독자를 가리켜, 수없이 많은 목소리들에 혼을 빼앗긴 정신병자와 같다고 묘사했다. 반면, 글 쓰는 행위는 ‘정신병자의 극단적인 피암시성’과 정반대되는 상태, 다시 말해 내면의 목소리들이 명령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행위라고 표현했다. 독서하는 동안 사람은 무의식중에 그처럼 수동적으로 내면의 목소리에 감응하게 되나, 작문 시에는 그와 반대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작문이 독서로부터의 즉각 해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작문은 처음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종류의 작문 행위로 발전해 나아가며 점차 해방을 맞고, 수동적인 독서 행위에도 대항하게 되는 것이다. 작문 활동을 거치는 동안 사람은 내부에서 우글대는 수많은 목소리들을 극복하고 그것들을 하나둘 줄여나가거나 자신에 맞게 변형시킬 수도 있다. 글 쓰는 행위는 독서에서 얻는 체험을 극복해 나가려는 노력과도 같다. 독서를 통해 읽는 이의 내면에 생성되는, 혼을 사로잡고 경직시켜버리는 목소리들을 하나하나 타파해 나가는 것이다. 독서에만 매달리는 자가 내면에서 웅성대는 낯선 목소리에 자신을 내맡기고 이 과정에서 그릇된 해방을 찾는 데 반해, 작문은 이 목소리를 극복하고 제압함을 의미한다.
이사야 벌린(307-308쪽)
세상에는 니체나 발터 벤야민과 같이 난해한 사상으로부터 비롯된 명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역시 이사야 벌린에게 해당되는 경우는 아니었다. 그가 남긴 반향은 사상가라기보다 문학적 명성에 비유할 만하다. “나는 벌린주의자이다”(Berliner는 원래 ‘베를린 시민’을 지칭하나 여기에서는 동일한 철자의 우연성을 빌려 ‘벌린주의자’라는 의미로 사용됨_역주)라는 문구는 옥스퍼드의 학자들 사이에서 즐겨 사용되던 표현이다. 벌린의 영향력을 간결하면서도 명확히 나타내는 문구이다. 벌린이 관심을 갖던 주제나 인물들이 영어권의 지식인계에서 별로 관심을 끌지 않던 소재들이었음을 생각해보면, 이렇듯 뒤늦게나마 확산되어 나간 명성은 무척 놀라운 현상이다.
목차
서문
1. 무의식의 탐구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현 세계의 정신적 변방에 서서
문화에서의 안락함
2. ‘변신’의 실존을 살다 프란츠 카프카
아버지의 편지
3. ‘20세기의 소크라테스’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나는 거기에 머물러 있으리라
건축가로서의 철학자
4. 은행 상속 대신 도서관을 세운 문화이론의 숨은 고수 아비 바부르크
우표 속 하늘을 읽는 점성술가
타협에 거슬러
5. 문예비평부터 문명비평까지, 총체적 지성의 아우라 발터 벤야민
사유의 비주류
‘불가능의 철학’의 대변인
6. 나치 법학자, 그러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칼 슈미트
간수를 매수하다
관념 속에서의 입지
7. ‘동물’과‘ 속물’의 역사를 예견한 헤겔주의자 알렉상드르 코제브
민주적 스노비즘의 종착역
8. 드골을 흠모하고 ‘프랑스와 결혼한’ 앙드레 말로
판테온에서의 모험
9. 예술과 정치, 영국과 소련을 오간 이중생활자 앤서니 블런트
소비에트로 달아나지 않은 스파이
10. ‘군중과 권력’을 파헤치다 엘리아스 카네티
오로지 혼자서 고대 그리스를 발견했음에도
11. 옥스퍼드 학자들마저 ‘베를린 시민’으로 만들다 이사야 벌린
역사에는 대본이 없다
좀 더 허공에 머물지 않겠는가?
12. ‘슬픈 열대’의 냉철한 문명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이국적인 것, 그 헛된 꿈에 대하여
뒤늦게 귀향한 인종학자
역자 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