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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8830818 / 323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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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이 평온과 안녕을 얻기를.
번뇌와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를.
그리고 부디 행복하기를…….
미국의 여성운동가 겸 사회운동가이자 불교도인 샌디 바우처. 사실 그녀는 미국의 불교에 대해 언급할 때 한번은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정도로 유명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편적으로 알려진 것 말고는) 그녀의 저서나 그녀에 대한 저서가 국내에 소개된 적은 거의 없다. 그나마 이번 기회에 그녀의 책
<숨어 있는 샘>
이 바움출판사에서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숨어 있는 샘>
은 샌디 바우처가 1년에 걸친 결장암 투병 생활을 하면서 명상과 불교 교리를 통해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생생한 필치로 엮어낸 자전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 책에서는 그녀가 암에 걸려 힘든 생활을 하는 것 못지않게, 그녀가 어떻게 불교의 가르침에 귀의하게 되고, 또 그녀가 어떻게 불교의 가르침을 자신의 생활과 사회운동에 적용해 나가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1995년 10월, 샌디 바우처는 오클랜드의 한 병원에서 결장암 3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로부터 순식간에 그녀는 자신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를테면 일, 인간관계, 가정, 우정, 그리고 그녀의 육체 등)이 변화와 불확실성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드는 경험을 겪게 되었다. 암에 걸린 걸 알았을 때, 솔직히 그녀의 반응 역시 여느 평범한 사람과 전혀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샌디 바우처는 자신이 암에 걸린 사실이 부끄러웠고, 그런 자신을 동정하며 울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녀는 실패자들, 억압받는 사람들, 또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사람이나 암에 걸린다고 생각하였다. 즉 자신처럼 강인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절대 암에 걸릴 리가 없다고 스스로 그 가능성을 배제하였다. 그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이 그녀에겐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샌디 바우처에게 있어서 그 사실은 아무리 회피한들 회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말은 곧 그녀가 많은 고통을 겪으며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런 가운데 문득 그녀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매 순간순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였다. 그녀가 그토록 오랜 시간 불교수행을 해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 시작한 것 아니던가.
그러한 자각 뒤 샌디 바우처는 그녀의 스승 루스 데니슨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그녀가 자신의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매 순간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루스 데니슨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루스 데니슨은 미얀마의 위빠싸나 시조 중 하나인 우바킨에게서 인가를 받은 미국의 테라바다불교 제1세대 스승이었다. 조슈아트리에 위치한 쿠퍼마운틴 메사의 담마데나 명상센터에서 그녀는 스승의 도움을 받으며 치유와 불교수행(명상과 불교 교리 공부)에 전념하게 되었다.
샌디 바우처는
<숨어 있는 샘>
에서 암으로 인해 자신의 삶에 생긴 변화와 그 과정들을 조금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녀가 이 책에서 역점을 두고 말하는 것은 한마디로 제행무상(諸行無常, ‘우주의 모든 사물은 늘 돌고 변하여 한 모양으로 있지 않다’)이다. 따지고 보면 그녀가 암에 걸림으로써 겪게 되는 삶의 변화에 그토록 힘들어한 것도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고통에 다름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감히 우주의 삼라만상이 제행무상하다는 걸 깨치게 하는 마음공부의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편, 샌디 바우처는
<숨어 있는 샘>
에서 자신 스스로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많은 불교적 성찰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삶은 대결이 아니고 포용이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고마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병치유의 첫걸음이다’, ‘마음의 평화와 삶의 기쁨을 천부적인 권리라고 생각하라’, ‘분노를 다스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든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라’, ‘그리하여, 벗과 가족들, 그들에게서 사랑을 받고, 또 가르쳐주라’는 등의 성찰이 바로 그것이다.
샌디 바우처에게 있어서 이러한 성찰은 ‘자비심’이라는 불교의 중심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비심이란 것은 우리 자신이 다른 모든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는 원칙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모든 생명이 똑같이 고통과 기쁨을 느끼고, 똑같이 바라고, 똑같이 두려워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 다른 생명을 위해 공헌하고 싶은 마음 또한 생기는 게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그녀가 자신이 처한 현실을 통해서 체득한 성찰이야말로 결국 ‘나와 남은(결국 모든 생명은) 다른 것이 아니다’라는 자비심의 발로인 것이다.
샌디 바우처가 이 책
<숨어 있는 봄>
이 그녀와 비슷한 처지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이러한 성찰의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이 그녀의 바람처럼 마치 관세음보살이 귀를 기울여 세상의 고통을 들으며, 항상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그런 원음(圓音) 같은 존재가 되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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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루스가 가르치는 위빠싸나(Vipassana)라고 부르는 명상법이 테라바다불교에서 파생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테라바다불교는 시적이고 간결한 미학으로 널리 알려진 선(禪) 불교와 다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이국적인 티베트 불교와도 다르다. 테라바다불교는 2,500년 전에 인도에서 부처님이 가르친 수행법을 그대로 행하는 불교이며, 지금은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수행하고 있는 종파이다. 테라바다불교는 점진적인 발전에 뿌리를 두고 있어, 몇 번의 윤회를 거치며 독자적으로 서서히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길을 찾아 해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는 아무것도 걸러내거나 부정하지 않고 완전히 자신의 경험에 몰입하도록 가르치며 ‘순수한 집중(bare attention)’과 ‘선택 없는 자각(choiceless awareness)’을 강조한다.
― 56쪽
나는 욕망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소냐와 나에게 고통을 가져다주는 욕망들. 불교에서 우리는 윤회(samsara: 輪廻)에 대해 말한다. 고통과 욕망의 끝없는 순환은 다시 더욱 심한 고통과 욕망의 순환으로 이어진다. 이 순환은 바퀴로 표현되는데, 고대 인도인들은 이 바퀴로 삶과 죽음의 영원한 순환을 상징했다. 이 바퀴를 돌리는 것은 자아만족을 위한 욕구이다. 부처님 가르침의 목표는 일상적 존재나 현상적인 세계에서 해탈하는 것이 아니라 고정된 사고의 패턴과 우리를 노예로 만드는 행위에서 해탈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순환을 완전히 인식하는 것은 열반에 이르는 것이다. 두 세계는 하나이며, 자신의 의식을 바꾸어 일련의 훈련된 반응을 깨어야 하는 것이다.
― 176쪽
마지막 날 저녁 명상이 끝난 후, 루스가 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마약에 중독된 한 남자가 약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로스앤젤레스를 떠나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암에 걸렸으며, 이미 치료도 할 수 없을 지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 후 그는 침대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이제 죽게 되리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 어느 날 밤늦게, 명상홀에서 수업을 마친 루스는 그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갔는데, 그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루스는 그에게 계속 이야기를 하며 그가 자신의 신체에 몰두하고 두려운 환상에 끄달리지 않도록 이끌었다. 그런 뒤 루스는 그가 모든 것을 놓을 수 있도록 말했다.
“자신의 몸을 사막에 주세요. 코요테와 아기 토끼, 그리고 크레오소트 덤불에게 자신을 주세요.”
그는 계속 루스의 말에 반응했고, 루스는 다시 그에게 말했다.
“모든 것을 주세요.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마세요. 지금부터 당신이 가는 곳은 너무도 무한광대해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곳이에요. 이제 그곳으로 가세요. 자신을 놓아주세요.”
― 239쪽
탐욕(貪)과 분노(瞋), 그리고 어리석음(痴)―불교에서는 이 세 가지 독[三毒] 때문에 인간이 윤회의 바퀴에서 해탈할 수 없다고 한다―이 세 가지 중에서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이 바로 분노 또는 원망이었다. 괴로울 때면 내 속에서 분노가 치밀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스스로 에너지를 줄이고 마음을 굳게 먹는 것으로 대처했지만 가끔씩은 참지 못하고 나를 위협하거나 비판하는 사람을 향해서 분노를 폭발시킬 때도 많았다. 아주 최근에 들어서야 그 분노를 잠재울 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분노에 실려 그대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노를 가져다 준 상심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이제는 가끔씩 그냥 분노가 지나가게 내버려두고 나의 연약함을 인정할 줄도 알게 되었다.
― 294쪽
내가 멍한 정신으로 누워 있는 사이에 의사는 조심스럽게 항문으로 튜브를 밀어 넣었다. 그러면서 한 순간 한 순간 자기가 무얼 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었다. 모니터에 불이 들어오자 모두가 그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섬뜩한 색깔로 내 내장의 모습이 비쳤다. 이리저리 꾸불꾸불 이어진 핑크빛 관이었다. 의사는 조그만 카메라를 조정해서 내장 속을 조금씩 훑어 들어가면서 하나씩 설명을 해줬다. 나는 그 장면들에 몰입되어 완전 그로기 상태에서도 모든 에너지를 다 집중해서 뚫어지게 화면을 쳐다보았다. 그런 와중에 흐릿한 의식의 저 너머로 지금의 상태를 진단하는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종양도 없고, 의심스런 세포도 없습니다.”
무슨 소리지? 그럼……. 그는 튜브를 빼내고 나서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는 그가 하는 말에 정신을 집중하려 노력했다.
“깨끗합니다. 이상 없어요.”
― 300쪽
이 책을 쓰면서 그때의 고통과 상실을 되짚어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정신적인 수행을 전에는 보지 못했던 방향에서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쓰는 몇 달 간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몇 번이나 놀랐고, 나 자신에 대해서 전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슬픔이나 외로움, 갈등, 분노 이런 마음의 상태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지나가도록 하는 마음공부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암에 걸렸던 시절을 돌아보면 아무리 어렵고 힘든 시기라도 인생에는 자그마한 방울들이 기쁨으로 피어나곤 한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우리의 감정이나 사물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놀랐다. 한순간 낙담했다가 다시 기뻐하고, 금방 걱정에 싸였다가 확신이 들고 …… 그중의 어떤 것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란 없다. 우리의 몸도 변하고 마음도 감정과 사고의 무지개 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 속에서 우리는 개념을 만들어 내고 또 감정이 지나가게 내버려둔다. 암을 앓던 시절 그런 변화의 와중에 나는 항상 현재에 머물고자 했다.
― 307쪽
프롤로그
제1부
제1장 입문|제2장 준비|제3장 담마데나, 1981|제4장 어머니 같은 하일랜드|
제5장 “이 밤이 무사히 지나게 해주시옵소서!”
제2부
제6장 제단|제7장 땅 끝에서|제8장 시간을 뜨개질하다, 1984|제9장 환자 이동용 바퀴침대에서
제3부
제10장 스승, 1985|제11장 “우리는 이곳에서 한 가족이다”|제12장 겨울을 견디며|
제13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제14장 사막에 자신을 버리다
제4부
제15장 몸이 하는 말을 들으며
제5부
제16장 평범한 지혜|제17장 앞을 보다
에필로그|옮긴이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