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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짝을 옮기는 동안

이문숙 저 | 창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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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23094 / 155쪽 126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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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낯선 시간으로 안내하는 낮은 목소리 누추한 사물들에게서 생의 기미를 포착해내는 깊은 눈의 시인, 오래 삭힌 나직한 말로 우리 시대의 불행하고 비루한 삶을 조용히 읊조리는 이문숙 시인의 두번째 시집 『한 발짝을 옮기는 동안』이 출간되었다. 시인의 잔잔한 목소리 속에서 모든 스러져가던 것들이 낯설고 아름답게 빛나며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간다. 이문숙의 시는 천천히 온다. 시인의 목소리는 시종 차분하고 담담하다. 그는 부러 말을 비틀고 위장하기보다 흘러나오는 말들을 고이 추려두었다가 제자리를 찾아 놓아두는 식으로 시를 쓴다... 낯선 시간으로 안내하는 낮은 목소리 누추한 사물들에게서 생의 기미를 포착해내는 깊은 눈의 시인, 오래 삭힌 나직한 말로 우리 시대의 불행하고 비루한 삶을 조용히 읊조리는 이문숙 시인의 두번째 시집 『한 발짝을 옮기는 동안』이 출간되었다. 시인의 잔잔한 목소리 속에서 모든 스러져가던 것들이 낯설고 아름답게 빛나며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간다. 이문숙의 시는 천천히 온다. 시인의 목소리는 시종 차분하고 담담하다. 그는 부러 말을 비틀고 위장하기보다 흘러나오는 말들을 고이 추려두었다가 제자리를 찾아 놓아두는 식으로 시를 쓴다. 어떨 때는 구태여 문장을 완성하기보다 그저 말을 삼키는 것으로 말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그 삼켜진 말들의 틈에서 사물들이 스스로 흘러나와 지금 이곳의 현실을 낯설게 채색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의 시는 명료하게 머리로 이해되기보다 가슴으로 천천히 와서 깊고 오랜 흔적을 남기는 시다. 첫 시집에서도 이미 본 바 있듯이, 그의 시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사물과 풍경은 대개 비루하고 슬픈 것들, 덧없이 죽어가거나 사라져가는 것들이다. 골목에 불 켜진 마지막 집과 개업한 지 일주일 만에 문을 닫은 구잇집(「책상 아래 벗어놓은 신을 바라봄」), 자발적으로 생을 버린 자들이 모인 곳(「그곳의 안개」), 피뢰침과 부서진 안테나와 오래된 전동차들만 가득한 차량기지(「그곳으로부터」), 오래된 집 장롱 아래 잃어버린 구슬(「구슬이 굴러」), 재개발예정지 빈집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뉴타운」), 냉장고 냉동실에 숨겨둔 돈 사백만원으로만 겨우 남은 생(「숨」). 그런 것들로 가득한 세상은 시인에게 이를테면 ‘이상한 호수’와도 같은 세상이다. 「이상한 호수」 연작을 위시해 이번 시집 곳곳에 나타나는 호수의 이미지는 대개 비루하고, 기이하고, 위태로운 것으로 그려진다. 밤 호수는 이상한 구멍 같은 걸 열었다 감쪽같이 아물린다 / 곤충을 유인하여 포획하고는 모르는 척 만개한 / 식충식물의 // 물가에 서 있던 버드나무도 동물도 식물도 아닌 / 이상한 흡반을 내밀어 / 지나가는 산책자를 꼬드겨 얽어매서는 / 그 구멍 속에 봉합해버리고 태연하다 // (…) // 익사자를 삼키기 전 / 성급히 구멍을 오므린 호수의 표면은 / 미처 삼키지 못한 그의 다리를 / 저 괴이한 자세의 버드나무로 세워두는지도 (「동물도 식물도 아닌」 부분) 마치 저항할 수 없고 덧없는 세월처럼, 호수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가라앉힌다. 호숫가를 지나는 산책자들이 집어삼켜지고, 오래전 집들이 무너지고, 집이 가라앉는다(「전광판 날짜가 바뀌면」). 그것을 시인은 책상 아래 벗어놓은 신을 가만히 바라보듯, 언뜻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다(「책상 아래 벗어놓은 신을 바라봄」). 이상한 호수 같은 이 현실을 시인은 고발하지도 탄식하지도 않고, 단지 그곳에 그것이 있다고 나직하게 말할 뿐이다. 그런데 그 말이, 불식간에 호수를 수런거리게 하고 들썩이게 한다. 예컨대 이런 호숫가 수상한 악사의 음악이 그런 것처럼. 누군가는 아이를 유괴하려 벤치에서 / 지나는 아이들을 살피고 / 또 누군가는 주스에 색소를 타고 / 거위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위협해요 / 사카린에 쪄든 옥수수 / 달짝지근하고 / 상인들은 폭리를 취하고 // 그런데 저 남자 / 아코디언을 켜는 저 남자 / 걷어올린 바지 / 정강이에 북슬거리는 검은 털 / 검은 썬글라스에 눈을 숨기고 / 악사라고 할 것도 없는 저 악사 / 물 주름을 접었다 폈다 // (…) // 이상하게 / 물은 동으로도 서로도 갈 바 없고 / 아이들은 부모의 손아귀를 떠나 달아나고 / 주스는 더 새빨갛고 파랗고 노랗고 / 혓바닥을 물들이고 // 들썩거리는 동작에 / 물어뜯긴 물고기가 어디론가 떠내려가요 / 막무가내 거위들이 꽥꽥거려요(「이상한 호수」 부분) ‘악사라고 할 것도 없는 저 악사’에 의해 이상한 호수는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듯 어룽거린다. 시인도 그처럼, 누구도 주목하지 않을 누추한 것들에 말을 붙여줌으로써 그들이 저 스스로 울림을 지니게 만든다. 그렇게 하여 절이 타버리고 난 폐허에 “아무것도 모르는 가지는 서로를 탁탁 치고” “꽃들은 와들거린다”(「타버린 절에 새순이 돋을 때」). “아무데도 소속되지 않고 화장실 청소만 맡은 여자”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변기에 걸터앉아 고무인형처럼 조는 여자”(「미확인물체」)가 생기를 얻고, “뒤섞여 있는 소녀의 할아버지의 / 할머니의 소년의 여러 얼굴”이 흠칠, 웃음을 짓는다(「앞니 부러진 만다라」). 그러나 그 말 붙임은 산 자를 위해 죽은 자를 애도하는 것과도 다르고, 죽은 자를 다시 불러내는 것과도 다르다. 시인 자신이 말로 사물을 부리는 주술사를 자처하기보다 겸손하게 스스로 끊임없이 시를 되묻고, 두려워하고, 앓고 있기 때문이다(「악어 쇼」 「사십오분의」). 시인은 다만 그들을 제자리에 놓아두고 종종 찾아가 안부를 물을 뿐이다. 오늘 왕을 만나러 가요 / 나는 먼저 그의 근황을 묻죠 / (…) / 언제나 쓰고 다니는 관(冠) / 구슬 주렴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 빛바랜 구슬에 / 이상하게 맑은 / 흰 냇물 소리가 고여 있어요 / 사실은 그는 옥좌에서 내려온 / 폐왕이에요 / 그는 누더기옷을 걸치고도 면류관은 버리지 않아요 / (…) / 그는 지독한 슬픔으로 몸을 망가뜨리지도 / 광기의 날들을 보내지도 않아요 / 그는 가파른 절벽을 내려가 / 느릅 새순을 따오기도 하고 / 한없는 낮잠에 빠지기도 해요 / 그러면 나는 살금살금 발꿈치를 들고 / 걸어나오죠(「폐왕의 환상」 부분) 그런데 그렇게 조용히 찾아가 안부를 묻고 살금살금 걸어나오는 것만으로도, 놀랍게도 현실의 폐왕들은 이상한 활기를 얻고, 세상은 어딘가 조금 낯설어지며 수런거린다. 해설을 쓴 평론가 황현산은 그런 사태를 불러오는 시인의 말을 적절하게도 “현실을 거느리고 이 현실의 시간에서 저 낯선 시간으로 한 걸음을 옮겨딛게 하는 통행증”이라고 썼다. 그의 “무심한 낱말 하나하나”가 이 불행한 현실을 ‘기념’함으로써 그것들의 시간을 “여전히 현실의 시간이면서 조금 낯선 시간”으로 바꾸고, “그때 저 누추한 삶이 그 한 걸음만큼의 의미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 한 걸음의 시간을 위해 시인은 시를 쓴다. 그것은 시인에게는 무엇이든 가능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허방’과 같은 시간(「사십오분의」), 「현관에 앉아 있는 스핑크스」가 내는 질문에 “나는 어디로 갔다 어디로 오는가” 뼈아프게 자문하는 시간이다. 그 힘겨운 시간을 통해서야 지금 이곳의 현실과 가능한 다른 현실 사이의 틈이 비로소 열리고, 고여 있던 말들이 새어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그의 시를 읽는 동안 같은 허방과 같은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럼으로써 시인을 따라 그 아찔한 한 발짝을, 기꺼이 함께 옮겨딛게 된다. 추천사 여기, 쫙 벌어진 악어 입 속에 부글거리는 머리를 매일 넣었다 빼도―머리는 동강나지 않고―지루하기만 한 시간이 있다. 손가락의 반지 자국, 핏물 묻은 신문지로 싸서 냉동고에 숨겨둔 사백만원만 겨우 남는, 비루한 삶이 있다. 바람에 날려가는 제 삶을 배낭으로 눌러 놓고 저울의 균형 속에서만 일탈하려는 고루한 무의식이 있다. 시인은 이 지루함과 비루함과 고루함을 낯설게 재구성하고 병치하여 이상한 현실을 만든다. 여기서는 구름이 걸을 때마다 덜렁거리고 자꾸 무거워지며, 구름이 저울로 계량되고 커다란 자루에 담겨 어느 허공엔가 배달된다. 안개로 포효하고 안개로 쇠고랑을 채우고 안개로 샤워하고 안개

저자 소개

  • 저자 : 이문숙

목차

목차
제1부
악어 쇼
사십오분의
애수교(愛水橋)
책상 아래 벗어놓은 신을 바라봄
덩그마니, 수돗가
미확인물체
구멍을 만들지 않아도
수염 뽑기보다
이상한 호수-가루
치통의 맛을 모르는
그곳의 안개
넉 잠 다섯 잠
라일락 로(路) 1번지
백설공주도 자라선 사자가 된다
권태로운 손가락
제2부
이상한 호수
인면(人面)을 한 물고기
앞니 부러진 만다라
동물도 식물도 아닌
타버린 절에 새순이 돋을 때
그들의 떡이 되고
그곳으로부터
노릇노릇 갈비는
한 잔에 ○○원임
심심해 죽겠
소화 헬기가 떴다
이상한 호수-다리
전광판 날짜가 바뀌면
저울의 무의식
영원 한 대접
썬글라스를 낀 앵무
황혼
제3부
눈이 펄펄
약을 먹는 아침
붉은 스타킹
잔디는 희끗희끗 살고
초승달이 반달로 변해가는 동안
유진상가 그리고 고가도로
옛집을 지나간다
구슬이 굴러
청계천 새물맞이
그냥, 흰색 가지
뉴타운
컷컷컷컷컷노컷
헐럭헐럭 벗겨지는
숨
한 발짝을 옮기는 동안
제4부
홍수 기념비
딱딱한 사월,
소라
수장(首長)은 슬프다
그 많은 구두들은
꽃사자삽
자하문 밖은
A week of 미성(美星)아파트
동물원
폐왕의 환상
피가 마른다
이상한 호수-배우
현관에 앉아 있는 스핑크스
주르륵 흘러내리는
태풍은 북상중
장원서(掌苑暑)
해설│황현산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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