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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산다는 것 7인 신작 소설선

구자명 외 저 | 나무와숲 | 200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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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3632064 / 223쪽 135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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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자본과 시장의 아수라 속에서 번질거리는 욕망의 오니 그려

자본과 시장의 아수라 속에서 번질거리는 욕망의 오니(汚泥)가 빚어낸 좌절과 상실의 아픔들을 그린 7인 신작 소설선 『그와 함께 산다는 것』이 나무와숲에서 나왔다. 한국소설문학상과 한국가톨릭문학상, 한국일보 신춘문예, 부산일보 신춘문예, 중앙신인문학상, 동양문학 신인상 등을 수상한 작가 7인의 문제의식이 오롯이 담긴 최신작 일곱 편이 실려 있다.

“나는 후다닥 화장실 문을 연다. 변기 깔판 위에 덩이가 하나 납작 깔아뭉개져 있고, 바닥에도 일부러 칠한 것처럼 여기저기 똥이 묻어 있다. 누군가가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는 것처럼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 간다. 아무런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다시 보니 벽에도 똥칠이 묻어 있다. 그는 손으로도 만졌다는 얘기다. 다 팽개치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강력한 전류처럼 몸을 휘감는다.”

무너져가는 가족의 뒤편에서 마주치는 노인 문제와 노후를 몸서리쳐질 정도로 냉담하게 그린 표제작, 정환의 「그와 함께 산다는 것」은 무엇이 ‘즐거운 나의 집’을 혐오와 모멸의 공간으로 바꾸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되면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노인 문제가 저 멀리 있는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 우리의 문제라는 점에서 작가의 치열한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어린아이들조차 ‘더러운 통과의례 과정’ 겪는 우리 시대의 슬픈 초상

그런가 하면 ‘타워’로 상징되는 욕망의 바벨탑에서 권력과 부귀를 놓고 벌이는 골육상잔의 처참함과 근친상간적 패륜의 밑바닥을 그린 박종관의 「검은 사랑」, 한 펀드매니저의 몰락과 ‘행복한 눈물’이라는 팝아트 미술작품을 통해 자본과 대박의 망상이 빚어낸 파국을 그린 김혁의 「거품과 눈물」, 그리고 어린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좌절과 상실의 수렁 속에서 허우적대며 스스로를 더럽혀만 하는 ‘더러운 통과의례’ 과정을 겪는 우리 시대의 슬픈 초상을 그린 이시백의 「잃어버린 화살」에서는 인간의 탐욕이 자신과 타인에게 어떤 상처를 주고, 어떻게 파국으로 이어지는가를 볼 수 있다.

한편 요절한 한 유명 화가의 위작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자본이 어떻게 한 화가의 불우한 삶을 조롱하고 훼손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구자명의 「울보여인숙」,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사실 왜곡도 서슴지 않는 다큐제작팀의 비윤리적 취재 행태를 통해 꿈의 상실과 왜곡이 불러일으키는 파국을 그린 배명희의 「모래 세수」, 내로라하는 남도의 문사들이 어우러져 펴내는 가히 비장한 시사(詩社)의 분위기를 특유의 의고체로 비틀어낸 한상준의 「‘연향동파’ 유랑의 길로 나서다」에서도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자본과 권력의 막강한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지난해 소녀들이 밝힌 촛불에 이끌려 광장으로 나아갔던 이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은 이 작품집에서 작가들은 과연 “무엇이 인간을 그 존재로부터 소외시키며, 스스로의 존엄성을 더럽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저자 소개

  • 저자 : 구자명 외
지은이 : 배명희
경북 의성에서 출생. 영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대학원 식품영양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99년 《문학과 의식》 신인상 수상, 2006년 「와인의 눈물」로 중앙신인문학상 수상, 2007년 4월~12월, 《경인일보》에 장편소설
<숨 쉬지 마세요>
를 연재하였다. 작품집으로
<와인의 눈물>
이 있다.  



지은이 : 구자명
1957년 경북 왜관에서 태어나 서울, 하와이 등지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으며,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1997년 《작가세계》에 단편 <뿔>로 등단, 소설집 《건달》, 《날아라, 선녀》, 《진눈깨비》, 에세이집 《바늘구멍으로 걸어간 낙타》 등을 냈으며, 한국가톨릭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2004년 이래 한국미니픽션작가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수필·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적 문학 실험을 꾸준히 해왔다.  

지은이 : 한상준
고2 때부터 교사를 꿈꾸었다. 섬마을 선생이 되고 싶어 섬 생활을 미리 익히려 섬 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했다. 그 후 교사로 임용되었으나 정작 섬 학교로는 발령받지 못하였다. 그해, ‘광주 오월’에 동참하지 못한 부끄러움으로 장발을 고집하던 머리를 박박 밀었다. 가톨릭농민회, Y-교사회, ‘5?10교육민주화선언’에 참여하고, 전남지부 강진지회 지회장으로 활동하다가 전교조 결성과 관련 해직되었다. 그 뒤 교육위원, 교육연구사, 교감을 거쳐 교장으로 8년 동안 일하다가 다시 교사로 발령받아 현재 순천전자고등학교에서 아이들 만나고 있다.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지에 「해리댁의 忘祭」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소설집으로 『오래된 잉태』, 『강진만』이 있다.
  

지은이 : 김혁
베이비붐 세대의 일원으로 충북 영동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졸업하는 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영동신문> 발행인을 역임하였고, 진료하는 틈틈이 장편 <장미와 들쥐>, <지독한 사랑> 외 중·단편 다수를 발표하였다.
이메일 : kimhyok21@hanmail.net  

지은이 : 이시백
1988년 『동양문학』으로 등단. 소설집『갈보 콩』 『890만 번 주사위 던지기』 『누가 말을 죽였을까』 『벌레들』(공저) 『응달 너구리』, 장편소설 『나는 꽃도둑이다』 『사자클럽 잔혹사』, 산문집 『당신에게, 몽골』 이 있다. 제1회 권정생창작기금과 201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2014 거창평화인권문학상과 제11회 채만식문학상을 받았다.  

지은이 : 박종관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충주중, 고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199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돼 등단하였다. 첫 소설집으로 『길은 살아있다』(화남, 2005)가 있으며, 이 소설집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2006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다. 작가는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지원금을 수혜했고 단편소설 『생의 조건』이 2007년 ‘문예지 게재 우수문학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현재 울산소설가협회 회장, 한국작가회의 및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소설21세기>
,
<소설뒷북>
동인으로 활동 중이며 울산성신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일하고 있다.  




지은이 : 정환
2004년 소설 동인 <뒷북>창간호에 <다락방과 나비> <풀벌레의 집>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오래된 슬픔> <그 여자를 보았네> <그와 함께 산다는 것> <다리 위에서> <선택>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책 속에서

시간 죽이려고 다른 데 가서 어슬렁거릴 일이 아니었다. 카페 ‘울보여인숙’의 주인으로 보이는 이 여자한테서도 얻어낼 정보의 양이 쏠쏠할 것 같았다. 자, 어디서부터 시작한담? 그래, 카페의 상호,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차와 술을 파는 집의 이름이 왜 여인숙이며, 그것도 하필 울보 여인숙인지……. 
-「울보여인숙」 중에서

사내의 죽음은 즉시 경찰에 신고되었다. 그리고 사태가 복잡하게 전개되어 나갔다. 요양병원 내에서 사망한 경우라면 문제가 간단했다. 평소 지병도 있었고 건강 상태도 매우 나빴던 터라 병사로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외부에서 사체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엄연한 사망 사건으로 접수되면서 철저한 수사가 시작되었다.
-「거품과 눈물」 중에서

엘리베이터가 빠른 속도로 하강한다. 난쟁이 나라처럼 오밀조밀했던 도심이 커지고 넓어진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소인국과 거인국 사이를 오르내린다. 타워에 들어서면 나는 아주 작아진다. 그러나 지상에 내려오면 거인이 된다. 이 두 세계 사이의 표고 차는 너무 커서 나는 자주 스파이더맨이 되는 꿈을 꾼다. 거미는 가파른 절벽도 자유자재로 기어오른다.
-「검은 사랑」 중에서

“이 따위 말도 안 되는 대본으로 뭘 찍겠다는 거야.”
말도 안 되는 대본으로 작품을 만든 게 한두 번인가. 말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차이는 시청률이 결정했다. 감독이나 내가 아니었다. “그럼 여기서 뭘 찍어야 하는데. 응. 뭘 어떻게 하라고.” 감독이 순식간에 어깨를 움켜잡았다. 
-「모래 세수」 중에서

그랬다. 세월은 그렇게 먹빛처럼 희미해졌다. 아무리 검게 맹세한 말들도 세월에 얹혀 빛이 바래며 서서히 희미해져 갔다. 이따금 전화를 걸어 오는 친구들도 있었다. 처음엔 그렇게 반갑던 전화도 시간이 지나면서, 몇 분을 이어 나가기 어려웠다. 잘 있느냐고 묻고, 이미 몇 번이나 주고받은 다른 친구들의 소식을 건성으로 되뇌게 되었다. 
-「잃어버린 화살」 중에서

출근 시간이 너무 늦어 그의 방문을 조금 열고 건성으로 인사를 던지는 순간, 갑자기 구역질이 난다. 그의 방에서 똥냄새가 코를 할퀴며 달려든 것이다. 나는 조급한 마음과 두려운 마음을 달래며 문을 마저 연다. 그가 걸어간 발자국마다 누런 똥이 묻어 있고, 그것은 그가 앉아 포커게임을 하는 요까지 이어져 있다. 내 시선을 느낀 그는 당황한 아이처럼 엉거주춤 서서 멍한 눈으로 나를 본다. 
-「그와 함께 산다는 것」 중에서

한 달이면 두 번 모이는 게 상례였다. 둘째, 넷째 일요일 저녁 여덟 시 혹은 일곱 시에 모이곤 했다. 여름철이면 기차가 아홉 시에 떠나는 게 아쉬워서 여덟 시에 모이는 것이고, 겨울철이면 여섯 시 조금 지나 입영 열차에 술에 젖은 몸 싣고 논산으로 떠났었지, 하며 삼십여 년 전의 아련한 추억을 곱씹으면서 저녁 일곱 시에 모이는 것이었다.   
-「‘연향동파’ 유랑의 길로 나서다」 중에서
 

목차

책을 내면서

울보여인숙 _ 구자명
거품과 눈물 _ 김 혁
검은 사랑 _ 박종관
모래 세수 _ 배명희
잃어버린 화살 _ 이시백
그와 함께 산다는 것 _ 정 환
‘연향동파’ 유랑의 길로 나서다 _ 한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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