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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0103480 / 360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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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문화다면체(文化多面體) 이경희
이경희(李京姬, 1932- )는 매우 다양하고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서울약대를 졸업한 그는 대학교 2학년 때인 1953년부터 KBS 라디오 프로그램 「스무고개」와 「재치문답」에 고정 박사로 출연하기 시작하여, 이후 KBS 텔레비전 프로그램 「나는 누구일까요?」 「나의 직업은?」 등 20년 가까이 방송 패널로 활동하면서 '이경희 박사'로 세상에 이름이 알려졌다.
이후 그녀는 1970년 첫 수필집 <산귀래(山歸來)>를 출간하면서 문단활동을 시작했고, 열두 권의 수필집을 출간, 자신의 문학세계를 선보여 왔다. 그 중 1973년에 발표한 「현이의 연극」은 중학교 국정국어교과서에 선정되어 삼십 년 가까이 실리고 있다. 또한 1994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12년 8개월 동안 <월간 춤>지에 기행수필을 연재했는데, 이로써 그는 사진가 강운구가 1983년부터 <샘이 깊은 물>에 「이 마을 이 식구」를 10년 동안 연재한 잡지사상 최장기 연재 기록을 갈아치웠다. 수필가로서 새로운 명성을 쌓은 것이다.
한편 그는, 1966년 마닐라에서 열린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한 제1회 UN 세미나」 참가를 시작으로, 「범태평양 동남아여성협회 총회」 「전문직여성(BPW) 세계총회」 「국제여성클럽(ZONTA) 아시아지역 총회」 「세계 펜(PEN) 대회」 그리고 각종 국제도서전 등에 대한출판문화협회 대표로 참가하는 등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많은 기여를 했으며, 1972년부터 1975년까지 3년간 영문일간지 <The Korea Herald>에 「Women's Pattern」이라는 주간 칼럼을 쓰면서 한국 여성의 고유한 정서를 외국인 독자에게 알렸다.
특히 한국의 꼭두극 공연예술이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시절, 국제기구인 유니마(UNIMA, Union Internationale de la Marionnette)에 한국을 가입시킴으로써 한국 현대꼭두극예술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1979년 9월 유니마 한국본부(UNIMA-KOREA)가 설립되면서 유니마 한국본부 회장직을 맡았고, 1981년 4월 꼭두극 전문지인 <계간 꼭두극>을 창간하기도 했다. 1984년에는 동독 드레스덴에서 열린 「제14차 유니마 총회」에서 유니마 국제이사로 선출되었으며, 이때 함께 열린 세계 꼭두극 페스티벌에서 그녀가 설립한 꼭두극단 '어릿광대'에서 제작한 「꼭두극 양주별산대」 공연은 국립국악원 사물놀이패와 김영동의 대금 음악과 함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이는 대한민국이 동구권 국제페스티벌에 참가한 최초의 공연으로, 이 모든 것을 그녀가 이끌었던 것이다. 이후 1988년 그는 「서울 국제 마리오네뜨 페스티벌」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국제적인 문화운동가로 큰 명성을 쌓은 셈이다.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의 유치원 친구이기도 한 이경희는 <백남준 이야기>(2000)로 제19회 현대수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국제 펜(PEN) 한국본부'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이사, '백남준을 기리는 사람들'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타고난 여행가 이경희
이렇듯 다양한 이력을 지닌 그녀가 그 동안 써 온 기행수필을 열두번째 저서인 <이경희 기행수필>에 담아내었다. <월간 춤>지에 12년 8개월 동안 연재했던 기행수필들에서 선별한 글들이 주를 이루고, 예전에 발표했던 몇몇 글들을 덧보태어 엮은 이 책에는, 35년간의 여행 중에서 22개국 52개 도시를 여행하고 쓴 기행수필 53편이 선별되어 실려 있다.
다양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녀 스스로 앞세우는 자신의 직분은 '글 쓰는 사람' 즉 수필가이다. 그래서인지 서문에 '글 쓰는 사람이 외도(外道)를 하느라고 소중한 글쓰기에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하여 문득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사실 이번 출판이 열한번째 책인 <외로울 땐 편지를>(2001) 이후 8년 만이라 그렇지, <월간 춤>지에 13년 가까이 계속해서 글을 써 왔던 그녀였다. 또한 그녀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던 1960년대부터 계속된 여행이 어느덧 그녀의 삶의 테마가 되었다고 하는데,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고 세심한 삶에 대한 그녀의 태도가 여행 속에서 표출되어, 자연스럽게 글쓰기로, 문화운동으로 전이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보면 그녀는 수필가나 문화운동가이기 전에 타고난 여행가인지도 모르겠다. 베테랑 여행가의 여행의 즐거움은, 쿠바 아바나 호텔 아침식당에서의 다음과 같은 구절에 잘 나타나 있다. '여행 중의 아침식당은 늘 즐겁다. 아침의 신선한 생기를 몰고 들어오는 나그네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즐겁고, 갓 구어 나온 빵들이 쌓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와서 즐겁고, '커피 드릴까요?' 하고 주전자를 들이대며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는 종업원들을 만나는 것들이 모두 즐겁다. 그러다가 모르는 얼굴의 신사가 같은 테이블에 앉으면서 '굿 모닝! 함께 앉아도 될까요?' 하면 더욱 즐겁고 즐겁다.'
현지인의 삶의 체험, 그리고 문화예술기행
그녀의 기행수필들에는 빠짐없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하지만 그들은 예술가나 문학가, 정치인 등 유명인사가 아닌, 이름없는 평범한 현지인들인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만난 사람들에게 이름이 뭔지, 직업이 뭔지, 가족은 몇이나 되는지 등 사적인 것들을 묻고, 기록하고, 그들의 삶을 캐낸다. 심지어 쿠바 아바나에서 택시를 타겠느냐는 택시기사의 말에 '혹시, 당신 집으로 나를 안내해 줄 수 있어요? 쿠바 사람의 가정을 방문하고 싶어서요'라고 되물어, 결국 택시기사 안토니오의 집을 따라가고, 거기서 쿠바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게 된다. 현지인들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가는 베테랑 여행가의 '용기'와 '솜씨', 그리고 당찬 '배짱'까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녀의 여행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외에도, 문학과 미술과 문화가 빼곡하다. 쿠바에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베네치아에서 로타 뮐러의 <카사노바의 베네치아>를, 아테네에서 니코스 일리아가스의 <그리스 신화>를, 쿠사다시에서 고고학자 슐리만의 <트로이의 부활>을, 미코노스 섬에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로마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아를에서 알퐁스 도데의 「아를의 여인」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문학 이야기 외에도 아이티의 강렬한 원색의 그림, 남미의 열정적인 춤과 음악, 터키의 민요 「우스쿠다르」와 스페인의 민요 「그라나다」, 마그데부르크에서의 국제 꼭두극 페스티벌, 베를린에서 본 크리스토의 설치미술 〈포장된 국회의사당〉 등 그녀의 여행은 실로 문화예술기행이었으며, 특유의 섬세하고 꾸밈없는 문장으로, 우리는 저자의 안내를 받으며 그곳을 실제로 여행하고 체험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책을 엮으며
카리브 해의 섬나라들―도미니카 아이티 바하마 쿠바
지상의 낙원 에스파뇰라 섬|신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강렬한 원색의 그림이 있는 나라|뱃길에서, 긴 긴 시간 남준이 생각을|나이를 잊게 한 남미의 춤과 음악|안토니오 씨 집과 헤밍웨이의 카페|플라멩코 미사 참례는 참으로 은총이었다|쿠바의 항구엔 노래가 있다네|쿠바를 사랑합니다, 무초 무초!
지중해 크루즈―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프랑스 스페인
백남준의 베네치아와 산마르코 광장|니코스의 외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신화 이야기|「일리아드」에 꿈을 안고 산 고고학자 슐리만|앤서니 퀸의 춤과 <그리스인 조르바>|양식을 먹을 때면 생각나는|우치다 핫켄의 수필|뜻도 모르고 부르던 노래 「우스쿠다르」 | 혁이 오빠의 노래 「돌아오라 소렌토로」|사바티니 식당에서 떠올랐던 코미디 같은 실화| 죽은 뒤에도 산 사람과 가까이 있고 싶어하는 로마인|나의 자화상과 김소운 선생의 크루| 알퐁스 도데의 「아를의 여인」 마을|다시 삶이 주어진다면 구엘 공원에서
스페인 기행―빌바오 그라나다 세비야 마요르카
찾지 못한 프란치아의 어시장과 골목길 아이들|「그라나다」 노래가 절로 나오는 골목길에서|다섯 양자를 키우는 헬즈리 부인과의 만남|떠나기 전날, 혼자서 거리를 걸었습니다
영국 아일랜드 일주―런던 옥스퍼드 카디프 리버풀 요크 에든버러 더블린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을 보다|가방을 맡아 준 벨라드 씨와 점심을 먹으며| 착각 때문에 수난을 당한 피어스 부인|존 레넌이 치던 하얀 그랜드피아노 앞에서|두 양녀를 키우는 말레이시아인 부부|비 오는 날, 홀리루드 궁전은 침울하기만 하고|제임스 조이스를 받아들인 더블린 사람들|흰 빨래가 널린 아이버 씨 댁 뒤뜰에서
북중미 산책―미국 캐나다 멕시코
프렌치 씨에게서 받은 옛 타이프라이터|인상적인 소칼로의 풍경|거지 소년 톰의 궁전 구경|뮤지컬 〈미녀와 야수〉와 찰스 램의 수필 「옛 도자기」|'비키니' 때문에 '와이키키'의 철자를 잊어버리고
유럽 순례―벨기에 독일 체코 헝가리 핀란드 노르웨이 크로아티아
왕과 나|마저 박사를 마지막으로 만난 도시|할머니는 동양 여자가 걱정이 돼서|나이 지긋한 물리학 교수의 안내를 받으며|처음 본 발레 〈마농〉의 군무를 즐기다|순수한 열정으로 의무를 다하며 사는 사람들|푸슈킨박물관의 보나미 씨로부터 온 편지|플랑드르 들판의 젖소들|안톤 체호프가 반한 지중해의 휴양지 오파티야|천으로 포장돼 버린 국회의사당
일본 나들이―도쿄 요코하마 삿포로 오타루
깊어 가는 가을밤 타향의 하늘|우연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브로치에 새겨진 이니셜| | 유람선의 흰 갑판 위를 오르는 관광객들| 차 안에서 동화를 들으며|'글 쓰는 피에로'의 오르골 음악
이경희를 말한다
사금(砂金) 채취의 명수 정비석|주부라는 걸 의식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 황순원|야채 샐러드 한 접시의 산뜻한 미각 김소운|책이 닿은 날 밤 늦도록 읽고 김소운|미묘 섬세한 감각의 삼출 서정주|글은 왜 쓰는가 김현|격(格)을 얻은 수필가 피천득|넘치는 서정미와 인생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 신석상|따뜻한 생활의 향훈(香薰) 신동한|꼭두각시 아줌마! 이헌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