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예상일 안내
주문하신 상품이 한국에서 현지 배송을 위한 출고단계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입니다. 상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출고예상일에 다소 오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상품(예약상품포함)을 함께 주문하신 경우 출고예상일이 가장 늦은 날짜에 맞춰 함께 배송됩니다.

ISBN : 9788984313293 / 240쪽 150 x 210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
폴 칼라니티
-
도미닉 페트먼, 유진 새커
-
김소영
-
나태주
- 17,820
- 27,000
- 15,120
- 16,650
출판사 리뷰
기적 같은 순정이 살아 숨 쉬는 땅,
진메 마을에서 부르는 시인의 노래
2008년 8월, 38년 만에 덕치초등학교를 완전히 졸업한 ‘촌놈’ 시인 김용택이 다시 쓰는 진메 마을 이야기. 이순을 맞아 자연인으로서 인생2막을 열게 되었음을 알리는 시인의 첫 산문집이다. 불안하지만 설레는 첫출발처럼, 절망스럽고 아픈 농촌의 현실 속에서 자연과 공동체가 던져주는 희망 메시지를 채집했다. 5월의 강가로 다시 돌아온 후, 뿌리를 잃고 부유하는 현대인들의 원형이 자신이 나고 자란 공동체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피부로 새삼 체험한 기록이다.
한순간 객기에 못 이겨 서울살이를 했던 몇 달간을 빼고, 시인은 청춘과 문학의 열병을 앓던 젊은 시절부터 육십 평생을 고스란히 진메 마을 어머니 곁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과 놀았다. 촌부 아버지를 둔, 뼛속까지 촌놈인 그가 궁극적으로 다다른 곳은 ‘오래된 마을’의 어머니 품이었다.
“내 육체는 마을 흙으로 빚어졌고, 내 피는 그 강물입니다. 내 노래는 그 강가에 사는 사람들의 일과 놀이 속에서 그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나왔습니다. 내 핏줄은 그 강물로 이어져 있어 그 강물이 아프면 내가 아프고 그 땅이 아프면 내 몸이 아픕니다. 그 강물이 울면 나는 강물을 뒤로하고 돌아앉아 산을 안고 울었습니다.”라는 시인의 고백이 절절하다.
현대인이 잃어버린 원형의 부활을 꿈꾸며
아스팔트와 아파트로 뒤덮인 인공숲을 부유하는 현대인들은 대체로 향수병을 앓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 풀꽃 화분 하나라도 들여놓고 싶어하고, 주말엔 맑은 공기와 흙을 찾아 경쟁하듯 산에 오르고, 영화
<워낭소리>
열풍에 동참한 이들은 틀림없이 본향(本鄕)을 찾아 떠도는 향수병에 걸린 것이다. 발을 딛고 설 대지를 잃어버린 현대인의 몸부림인 것이다.
진메 마을은 현대인의 본향을 일컫는 하나의 대명사다. “가난하나, 따사로운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을 매만지는 손이 있고, 그 아름다운 손으로 땅에 씨를 묻는 화사한 얼굴들”이 실재하는 곳이다. 뿌리는 도시에 두고 있지만, 가까운 곳에 흙냄새와 꽃냄새가 진동하는 고향이 있다는 생각만으로 마음 든든해하는 현대인의 이기적인 정서를 시인은 굳이 비판하지 않는다. 다만 그 본향은 마지막까지 우리가 지켜야 하는 원형임을 날것 그대로의 목소리로 거듭 강조할 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의 본향은 어리석은 개발논리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 잘 먹고 잘살겠다는 일념 하에 농촌과 농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더욱 강화되는 삽질정책으로 농촌과 농민의 삶은 더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나마 28명 중에 성한 사람은 서넛밖에 안 된다는 시인의 어머니 말씀이 진메 마을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한미 에프티에이 뉴스를 들은 날, 농촌에서 팔십 평생 밭을 일군 어머니 생각에 ‘얼치기 시인’ 아들은 잠 못 이룬다.
다시 봄날은 오고, 배는 돌아오리라
평생을 초등학교 평교사로 지낸 시인은 진메 마을까지 들이닥친 불도저 앞에서 무력하다. 낮은 목소리로 본향의 중요성을 읊조리지만, 그 목소리의 울림은 언제나처럼 뚝뚝 끊어진다. 그럼에도 그의 인생2막은 고스란히 낮은 목소리로 본향을 지키고 노래하는 데 바쳐질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시인으로 한평생 살아온 자신의 소명임을 알기 때문이다.
‘춥고 어두운 겨울 바다 끝에서 해를 싣고 집을 찾아오는’ 외로운 배는 마침내 끝끝내 봄을 찾아 돌아오리라고 했던 마지막 문장처럼, 지난한 겨울의 침묵을 깨고 다시 꽃피는 봄날을 기다리며 시인은 오늘도 ‘소 탕 물’(소 외양간에서 나오는 물)처럼 갈색으로 변질된 강가에 선다.
진정한 봄의 귀환은 이루어질 것인가? 선생으로서 김용택이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마지막 숙제다.
워낭소리>
저물녘에 바람이 불 때 앞산의 나무들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나무들이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장관이었어요. 잎들이 하얗게 뒤집어지는 앞산을 보고 나는 감동했습니다. 참나무 잎이 뒤집어지면 사나흘 뒤에 비가 오지요. 감동 잘 하는 내가 홀로 감동을 하려니 조금 벅찹니다. -44쪽
못자리를 할 때 볍씨를 뿌리고 그 위에 비닐을 덮어둡니다. 비닐을 덮고 바람에 날리지 못하게 비닐 자락에 1미터 간격으로 흙을 한 삽씩 떠서 얹어두지요. 그런데 벼들이, 그 연하고 여린 벼 잎이 올라오면서 비닐이 점점 들어 올려져요. 정말 놀랍습니다. 그 가늘고 가는, 그리고 아무런 힘이 없어 보이는 여린 벼 잎들이 힘을 합쳐 흙을 누르고 있는 그 무거운 비닐을 들어 올리며 싹을 키우는 것이지요. 놀랍지요. 신기하지요. 무심하게 볼 일이 아닙니다. -51쪽
슬레이트 지붕은 옛날에 이은 그대로여서 이제는 다 낡고 색이 바랠대로 바래서 우중충한 게, 영 나간 집 같습니다. 전지를 했는데도 탱자나무가 자라서 지금은 그 집 마당이 잘 보이질 않습니다. 어느 날은 그 집 마당 빨랫줄에 팬티 하나, 몸빼 하나, 오래된 윗옷이 하나 걸려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긴 빨랫줄의 빨래를 오래오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눈물이 나왔답니다. 혼자 울었지요. 울먹였답니다. 빨랫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살다 보면 어쩔 때, 그럴 때가 있잖아요. -59쪽
아버지는 꼭 소 목에 핑경(워낭)을 달아주었는데, 그 수소의 핑경 소리는 늘 고르고 평화로웠습니다. 소 목에 걸린 핑경 소리를 듣고 우리는 소의 동태를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그 소가 우리들을 바라보던 그 정다운 눈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무튼 소가 어찌나 잘생기고 크던지 전락북도 종우 대회에 나갔지요. 대회에 나간 날 아침, 소에게 굿칠 때 두르는 울긋불긋한 굿 띠를 이리저리 보기 좋게 둘러 장식을 했지요. 굿 띠를 두른 소가 외양간을 빠져 나올 때 동네 사람들은 모두 탄복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 소가 전라북도 종우 대회에서 2등을 해왔습니다. 금테 두른 아주 근사한 상장과 금일봉을 탔지요. 아버지 생전 처음 받은 상장을 나는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68쪽
지금 아파트 건물이 들어선 도시의 곳곳이 옛날에 논이나 밭이 아니었는지, 벼가 자라고 보리가 자라고 복사꽃과 살구꽃이 피는 과수원은 아니었는지, 시냇물만 복원할 게 아니라 우리들이 살고 있는 도시의 한복판에 논이나 밭도 얼마쯤 복원해보면 어떨지, 사람들이 공원에서 나무나 집이나 물만 볼 게 아니라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의 손이나 땅을 파는 호미질 소리나 괭이질 소리나 삽질 소리를 듣게 하는 것은 어떨지, 허리 굽혀 땅을 파는 사람들 손끝에서 자란 곡식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어떨지, 나는 그런 아주 ‘생태 순환적’이고 ‘친환경 농업적인’ 생각을 한번 해보았습니다. 시장이 어디를 가다가 논에 풀이 있으면 구두를 벗고 들어가 풀을 뽑고, 장다리꽃 피는 보리밭에 들어가 쭈그려 앉아 지심을 매고 있는 모습은 시민들에게 얼마나 든든해 보일까요. 그런 생각을 한번 해보았습니다. -76쪽
“말도 마라.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로 시작되는 저분들의 일제식민지와 배고픔과 6.25전쟁 속에서 살아온 일상을 우리가 어찌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아무 힘없는 사람들이 겪어왔을 역사적인 격동과 격변의 그 모진 세상 세월을 누가 다 말로 하고 글로 쓰겠습니까. 어떤 역사도 이념도 어떤 주의도 저분들의 편이 되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분들은 그냥 다 견디고 살아왔지요. (중략)
우리가 사는 세계는 지금 낡은 것들을 벗어던지며 저만큼 성큼성큼 앞서가고 있는데,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사고방식으로 낡은 나라의 틀을 고수하며 우왕좌왕 허둥대는 우리들의 모습이 참으로 누추하고 초라해 보입니다. 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도대체 지금 저 할머니들 앞에서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98쪽
같이 먹고 일하고 같이 놀았던 동네 사람들은 일을 할 때도 가만히 보면 참으로 신기하게도 모두 쓸모가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모내기할 때, 집을 지으며 지붕에 흙을 얹을 때, 명절날 굿을 칠 때, 동네 사람 모두가 쓸모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쟁기질을 잘하고, 어떤 사람은 지게를 잘 만들고, 모내기철이나 바쁠 때는 주전자 들 힘만 있으면 아이들도 모두 집안일과 동네일에 힘을 보탰습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은 정자나무 티에 앉아 물가에서 노는 아이들을 지켰습니다. 정말 마을은 완전고용이 저절로 이루어진 사회였던 것입니다. -104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