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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8760887 / 432쪽 146 x 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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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토 히로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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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책이 외친다. “구해 줘!!”
에릭은 샌드비켄의 불 켜진 건물 앞에 앉아 있다. 봄이 시작되었지만 샌드비켄의 날씨는 여전히 얼음장 같다. 엄마가 사라진 이후 아빠는 엄마의 추억이 없는 곳을 찾아 샌드비켄으로 이사를 했다. 에릭이 어디를 가든 지니고 있는 책 《마르키타 공주를 구하라》는 엄마가 사라지기 며칠 전 에릭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
책의 주인공 마르키타는 얼음나라 비스랜드의 공주다. 임종이 가까워오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비스랜드를 다스려야 하는 마르키타는 이제 겨우 열여덟 살이다. 스키점프, 봅슬레이, 스케이트 등 스포츠 이외에는 어디에도 관심이 없는 철부지 마르키타는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위험이 닥칠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왕실에 원한을 품은 퇴테볼 수상이 왕권을 손에 넣으려고 갖가지 계략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 요즘 에릭에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분명히 책 속의 등장인물인 모피인간이 에릭의 동네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다. 뿐만 아니다. 몇 번이고 읽었던 책이 어느 날은 내용이 바뀌어 있고 심지어 페이지가 텅 비어 있기도 하다. 에릭은 이 믿을 수 없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또 다른 《마르키타 공주를 구하라》를 사러 나간다. 동네의 작은 서점에서부터 대형서점, 심지어 헌책방까지 모두 뒤져 보았지만 책은 어디에도 없다. 에릭이 갖고 있는 《마르키타 공주를 구하라》가 세상에 남은 마지막 출판본이었던 것. 휠체어에 앉은 어린 소년 에릭. 위험에 빠진 마르키타를 구할 수 있는 건 이제 에릭뿐이다.
-책 속의 영웅, 실제로는 절대 만날 수 없다?
책 속의 책이라는 설정은 사실 전혀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 그러나 《마르키타 공주를 구하라》는 기존의 진부한 설정에서 한 발짝쯤 더 나아간다. 주인공 에릭은 스스로 이야기 속으로 뛰어들어 이야기의 한 부분이 되고, 결국 마르키타 공주와 함께 책의 결말을 만들어낸다. 《마르키타 공주를 구하라》는 에릭의 모험을 통해 독자와 책, 즉 문학과 현실의 벽을 무너뜨렸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에릭은 새로 이사한 동네에서 스케이트보드를 자유자재로 타는 빨강머리 소녀 트롤라를 만난다. 휠체어와 스케이트보드에서 대비되듯이 둘은 정반대의 성격을 지녔지만 마르키타의 이야기를 매개로 친구가 된다.
마르키타 공주를 구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나라 비스랜드를 찾아 떠나는 와중에 에릭이 모피인간에게 납치되고, 트롤라는 에릭이 남기고 간 책 속에서 에릭을 발견한다. 휠체어 없이도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는 책 속의 에릭. 책의 내용은 에릭이 잡혀간 곳을 찾는 훌륭한 힌트가 된다.
-책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린 판타지!
책과 현실이 교묘히 엇갈리며 점차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 나간다. 비현실적으로 큰 키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피를 걸치고 다니는 모피인간, 얼음나라의 공주 마르키타와 그녀의 약혼자 브렉케, 난쟁이만큼이나 키가 작은 사악한 정부수상 퇴테볼 등으로 대표되는 책 속의 인물들. 휠체어에 앉은 에릭, 스케이트보드를 탄 빨강머리 트롤라, 보통의 경찰들보다 상상력이 풍부한 그린란드 출신의 경찰 스톨베어로 대표되는 현실의 인물들. 이들이 책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실종되었던 에릭의 엄마. 계속되는 예상을 뒤엎는 전개 속에 독자들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들은 경이로운 미지의 세계로 들어왔다. 밖은 온통 우중충한 회색빛이었는데, 동굴 안은 모든 것이 반짝반짝 빛났다. 종유석 뒤로 조명등이 달려 있어서 마치 동굴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착각이 들어싿. 마르키타가 사는 세상이 꼭 이렇게 생겼을 거야. 에릭은 생각했다. 이 깜빡이는 불꽃들은 반딧불이 애벌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것과 같을 거고, 안나 리자에게 휠체어 운전을 맡긴 채 에릭은 탄성을 지르며 깊숙한 굴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건넜다. 뾰족하게 돌출된 석순이 천정에 매달린 종유석과 맞붙어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금발머리는 이 결정체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것의 나이와, 붉은 까마귀, 네 자매, 나비들의 왕 등 형태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도 알려주었다. 셋은 그들이 지금 양복 입은 남자를 추적하는 중이라는 걸 거의 잊고 있었다.
-p.154
트롤라는 벌떡 일어나 책을 구석에다 집어던졌다. 책은 문 옆에 떨어졌다.
트롤라는 놀라 소리쳤다.
"책, 난 네가 나에게 말하는 게 싫어! 나는 너를 읽는 사람이야. 그게 전부라고! 네가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할 수는 없어!"
트롤라는 침대에 몸을 던지고 울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마르키타에게 경고를 해 준단 말이야? 이렇게 갇혀있는데! 제발, 날 좀 가만히 내버려 둬!"
트롤라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트롤라는 책을 다시 펼쳐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눈물이 마르자 트롤라는 손가락 끝으로 책을 집어 들어 아노락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지퍼를 잠갔다. 이제부터 이 책에 신경 쓰나 봐라!
-p.354~3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