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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이해하기 경쟁.명령.변화의 3차원 경제학
원제 : Understanding Capitalism: Competiton, Command, and Change
ISBN : 9788990106827 / 720쪽 185 x 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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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1. 여전히 맨큐? 아니, 굿바이 맨큐!
최근 흥미로운 일화가 있었다. 폴 크루그먼그레고리 맨큐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 대학 교수가 작년 연말 자신의 블로그에 “엉터리 인물들(hacks)이 가고 뭔가 할 줄 아는 인물들이 온다”면서 오바마 경제팀의 인선을 환영하는 글을 올렸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대통령의 경제학 교사로 불린다) 의장을 지냈던 맨큐는 이를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 즉각 블로그에 “부시 행정부 때 등용된 경제학자들의 수준이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반박하는 글을 썼다. 맨큐를 비롯한 주류 경제학자들의 이론이 최근 심각한 금융 위기와 경제위기로 ‘시대적 적합성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논쟁은 정부 정책의 영역이나 경제학자들 간의 논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계속 ‘맨큐의 경제학’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문제로 옮겨 가고 있다.
경제학 분야의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는 누구일까? 2006~2008년 상반기까지 대학 교재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무엇일까? 당연히 그레고리 맨큐,<맨큐의 경제학>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학 교과서 시장은 <맨큐의 경제학>, <테일러 경제학>, <버냉키·프랭크 경제학>, <스티글리츠의 경제학>, 최근 출간된 <크루그먼의 경제학> 등 5대 강자가 분점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맨큐의 경제학>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이 책은 맨큐 교수가 책을 집필하기도 전에 출판사로부터 140만 달러라는 거액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1997년 책이 출간된 이래 전 세계 20개국에서 번역판과 번안본이 나왔으며, 영어판으로만 1백만 권 이상이 팔려 맨큐의 경제학이 “지구를 점령”했다거나 ‘맨큐 제국주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맨큐의 경제학>의 인기는 한국에서 훨씬 대단하다. 국내 경제 분야의 베스트셀러이자, 중학생 논술 교재, 자사고·외고에서 원서 수업 교재로 사용하는 책은 예외 없이 이 책이다. 대학 경제학 수업 교재로뿐 아니라 취직 공부를 위해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이 책을 본다. 직장인들도 퇴근 후 이 책으로 경제학 세미나를 하고, 경제학자들이 2007년 “차기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꼽았다는 이 책은 1999년 초판이 나온 이래 매년 2만5천 권 이상, 누적으로는 20만 권 이상(2007년 기준)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1974년 조순 교수의 <경제학원론>이 출간되면서 경제학 서적 분야를 평정해 그 후 20년간 학생들과 고시생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많은 사람들이 과거 청년 시절 경제학에 눈을 뜨게 해준 책으로 이 책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맨큐’가 등장하고 난 뒤 그 위상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어졌다.
<맨큐의 경제학>이 출간되면서, 그 이전 반세기를 지배했던 <새뮤얼슨 경제학 원론>은 “재미없는 경제학의 원조”, “경제학을 세상과 유리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악평의 대상이 된 반면, <맨큐의 경제학>은 현실의 사례를 활용해서 이해하기 쉽게 서술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교과서보다 빨리 변하는 법. 흥미롭게도 요즘 경제학이 세상과 너무 동떨어져 가고 있다는 똑같은 비판을 지금 <맨큐의 경제학>이 받고 있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경제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 정도라거나, 점점 더 많은 경제학자들이 재정과 통화정책이라는 주제를 초월해서 경제적·사회적 자본이 서로 섞이고 부와 감정이 만나는 정치 사회 구조에 대한 이해로 관심을 옮겨 가고 있다는 것, 수량 분석과 계량 경제에 치우친 기존 경제학 경향에 대한 반성, 산업구조의 변화, 세계화, 만성적 정체, 불평등 문제, 생태 문제, 심각한 세계적 금융 위기와 경제 불안정 등 새로운 이슈가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근거들이다. 한국에서도 경제학 연구자들의 모임인 한국사회경제학회가 2008년 “경제학원론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 비판과 대안”이라는 심포지엄을 열어, “‘맨큐의 경제학’이 구매·판매·생산·소비 과정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자본주의 이해하기>는 <맨큐의 경제학>등 기존 경제학 교과서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를 포괄하면서도, 최근의 이론적 성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자본주의 경제 현상의 변화와 위기를 다루기 어려웠던 기존 교과서들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일종의 대안 교과서다. 원제는Understanding Capitalism: Competition, Command, and Change이며,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2005년에 출간한 3판이다. 35년간 하버드 대학, 애머스트 소재 매사추세츠 주립대학, 사라 로렌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경제학 원론을 가르친 경험으로 이 책을 만들었고, 1판이 출간된 이후 학생들과 수많은 경제학자들의 조언, 학문적 성과를 반영해 현재의 3판으로 수정 증보했다.
필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경제학 분야에서 새로운 접근을 주도해 왔던 대표적인 학자들이다. 특히 새뮤얼 보울스 교수는 과도한 수학과 모형으로 추상화된 경제학 교육을 비판하면서, 인간과 사회 그리고 역사 속에 뿌리를 둔(embedded) 경제학을 가르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스스로 교육 문제와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중요한 연구 성과를 냈고 최근에는 이 책의 번역자 가운데 한 명인 최정규 교수와 함께 <사이언스>지에 “자기 집단 중심적 이타성과 전쟁의 공동 진화”(The Coevolution of Parochial Altruism and War)라는 논문을 게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학자에게 주는 저명한 경제학상인 ‘레온티예프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저자인 리처드 에드워즈, 프랭크 루스벨트 교수 역시 경제사, 인구학,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정규·최민식·이강국 교수 등 역자들도 노동경제학, 제도와 규범, 인간의 행동에 대한 미시적 설명, 금융 세계화가 성장과 분배에 미치는 영향 등 경제학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실제 이 책에서도 경제학의 일반적 주제인 수요와 공급, 시장 경쟁, 인플레이션, 실업 등의 문제를 포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의 엄청난 역동성과 생산성, 인간 행위의 심리적 기초,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논리와 한계, 새로운 지식 기반 경제와 기술 변화, 계급 간의 갈등을 동반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경기변동, 거시경제에서 정부 역할의 중요성, 전 지구적 경제통합과 그것이 일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경제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기존 경제원론에는 위와 같은 시도들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있지 않다. 경제 이론은 이러한 성과를 이어받아서 하루하루 내용도 깊어지고, 그 적용 범위도 확대되고 있지만, 경제원론에서 전달되는 내용에는 이런 최근의 발전들이 반영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2. 1차원 경제학 vs 3차원 경제학
전통적인 경제학 접근은 1차원적이다. 그것이 1차원적이라는 의미는 경제의 수평축(즉 경쟁)에만 초점을 맞출 뿐 수직축(즉 지배와 명령)이나 시간(즉 변화)이라는 축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경쟁과 시장 교환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보지만 그것은 전체 이야기의 일부에 불과하며, 수직적 차원과 시간의 차원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본다는 점에서 ‘3차원 경제학’이라고 부른다.
정치경제학의 수직적 차원(즉 명령)에서는 권력관계의 존재를 고려한다. 대개의 경우 전통적 경제학자들은 경제를 분석할 때 이런 권력관계를 포함시키지 않는다. 대신 권력에 대한 연구는 정치학자들의 몫으로 돌린다. 아바 러너(Abba Lerner)라는 저명한 경제학자는, 경제학은 이미 해결된 정치적 문제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사회과학의 ‘여왕’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치적인 문제가(예컨대 한 사회가 어떤 사법 체계나 법률적 틀을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 등이) 모두 해결되고 나면, 그때 비롯되는 관계들은 계약 및 시장 교환만을 기초로 한 상태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3차원 경제학은 이미 해결된 정치적 문제들로 연구를 제한하지 않는다. 3차원 경제학은 명령이 인간의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의 하나라는 사실에 주목함으로써, 권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영역이자, 노동자와 고용주 간에,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거대 기업들 사이에 끊임없고 치열한 싸움이 존재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공간으로 경제를 취급한다. 따라서 정치경제학에서 정치(political)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이유는 어떤 경제에서든 권력관계가 중요한 측면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3차원 경제학의 세 번째 차원인 변화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것이 곧 역사를 공부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사회에서 변화의 과정은 과거에 대한 고려, 그리고 과거가 어떻게 변화해서 결국 현재가 되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이해될 수 없다. 정치경제학에서 변화는, 시간을 한순간에 정지시켜 놓은 것으로 가정하는 전통 경제학의 정학적 접근과 대비되는 것이다. 정치경제학에 따르면 경제 현실은 동학적으로 훨씬 잘 표현되는데, 동학은 어떤 상황을 굳어진 것이 아니라 변화의 과정으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신고전학파의 접근이 정지된 사진이라면 정치경제학은 영화에 비유할 수 있다.
3. 가치중립의 경제학 vs 가치를 중시하는 경제학: 좋은 경제체제란?
흔히 경제학은 가치중립의 학문이라고들 한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가치와 규범의 문제를 따지려 하지 않는다. <맨큐의 경제학>역시 가치의 문제를 “[이 가치관의] 차이를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는 없다. 사실 경제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식으로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경제학이란 애초부터 수많은 논쟁과 토론의 영역이라고 본다. 즉, 경제학에서 논쟁은 “어떻다”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어떠해야 한다”에 관한 것을 포함한다. 즉 “어떻다”의 특정 측면을 조사하겠다고 선택할 때, 대체로 “어떠해야 한다”라는 관점으로부터 강하게 영향을 받게 된다. 경제의 모든 측면에 똑같이 관심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치는 그가 경제 분석을 통해 어떤 질문에 대답하고 싶어 하는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둠 속에서 잃어버린 차 열쇠를 찾으려면 열쇠가 어디쯤 있겠다는 생각이 있어야 그곳에 손전등을 비출 수 있는 것이다. 가치는 또한 경제체제가 좋은지 나쁜지, 즉 한 경제체제의 어떤 과정이나 결과가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는 데 기초가 된다. 따라서 이 책은 경제체제를 세 가지 기준에서 평가한다. ① 경제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얼마나 경제활동을 잘 조직했는지(효율성), ② 한 경제체제 안에서 사람들이 그 체제의 부담과 혜택을 공평하게 지고 누리는지(공정성), ③ 마지막으로 얼마나 민주적으로 작동하는지(민주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