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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07544 / 240쪽 121 x 1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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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문학동네 시집 [148]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그대 내게 오지 않음은 만남이 싫어 아니라 떠남을 두려워함인 것을 압니다.” 2009년, 청춘들의 사랑과 인생을 대신 노래해주고 있는 것이 대중가요라면, 80년대 우리 청춘들에겐 「사랑굿」이 있었?다. 사랑도 인생도 한판 굿, 임을 이보다 더 가슴 저리게 깨닫게 해준 시인이 또 있었던가. 한참 새로운 사랑에 눈뜰 때, 잠깐 헤어지는 것도 아쉬워 돌아서는 발걸음을 얼른 떼지 못할 때, 다시는 보지 말자고, 서로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헤어지고 난 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어느새 그 사람의 집 근처를 몰래 서성이다 돌아설 때,... “그대 내게 오지 않음은 만남이 싫어 아니라 떠남을 두려워함인 것을 압니다.” 2009년, 청춘들의 사랑과 인생을 대신 노래해주고 있는 것이 대중가요라면, 80년대 우리 청춘들에겐 「사랑굿」이 있었다. 사랑도 인생도 한판 굿, 임을 이보다 더 가슴 저리게 깨닫게 해준 시인이 또 있었던가. 한참 새로운 사랑에 눈뜰 때, 잠깐 헤어지는 것도 아쉬워 돌아서는 발걸음을 얼른 떼지 못할 때, 다시는 보지 말자고, 서로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헤어지고 난 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어느새 그 사람의 집 근처를 몰래 서성이다 돌아설 때, 우리는 백여든세 편의 「사랑굿」을 떠올렸고, 남몰래 낡은 일기장 한쪽에 베껴써넣었다. 그 시절, 「사랑굿」은 모든 청춘의 언어였다. 「사랑굿」은 단순히 마음속 하나의 감정으로 머물지 못하는, 상대에게 쉽게 보여주고 설명할 수 없는 그 마음을 대신 그려주었고, 그런 마음들은 출간된 지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굿」을 자신의 블로그에, 일기장 한켠에 써넣게 만들었다. 사랑은 사랑으로 서럽고 사랑으로 기뻐도 흙이 되어 떠날 것을 바람 되어 만날 것을 그대의 어둠보다 더 깊은 어둠이 내게 기대어와도 그리움은 영원인 것을 _「사랑굿 124」 중에서 사랑을 하는 이는 무당(巫堂)이다. 내림굿을 받은 이에겐 ‘나’가 없고 ‘신(神)’만 있다. 사랑을 하는 이도 마찬가지다. 그에겐 ‘나’가 없고 ‘당신’ 혹은 ‘그대’만 있다. 사랑은 속수무책이다. 애정에 손 묶인 우리들은 그래서 굿을 한다. 나를 죽이고 당신을 내 몸속에 품는다. 그러나 ‘나’의 죽음을 통해서도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당신을 통해서 새롭게 태어난 ‘나’로 인해 불완전한 사랑이 완전하게 완성된다. 80년대, 세 권으로 선보였던 총 183편의 「사랑굿」 연작은 이십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빛난다. ‘사랑’이 가장 특수하고 주관적인 것인 동시에 가장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까닭일까. 어쩌면 삭막하고 파편화된 이 시대에서 사랑은 더욱 이야기되어야 할 ‘무엇’이기 때문일까. 사랑, 그 역설(逆說)의 시학 ‘사랑’은 어찌 보면 운명이며,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질병 같은 것이다. 잊어버리려고 노력도 해보지만 그것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럴수록 마음은 더욱 간절해지고, 병은 더 깊어져서 우리를 괴롭힌다. 잊어버리자 해도 여러해살이 종기처럼 전신 발열을 일으키는 시들지 않는 나의 전체 _「사랑굿 3」중에서 이미 사랑은 종기처럼 퍼져 ‘나의 전체’가 되어버렸다. 더이상 물러설 길은 없고, 우리는 배수의 진을 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조차 쉽지 않다. 당신은 내가 당신을 ‘원하면 원할수록’ 나로 하여금 ‘치사량의 피’를 흐르게 한다. ‘가면 가는 만큼’ 당신은 물러선다. 당신에게 도달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날을 수 없는 날개를 가지고 그대에게 간다 _「사랑굿 14」중에서 애초에 날 수 없는 날개를 가지고 태어난 우리가 그 날개를 질질 끌며 당신에게로 간다. 그래서 사랑은 역설(逆說)이다. 언제나 과잉이거나 결핍인, 애초에 동등하게 나눠 가질 수 없어 너도 나도 만족스럽지 못한, 그래서 때때로 죽을 만큼 기쁘고 죽을 만큼 슬프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다. 그 불평등의 자리에서 사랑은 태어난다. 시인은 그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다르다 하면 하나로 되고 같다고 보면 거리가 있어지는 그대 누구시오 _「사랑굿 5」중에서 나만 흐르고 너는 흐르지 않아도 나는 흘러서 네가 있는 곳으로 간다 _「사랑굿 38」중에서 당신을 위한, 당신에 의한, 끊임없는 사랑의 굿 길은 없어도 세상에 없는 우리가 되자 _「사랑굿156」중에서 사랑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없다면 차라리 ‘세상에 없는 우리’가 되자고 시인은 얘기한다. 여기서 사랑은 한 세계의 창조가 된다. 이전에 없던 길이 탄생하고 곧 그 길은 ‘길 없는 길’이 된다. 그대 원하는 형상처럼 될 수 없고 내 형상대로 그대 만들 수 없네 _「사랑굿92」중에서 오로지 당신만을 향하는 내 마음이지만, 그 마음의 크기나 질감을 상대방은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를 ‘내 형상대로’ 만들 수도 없다. 다만 우리에겐 ‘세상에 없는 / 우리가 되자’는 다짐만 있다. 이것이 사랑에 대해 품을 수 있는 작고 유일한 희망이다. 새로운 아침을 기다리며 아직도 울 수 있는 것을 마음의 기쁨으로 여기는 일 _「사랑굿65」중에서 당신으로 인해 울 수 있다면 그것은 기쁨이다. 우리는 여전히 울어야 하지만 ‘새로운 아침’을 기다릴 수 있다. 미완성이지만 끊임없이 완성을 향해 수렴해가는, 불완전한 존재로서 완전을 향해가는, 어쩌면 이런 과정이야말로 사랑이며 인생일지도 모른다. 무당이 된 우리에게 ‘새로운 아침’은 어떤 계시(啓示)로써 다가온다. 또다시 펼쳐진 거대한 사랑의 굿판을 감당해야 하는 우리에게 『사랑굿』은 좋은 매뉴얼이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사랑굿」이 사랑 앞에 서 있는 우리들에게 제안한다. 사랑의 시간을 원한다면, 즉 현재를 길고넓게 만들어 ‘우주와 생명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기를 원한다면, 우선, 그대를 향해 “나를 낳게 하라”고. 그대 안에서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라는 것이다. 그런 다음 “서로를 갈고 닦”아 꽃이 만발한 봄을 만끽하되, “변함없이 서로 지켜 내일을 오게 하”라고. 그렇게 오는 내일이 “그대를 그대에게 되돌려”주고 난 뒤라고 하더라도 ‘나’는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다. 내일의 ‘나’는 “새벽 속에서 스스로 태어나”는 새로운 ‘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_이문재(시인)
그곳이 어디든
무심(無心)한 곳으로
나는 가고 싶네
세상살이로
흐려진 눈
밀어버리고
혼자서 무어라
지껄인대도
들어줄 이 없는
적막에 싸여
그대를
조금씩 단념하면서
적막을 보태어
살다가 보면
설움도 나를
놓아주리니
- 「사랑굿 7」
목차
사랑굿1
~
사랑굿183
해설|이문재 '죽어라,그대가 죽기 전에'_사랑,그 지독한 관계의 역설
시인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