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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9662203 / 386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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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태학총서 [37]
출판사 리뷰
기와 간은 무엇인가
유몽인에게 ‘기(奇)’는 기이한 말, 고인들이 쓰지 않는 말, 새로운 말을 의미하였다. 그는 기이하고 새로운 말을 쓰기 위해서 상투적인 표현을 배제하고 의식적으로 고인들의 이미 쓴 말을 쓰지 않으려 했다. 그에게는, 고인이 이미 썼던 말을 쓰는 것은 모방과 표절이며, 모방과 표절은 진부한 말이 되고, 진부한 말은 기이하지 않게 된다. 명언(名言).격언(格言)이라도 답습해서는 안 되고, 더구나 구어 차원에서의 모방과 표절은 마치 ‘고리로 묶어 기둥에 매어 놓은 원숭이가 종일 빙빙 돌아다니지만 같은 자리만 계속 밟는 것’과 같았다. 이것이 유몽인의 기 추구 문학론의 핵심이다. 한 구절 안에서 일반적인 배치를 벗어난다던지, 전체 서사에서 이외의 병치를 한다든지, 익숙한 것을 낯설게 혹은 은미하게 제시하는 우언(寓言).역설(逆說).꿈 등 각종 수사법도 이러한 기를 활용한 방법이었다. 또한 기를 표현해 내기 위하여 그는 문체의 격식을 무시하고 관심 분야를 전면에 부각시키는 방식을 도입하는데, 일화를 전면적으로 활용하여 서사성이 강한 글로 만들었다. 「어우야담」「어우집」의 많은 글들이 이에 해당한다. 결국 기는 내용과 결부되면서 소재적인 측면과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관심이 영역이 된다. 여기서 기이(奇異)는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없거나 일상적인 것은 벗어난 이상한 일,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없는 초현실적인 일, 괴인한 것, 화상적인 것을 포함한다. 기이의 세계가 그의 문학 속에 수용되면서 기이한 행적을 보였던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나는데, 평범하거나 규범적인 인물보다는 기행을 일삼았던 이승(異僧).방사(方士).도술적 인물들이 「어우야담」에 실려 있는 경우가 그러한 예다.
‘간(簡)’은 간략함 또는 간결함을 추구한다. 어구의 중복을 피하는 일은 기본적인 것이고, 허사를 줄이고 구를 짧게 한다. 그러나 글자나 구를 줄임으로써 결과적으로 내용이 그만큼 반감된다면 진정한 간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성어(成語)나 속담(俗談), 전고(典故) 등이 빈번하게 사용되며 하나의 말이 두 가지 뜻을 갖는 쌍관(雙關)이나 반어(反語)를 사용하게 된다. 여기에 편장(篇章)을 간략하게 함으로써 간결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는 편과 장을 연결하고 배치하는 데서 사소하고 번다한 것들을 서술하지 않음을 말한다. 유몽인은 이러한 기간의 형상화를 통하여 문학의 독창성을 확보하려 하였다.
이번에 도서출판 태학사에서 나온 김현미 선생의 「기간과 유몽인의 산문」은 이러한 유몽인 문학의 특징을 기(奇)와 간(簡)을 통해 서술한 책이다.
출판의 의의
여기에서는 바로 이러한 유몽인 산문의 특징들을 그의 작품을 통하여 우리들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주는데, 이를 통하여 그의 통찰력의 예리함과 독특한 사유의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그의 글들을 통하여 글을 읽고 쓰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는 기법을 배울 수 있음은 물론, 18세기 조선 지식인들의 삶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일독을 권한다.
문장으로 인정 받고 문장으로 죽은, 저자 유몽인
16, 17세기 다양한 문학적 사조와 걸출한 문인들 속에서 누구보다 정치적 딜레마와 문학적 열망이 강했던 어우(於于) 유몽인(柳夢寅; 1559-1623). 그는 활달한 기질을 지닌 자유쥬의적 성향의 문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엄격한 원칙과 절조를 지닌 인물로 자기 억제를 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는 이러한 분방한 기질을 민중의 세계에 투사함으로서 해소하였다.
“말이란 성정에서 나와 사악함과 올바름이 분별되는 것이다. 어찌 차마 네모난 마음을 지니고서 말을 둥글게 하여 스스로 속일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문장을 지을 때면 붓을 마음껏 휘둘러 두려워하거나 거리낌이 없었다.” 이 글은 금강산에 은거해 있던 유몽인이 자신의 사고를 부탁하면서 유점사의 영운(영운)이란 스님에게 준 글의 한 대목이다. 이 말대로 유목인은 차마 ‘네모난 마음을 지니고서 둥글게 하지’ 못하여 산을 내려와 비극적인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다. 글을 지을 때면 마음속에 품고 있는 바를 직서(直敍)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는 세상과 불화하는 일이 많았다. 그가 세상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뛰어난 문장력 때문이었지만, 그가 은거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것 또한 문장이 빌미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