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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89703808 / 328쪽 145 x 212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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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현실적 물질주의로 마비된 도시 서울의 풍경을 그의 독특한 시각과 수사학을 통해서 탁월하게 그리고 있다. 물론 이 소설집에 엮어져 있는 작품들은 각각 독립된 하나의 단편이지만, 근본적인 주제는 인간이 기계문명과 물질에 대한 본능적인 욕망의 덫에 걸려 전통적으로 지켜왔던 인간 가치를 상실한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에 초점을 두고 휴머니즘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고 있다. 또한, 인간 가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말하기 위해 지나친 물질주의에서 비롯된 정글 법칙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실상을 정확히 묘사한 작품집이다.
출판사 리뷰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들렸다. 바람 소리가 염불처럼 웅얼거리며 셈을 세는 어머니의 음성을 만들었다. 그는 이끌리듯이 베란다로 나가 문을 열었다. 어둠을 휘젓던 바람이 그를 향해 불어쳤다. 박하에 혼류된 냉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맑아졌다. 온갖 고뇌와 갈등으로 오염된 그의 몸체가 그 바람에 녹는 것을 만끽하며 베란다의 난간에 올라섰다. 별이 든 밤하늘이 그를 향해 펼쳐졌다. 순간, 그는 몸속에 잔재해 있는 불규칙적인 사고가 다림질 받은 이불 홑청마냥 펴지는 걸 느꼈다. 하나 둘 다섯, 그는 우습잖게 헤어지는 셈을 하면서 어둠과 바람을 향해 몸을 띄웠다.
--- p.98
“어이 친구, 자네야말로 임신한 소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함께 사는 여자와 살았겠는가.”
미립자의 사내가 나를 바라보며 능글거렸다.
“아마―.”
나는 그랬을 거지라는 말을 잇지 못했다.
“넌 지금 그랬을 거지라는 말을 안 하지. 니가 하는 말에 변명할 대책을 강구하지 말어. 니가 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길은 니가 진실의 소리를 말하는 거야. 니 가슴에 새겨지는 그 활자를 그대로 발설하는 거야. 그걸 지우려 하지 마. 지우면 넌 그 순간부터 지운 것을 후회하면서 지운 것을 재생시키느라 고통을 받을 거야.”
미립자의 사내는 아직도 땅에 발을 붙이고 있지 않았다. 그의 몸은 허공에 한 치 정도 떠 있었다. 그의 발바닥에 달린 작은 추진 로켓이 그를 부유시킨다고 생각했다.
--- pp.152-153
젊은 시기의 경계선 통과는 신비적인 흥분으로 내 몸을 들뜨게 했다. 무심코 통과한 30대에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사회생활에 만족했기에 관심 없이 스쳤다. 세 번째 통과한 사십대는 빗속과 마른 선에 대한 분역 지구에 깊은 회의를 느꼈다. 빈곤에 젖은 나에게 마지막 통과한 경계선의 의미는 무의미했고, 마른 옷이나 진 옷이나 내게는 그걸 고를 여유가 없었다.
--- pp. 229-230
첨단문명과 교활한 문화로 물든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부터 온 나란 관조자가 그 어떤 술수로든 넘지 못할 경계선을 보고 있었다. 경계선 저쪽에는 나를 홀리는 붉은여우가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내가 바라는 희망들이 내 곁이 아닌 다른 곳에 존재한다고 여겼다. 늘 경계선을 넘으려 한 것도 그것 때문일 것이다. 내가 본 그리고 내가 겪은 현재에서는 희망을 발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왠지 모른다. 풍부한 물질과 첨단 문명 속에 존재하는 나를 발견키 위해 나는 붉은여우가 거주하는 경계선을 넘었다. 그러나 나는 이 사회가 내세우는 그 문명으로 인해 근거지를 찾지 못하고 헤맨다. --- pp. 248-249
목차
작가의 말
핸드폰 핸드폰
편의점에서 긋는 곡선
무의 셈본
붉은 색실로 지은 시간
바람바퀴를 단 기형물
호떡 굽는 날
하일 히틀러
금고기를 보내며
숭선에서
텔레비전 버리기
평론 1 방민호/ 헐벗고 굶주린 정신에 대한 보고 - 강준용 씨의 [숭선에서]
평론 2 이태동/ '본능적 욕망의 덫'과 '인간 가치의 상실'
평론 3 임헌영/ \"강준용의 소설\" 읽기
평론 4 김성수/ '붉은여우'의 경계선을 넘어서
작가 단상. 유민/ 전설의 소설가에 대한 단상 - 강준용을 말하다
작가와 작품 연보/ \"작가는 작품으로 말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