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예상일 안내
주문하신 상품이 한국에서 현지 배송을 위한 출고단계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입니다. 상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출고예상일에 다소 오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상품(예약상품포함)을 함께 주문하신 경우 출고예상일이 가장 늦은 날짜에 맞춰 함께 배송됩니다.

ISBN : 9788990492517 / 248쪽 140 x 210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
스즈키 유이
-
정한아
-
나태주
- 15,300
- 11,700
- 15,120
- 16,650
반디앤루니스 리뷰
2006년 제 15회 전태일문학상에 단편소설 「단풍 열 끗」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용탁의 첫 소설집 『미궁의 눈』이 나왔다. 작가는 이 소설집에서 대학 시절의 학생운동과 미국에서의 생활, 농촌으로 귀향해서 농부로 살아온 십 년간의 경험과 마주친 풍경, 사람들을 바탕으로 너무나 어리석거나 혹은 지나치게 영악하거나, 아니면 영악함과 어리석음을 함께 가진,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들을 한국 문학의 주인공으로 올려놓고 있다.
출판사 리뷰
여섯 살 무렵, 농사를 작파하고 무작정 상경 길에 오른 부모님을 따라 정착한 곳이 광주대단지, 지금의 성남이었다. 아버지는 외삼촌과 함께 고물상을 차렸고, 어머니 또한 그 뒷바라지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친구도 없고 할 일도 없이 무료하기 짝이 없는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나는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발견하였다. 고물상 한 구석에는 옥수수튀밥을 재어놓던 조그만 방이 하나 있었는데(그 때는 현금 대신 튀밥을 고물과 바꾸었다), 고물상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그 방에는 비에 젖어서는 안 될 고물들이 점차 쌓여갔다. 다름 아닌 책이었다.
거의 반 이상이 만화책이었고 나머지는 잡지, 고서, 폐지 나부랭이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난 책이 만화였음을 나는 지금도 다행으로 여긴다. 아야어여는 그만두고 기역니은의 그림자도 본 적이 없었으니, 만화가 아니었던들 여섯 살의 나는 책과의 인연을 훨씬 뒤로 미루어야 했을 것이다. 글자를 모르는 채로 나는 만화책을 읽고 또 읽었다. 너무도 강렬한 매혹이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을 때, 지금도 내가 믿고 있는 집중력의 마술이 일어났다. 앗, 으악, 따위의 글자가 읽히기 시작하더니, 얼마 안 가 모든 글씨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고물상이 망하고 다시 낙향하기 전까지 삼 년 반 동안, 나는 고물상에 반입되는 모든 만화책과 잡지 등속을 모조리 독파하였다. 특히 무협만화를 좋아했던 나는 상당히 오래 후유증을 앓았는데, 중학교 문예반 선생에게 ‘취중검객(醉中劍客)’이라는 스무 장짜리 소설을 내었다가 꿀밤과 더불어 비웃음에 가까운 폭소를 들은 일은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기억이다.
나는 지금도 튀밥 냄새가 구수하던 그 방에서의 시간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라고 믿는다. 소년소녀 명작동화가 아니었으므로 많은 경우 낙권이 되어 1권과 4권만 읽고 그 중간과 결말을 상상으로 메워야 했다. 때로는 폭죽처럼, 때로는 밤하늘의 별빛처럼 마음껏 상상을 펼치던 나를 그 좁았던 방의 베니어 벽은 기억하고 있으리라. 12세 이하, 따위의 딱지가 붙지 않았으므로 나는 조금씩 어른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고 이 세상이 많은 비밀에 차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말이, 언어가, 웃음과 눈물과 노여움과 사랑을, 모두 다 건져 올리는 두레박일지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했던 것 같다.
일찍 한글을 깨우친 탓에, 저녁이면 무슨 증인이 되겠다고 열심이던 눈 어두운 할머니에게 '깨어라'니 '파수대'니 하는 책들을 읽어주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내가 돌아가고 싶은 가장 멀고도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돌아보면 마흔이 넘도록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이제라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알았으니 다행으로 여기련다.
작가의 말
목차
단풍 열 끗
미궁의 눈
최덕근 행장
꽃피는 봄날엔
바하무트라는 이름의 물고기
세 노인
혜원거사 창종기
안개 무덤
발문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쓰기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