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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일본

신지홍 저 | 디오네 | 200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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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2449120 / 221쪽 170 x 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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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픽션'의 대국 일본,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소설책 밖의 세계, 정치와 일상이 뒤섞인 일본이라는 현실 사회에서 픽션의 원리는 움직이고 있는가? 이 책의 저자는 일본 평화 헌법과 야스쿠니 신사, 천황제 등 일본 조야에서 흔히 '3점 세트'라고 부르는 현안에 초점을 맞추어, 일본 사회를 전달, 비평하고 있다. 그는 전통에 속박되어 있는 일본인들의 '논픽션 의식'을 비판하며, 소설이라는 '픽션' 속에서 일본 사회의 경직성을 뚫을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침략전쟁과 전후체제가 빚어낸 근대 일본의 민주주의와 사회체제는 투쟁과 저항을 통해 쟁취됐다기보다는 패전의 결과 덜컥 주어졌다. 그 과정에서 일본인 ― 특히나 과거 전쟁의 지도자건 점령국 미국이건, 이른바 ‘보통국가’를 꿈꾸는 지금의 정치 지도자건 하나같이 ― 은 권력을 가진 권위와 기성의 것들에 새털만큼의 의문도 갖지 않고, 나아가 운명이거니 생각하며 체념하거나 주눅 들어 버리는 일종의 수동성을 갖게 됐다. 그리고 그것은 정치적으로 복고주의나 수구주의, 보수주의, 나아가 사상의 우경화를 낳는 텃밭이 되고 있다고 《아베의 일본》의... 침략전쟁과 전후체제가 빚어낸 근대 일본의 민주주의와 사회체제는 투쟁과 저항을 통해 쟁취됐다기보다는 패전의 결과 덜컥 주어졌다. 그 과정에서 일본인 ― 특히나 과거 전쟁의 지도자건 점령국 미국이건, 이른바 ‘보통국가’를 꿈꾸는 지금의 정치 지도자건 하나같이 ― 은 권력을 가진 권위와 기성의 것들에 새털만큼의 의문도 갖지 않고, 나아가 운명이거니 생각하며 체념하거나 주눅 들어 버리는 일종의 수동성을 갖게 됐다. 그리고 그것은 정치적으로 복고주의나 수구주의, 보수주의, 나아가 사상의 우경화를 낳는 텃밭이 되고 있다고 《아베의 일본》의 저자는 지적한다. 위안부[성노예]를 사실상 부정하고 사과하지 않으며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화분을 보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행위는 이러한 정치적 지형 위에서 가능한 것이다. 또한 그 정치 지형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논란과 평화헌법平和憲法 개정에 다가서는 일본 정치권의 발걸음, 일본 사회의 가부장으로 군림하는 천황[日王]제의 유지 등을 통해 조금씩 오른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아베의 일본》의 저자 신지홍 기자는 지난 3년간(2004년 2월~2007년 2월) 연합뉴스 일본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일본에 남다른 애정을 쌓았다. 그런 가운데 일본 사회가 이데올로기적으로 ‘픽션’fiction에 불편해하며 ‘논픽션’nonfiction을 선호하는 태도 위에서 구축되어 왔음을 느꼈다. ‘일본’이라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그는 늘, 권위자와 기성품에 큰 의문을 두지 않고 오히려 자명함으로 받아들이는 다수 일본인들의 태도가 의아했다. 일본 군국주의 침략전쟁의 반성인 '평화헌법' 아베 총리는 정녕 '평화헌법'을 허물어 역사의 시계를 되감는 쿠데타를 감행하려는가. 동아시아는 '아베의 선택'을 주시하고 있다! 이것은 문화적 어법으로 이야기하자면, 변동의 가능성이 거세되어 굳어진 자명한 사실로 간주되는 ‘논픽션’을 선호하는 태도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픽션’에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는 결국 수구 복고적 지향과 닿게 마련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그러한 해석은, 건전한 사람의 눈으로 볼 때 그저 ‘몰沒역사적’으로밖에 비치지 않는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이 엄연한 ‘공론’公論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물론 자발적으로 이 같은 질문을 제기하고 조목조목 따져 보는 일은 온전히, 상식을 가진 일본인들의 몫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게다가 그러한 상식은 변동에 불안해하지 않는 창작의 정신인 ‘픽션’ 위에 설 때 가능하다. 그리고 일본인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지 몰라도, 실은 그러한 픽션의 정신이 그간 일본인이 쌓아 온 문화적 작업들 속에 녹아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특히 근대 일본의 소설들에서 그 씨앗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저자가 일본의 소설들을 살펴보면서 일본인들의 심성에 문화적 DNA처럼 각인되어 온 ‘픽션’의 양태를 찾아 어슬렁거렸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픽션’에서 가능했던, 굳지 않은 상상력의 활동이 현실의 정치적 상상력으로 전복되어 나타날 때 일본 사회는 더욱 넉넉하고 활달하며 포용적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저자 나름의 처방인 셈이다. ‘상상하라! 그러면 (경직된 일본 사회에) 균열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일본인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 일본군 ‘위안부’[성노예]를 사실상 부정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일련의 발언에서 저자는 애써 처방전을 구기며 허탈감마저 느낀다. 특파원 3년을 마감하면서 그간의 경험과 생각을 책 한 권으로 묶어 선보일 결심을 하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책임 상속 분열 정신 참배 전후 보통 헌법 강요 평화 주권 자책 책무 민족 보수 탈각 양심 기억 동맹 공존 만세 연속 픽션 주체 모호 체류 기간,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일본의 문제들이자 그것과 얽혀 있는 한국의 문제들에 관한 것이 이 책에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 흡사 조제약을 닮아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제약을 구성하는 문화적 DNA들이 사뭇 정겹기까지 하다. 神神の微笑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海と毒藥엔도 슈사쿠遠藤周作, 憂國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こころ나쓰메 소세키金之助, 惡人正機요시모토 다카아키吉本隆明, 納屋を 燒く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회견사기사와 메구무鷺澤萌, さようなら、私の本よ! 출간 기념 인터뷰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探究 1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 斜陽다자이 오사무津島修治, 《초국가주의의 논리와 논리》超國家主義の論理と心理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 風葬の室야마다 에이미山田詠美, 壁아베 고보安部公房, 中國行きの スロウ ボ-ト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假面の告白미시마 유키오平岡公威, 白痴사카구치 안고坂口安吾, ??????다하라 마키??????, 8月の果て’유미리柳美里, 회견무라카미 류村上龍, 在日강상중??????, 《공동 환상론》共同幻相論요시모토 다카아키吉本隆明, 眠れる美女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神の子どもたちはみな踊る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入れ札기쿠치 칸菊池寬, ブラジル風のポルトガル語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학자도 여행자도 아닌 저널리스트 신분의 저자는, 이상과 같이 친숙한 작가들의 글과 말 ― 즉, 문화적 DNA를 통해 일본이 안고 있는 오늘날의 문제들에 대해 에두르는 방식으로 예리한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가 특히 관심을 갖고 취재했던 일본 평화헌법平和憲法과 야스쿠니靖國 신사, 천황[日王]제 등 일본 조야에서 흔히 ‘3점 세트’라고 부르는 현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 책 《아베의 일본》은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총성 없는 외교전을 방불케 하듯 흥미진진하다. 고이즈미-아베 정권에서 벌어진 일련의 정치?사회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현재와 과거, 미래를 오가며 ‘사실’fact을 엮거나 해체하는 동안 ‘일본의 품격’은 한껏 춤이라도 춘 듯 너덜너덜해진다. 한 가지,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인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아베 총리가 위안부[성노예] 강제 동원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으며 야스쿠니 신사에 화분을 보내는 행위에 한국인들은 대개 흥분으로 반응한다. 하지만 유엔안전보장이사회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진입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리더를 꿈꾼다는 일본에서 어떻게 이러한 행위가 가능하며 용인되는 것인지 그 전반의 사정을 잘 모르거나 크게 관심 두지는 않는다. 끓어올랐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것이다. 아베 등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발언과 행위는 철저히 정치적이며 그것은 일본 내 여론을 겨냥한 국내 정치용이거나 한국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와 서방을 겨냥한 국외용의 다목적 성격을 갖고 있다. 한국인과 한국 정부, 언론은 마냥 흥분해서 떠들기보다는 정치?외교적 배경과 포석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대응의 강도를 조절해야 마땅하다. 일본에는 아베와 고이즈미 등의 우파 정치인들만 있는 것도 아니며, 그 둘도 크게 다르다. 또 일본인들과 정치 지도자들 간의 괴리도 엄연히 존재한다. 따라서 좀더 냉철하고 더욱 깊이 있는 분석과 대응이 요구된다. 과거 한 시대 ‘일본인 없다/일본은 있다’의 논법이 한국인을 사로잡았지만, 한국인이 성숙했다는 가정이 사실이라면 이제 이웃 일본을 둘러싼 논의는 더욱 다양하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특파원이 익명의 일본인 노학자를 상대로 묻고 받아 적는 인터뷰 형태로 이 책이 진행되는 것도 한국 독자들의

저자 소개

  • 저자 : 신지홍
신지홍
1994년 연합뉴스에 입사한 이래 사회부 경찰기자와 경제·정치·문화부 기자를 거쳐 2004년 도쿄 특파원에 부임, 3년에 걸쳐 일본 사회를 취재했다. 일본을 가기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했던 것은 아니지만, 군?軍 제대 후 사설 학원에서 석 달, 복학한 뒤 일본어와 일본 정치를 각각 수강했던 것이 나와 일본의 인연을 만들어 주었다. 일본 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일본 소설을 열심히 읽고 일본 사회를 멋대로 상상하곤 했다. 그런 것이 알게 모르게 자양분이 되어 준 것이 아닐까. 물론 내가 목격한 일본 사회는 소설 속 일본과 같거나 달랐지만.

책 속에서

8. 헌법

― "그런데 왜 '9조의 모임'인가 하면 지금은 전례 없는 헌법의 위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위험한 짓이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9조[전쟁과 교전 포기를 담은 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해서는 가능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안녕 나의 책들이여!>さようなら、私の本よ!
출간 기념 인터뷰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특파원
결국, 개헌에 관한 일본인의 견해를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군요.
일본 언론에서는 종종 개헌 여론 조사를 실시했는데,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이렇습니다. 2006년 2월 10-11일 <마이니치每日 신문>이 유권자 1,115명을 상대로 실시한 것으로, 응답자의 65%가 찬성, 반대는 27%에 그쳤죠.
'평화 헌법平和憲法이 일본의 평화 유지와 국민의 생활 향상에 기여했는가'라는 질문에 80%가 '기여했다'고 답했지만, 개헌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53%가 '시대에 맞지 않아서'라고 답했어요. 물론 반대론자는 전쟁 및 전투력 포기를 선언한 '9조 개정으로 이어질 우려'를 가장 많이(54%) 꼽았지만, 아무튼 반대론은 소수에 그쳤죠.
개헌에 관한 일본인의 찬성률은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평화 헌법이 '전후戰後 민주주의'에 기여했다는 것이 일본인들 다수의 시각이지만, 그럼에도 다수는 헌법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배치된다고는 볼 수 없는 결과라고나 할까요. 그런가 하면 비슷한 시기 실시됐던 <요미우리讀賣 신문>의 여론 조사는 개헌 자체에는 찬성이 다수지만, 9조 개정에는 반대가 다수라는 결과가 나왔죠.
아베安倍晋三 총리는 2006년 10월 CNN 등과의 회견에서 임기 내 개헌 계획을 천명하고 9조 개정 의지를 명확히 밝혔는데, 과연 개헌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일본의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예측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군요.


선 생
재미있는 결과이구만. 나 같은 늙은이들은 아직은 호헌론자가 많다고 믿고 있는 편이지만, 일본 헌법의 핵심은 역시 9조에 있으니.
1항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이 발동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2항 󰡒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과 그 밖에 전투력은, 이를 보유하지 않고, 국가의 교전권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지.
'과연 일본인들이 일본의 헌법을 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 어떻겠나. 왜냐하면 헌법 개정이 궤도에 올라 그것이 진지하게 논의된다면 일본인들의 헌법 지식이 적어도 지금보다는 몇 단계 올라갈 것이고,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결과로 개헌에 대한 신중론이 확산될 수도 있겠지. 물론 이런 것은 추측일 뿐이지만, 호헌론자에게는 이러한 추측 자체가 별로 달갑지 않을 수도 있을 테고……. 우선 일본 헌법을 들여다보는 것이 순서일 것 같은데, 어떤 가 한번 따라와 보겠나?


"많은 전쟁은 그것이 침략적인 것이라도 '자위'의 명목으로 저질러진다. 때문에 자위권의 발동으로서의 전쟁도 포기해야 한다. 국제 평화 단체의 수립에 의해 모든 침략 전쟁을 방지해야 한다."
요시다 시게루吉田茂의 이 발언은 평화 헌법平和憲法의 겨냥점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셈인데 '경輕무장, 경제 우선'의, 이른바 '요시다 라인', 즉 방위를 미국에 맡기고 경제에 매진하자는 이 노선은 '전후 총결산'을 내건 1980년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내각 전까지 일본 본류 보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네. 물론 나카소네는 '자주 헌법 제정'을 내걸며 '요시다 라인'과의 결별을 선언했네.
'전후 민주주의'의 전면적인 부정으로 볼 수 있는 이러한 흐름을 지금 '아베安倍晋三 정권'은 미군 점령 아래서의 각종 제도를 교체하는 작업으로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지.
이야기가 다소 옆으로 새고 말았네. 일본 평화 헌법은 '자위 전쟁의 포기와 군대의 불보유'라는 '맥아더 노트'의 3원칙에 두고 있네만, 요시다 시게루吉田茂의 위 발언은 그러한 원칙을 정직하게 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물론 그는 1950년 전쟁 포기가 자위권마저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로 입장을 바꾸었지만…….
요시다 시게루 내각이 1946년 5월 출범하고 다음달 25일 헌법 국회가 소집됐으며 제국헌법 개정안, 즉 '일본국 헌법안'이 중의원에 상정됐지.
이 법안은 1946년 11월 '일본국 헌법'이라는 이름으로 공포되고, 1947년 5월3일 시행에 들어갔네. '평화 헌법'이라는 별칭을 가진 일본국 헌법은 '국민 주권과 평화주의, 국민의 기본적 인권 존중'이라는 대원칙 아래서 천황은 일본국과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국정을 수행할 수 없도록 했지. 역시 핵심인 9조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전쟁의 포기와 전력 불보유를 규정했네.


어떤가, 헌법이 제정되는 과정을 조금 따져 보면 우리가 앞서 논의했던 '헌법 강요'의 주제를 좀더 천착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번거롭더라도 들어가 보세.
한국의 신탁통치에 관한 협의가 합의된 1945년 12월 '모스크바 3상회의'는 일본에는 대일 정책의 최고 의결 기관으로서 11개국이 구성하는 '극동위원회'[FEC]를 설치하는 일본 점령에 관한 새로운 합의로 각별한 의미를 지니지. 이 회의는 맥아더가 이끄는 '연합군 사령부'[GHQ]를 휘하에 둔 일본 점령 정책 최고 의결 기관으로서 FEC를 설치하려는 소련의 책략의 산물이었네.
13개국으로 구성된 FEC의 결정은 다수결을 원칙으로 했지만 미국과 영국, 소련, 중국 등 4개국은 거부권을 가졌지. 하지만 긴급을 요하는 사안은 미국 정부가 FEC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맥아더에 직접 지시하는 것이 가능토록 함으로써 미국은 일본 헌법 제정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됐다네. 극동위원회는 GHQ가 일본 정부에 헌법 개정을 지시한 직후인 1946년 2월 첫 회의를 열었지.
맥아더는 당초 개헌에는 관여하지 않으려는 생각이었지만 일본 <마이니치每日 신문>이 일본 정부가 자체적으로 작업한 '개헌 초안'을 특종 보도한 뒤 개입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는 것이 정설이지. '개헌 초안' 천황의 이름으로 신민臣民들에게 하사된 흠정欽定 헌법인 메이지明治 헌법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을 정도로 구태의연했기 때문이었지.
맥아더는 GHQ 민정국에 개헌 초안의 작성을 즉각 지시했으며, 핵심인 9조는 사실상 자신의 손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지. GHQ는 헌법 초안을 불과 일주일 만에 작성, 일본 정부에 제시했다는 것이 정설이네. 일본은 '천황은 상징이며 심벌'이라고 명시돼 있던 이 안을 보고 경악했다는 것이지.
아무튼, 맥아더가 주도하는 과정에서 FEC는 필연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네. 특히 극동위원회는 새로운 헌법이 강요된 것이라는 감각을 일본인이 갖게 된다면 추후 파기해야 한다는 반동적인 움직임을 낳게 될 것으로 우려해 즉각, 또는 시간을 두고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지. 물론 맥아더는 새 헌법의 조속한 제정을 우선시해 이에 반대했지.
1946년 11월 3일 일본 헌법 공포 직전인 10월 17일 FEC는 헌법에 일본 국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헌법의 재검토를 결정했네. 또 일본 국민의 의견을 확인하는 방안으로 국민투표, 또는 이를 대신하는 적절한 절차를 취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결의했지.
FEC가 지시한 새로운 헌법의 재검토 기간은 1948년 5월부터 1949년 4월의 1년간이었는데, 결국 이러한 FEC의 결정이 담긴 문건이 맥아더의 손을 떠나 요시다 당시 총리에게 건네지기 전 새로운 헌법은 공포되고 말았다네.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들 하지만 당시 FEC가 추진한 대로 일본 헌법을 일본인들이 평가하는 절차를 거쳤다면 적어도 지금의 '헌법 강요론'은 쉽게 제기될 수 없었을 것이네. 하지만 점령 정책의 주도권을 소련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던 미국은 좌익 진영을 중심으로 천황제 비판 캠페인 등이 나온 것을 빌미로 GHQ의 안을 밀어붙인 것이네.

- 64쪽

목차

목차
추천사 : 신종원(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프롤로그
1. 책임
― 어쩌면 천주님 자신도 이 나라 토인으로 변하겠지요. 중국이나 인도도 변했습니다. 서양도 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나무들 속에도 있습니다. 얕은 물의 흐름 속에도 있습니다. 장미꽃을 스치는 바람결에도 있습니다.??
神神の微笑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2. 상속
― 아무래도 좋아. 내가 해부를 받아들인 것은 그 밝고 푸른 갈탄의 불꽃 때문이었을지 몰라. 아무래도 좋아. 생각하지 말 것. 잠들 것. 생각해 보았자 별수없는 것. 나 한 명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세상이니까.??
海と毒藥
엔도 슈사쿠遠藤周作
3. 분열
― 레이코는 목에 칼끝을 들이댔다. 한 차례 찔렀다. 얕았다. 머리가 매우 뜨거워져 손이 멋대로 움직였다. 칼을 횡으로 강하게 당겼다. 입 안에 따뜻한 것이 흘렀고 눈알은 튀어 오른 피의 환상으로 새빨갛게 변했다 그녀는 힘을 내 칼끝으로 강하게 목을 찔러 관통시켰다.??
憂國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4. 정신
― 악인은 세상에 있을 턱이 없다네. 평소에는 모두 착하고 모두 보통 사람이지. 하지만 그런 사람이 일단 유사시에 갑자기 악인으로 변하기 때문에 무섭단 말이야.??
こころ
나쓰메 소세키金之助
5. 참배
― 근대국가를 넘어서고자 한다면 과거도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惡人正機
요시모토 다카아키吉本隆明
6. 전후
― 다른 사람의 헛간에 무단으로 불을 낼 뿐입니다. 물론 큰 화재는 되지 않도록 고릅니다. 나는 불을 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헛간을 태우고 싶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納屋を 燒く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7. 보통
― 일본에서는 지금 획일적인 것을 아름답다고 여기고 울퉁불퉁함은 허락되지 않는 ??보통??교敎의 교의가 만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교의에 반항하고 싶은 기분이 항상 있다.??
北海道新聞 회견
사기사와 메구무鷺澤萌
8. 헌법
― 그런데 왜 9조의 모임인가 하면 지금은 전례 없는 헌법의 위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위험한 짓이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9조[전쟁과 교전 포기를 담은 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해서는 가능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さようなら、私の本よ!
출간 기념 인터뷰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9. 강요
― 그러나 나는 자기 대화, 또는 자기와 같은 규칙을 공유하는 사람과의 대화를, 대화라고는 부르지 않기로 했다. 대화는 언어 게임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만 존재한다. 그리고 타자라는 것은 자기와 언어 게임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
探究 1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
10. 평화
― 전쟁. 일본의 전쟁은 자포자기다. 자포자기에 휘말려 죽는 것은 싫다. 혼자 죽고 싶다. 인간은 거짓말을 할 때 반드시 진지한 얼굴을 한다. 그때 지도자들의 저 진지함이란…….??
斜陽
다자이 오사무津島修治
11. 주권
― 그런 권위의 의존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개인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은 그야말로 약하고 애처로운 존재인 것이다. 그러므로 전범 재판에서 스치야는 새파래졌으며, 고지마는 울었고, 괴링은 크게 웃었다.??
超國家主義の論理と心理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
12. 자책
― 사실은 이렇게 짧은 일생을 마치는 것은 나도 싫습니다. 하지만 도리가 없어. 나는 저 교실을 위해 죽는 것입니다. 저 사람들의 종교를 부정하기 위해 목숨을 끊는 것입니다.??
風葬の室
야마다 에이미山田詠美
13. 책무
― 나는 길고 길지만 뱀은 아니야. 왜냐하면 뱀이 아니기 때문에.??
壁
아베 고보安部公房
14. 민족
― 그러니까 여러분도 책상에 낙서를 하거나, 껌을 의자에 붙이거나, 책상 속의 물건을 가지고 장난을 치거나 해선 안 됩니다. 알겠습니까? 됐습니다. 얼굴을 들고 가슴을 펴십시오. 그리고 자존심을 가지세요.??
中國行きの スロウ ボ-ト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15. 보수
― 내게는 미래가 너무 무거웠다. 인생은 처음부터 의무의 관념으로 나를 조여 왔다.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인생은 내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힐책할 뿐이었다. 이런 인생을 죽음으로 골탕을 먹여 주면 얼마나 신날까.??
假面の告白
미시마 유키오平岡公威
16. 탈각
― 나에게도 이 백치와 같은 마음, 유치하며 그리고 솔직한 마음이 무엇보다도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그것을 어딘가에 잃어버리고 단지 아등바등하는 인간 공통의 사고로 더럽혀진 채 허망한 그림자를 좇다 지치고 만 것입니다.??
白痴
사카구치 안고坂口安吾
17. 양심
― 승객의 다수는 한손으로 휴대 전화를 붙들고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젊은이는 휴대 플레이어의 소리에 몸을 맡기고 있다. 차장의 안내에 반응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다. 화장하는 여성은 볼 수 없었지만 이런 풍경은 지금 도쿄의 전철에서는 매우 익숙하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그것이 매우 경직되고 긴장된 공간으로 비쳤다.??
다하라 마키
18. 기억
― 뼈도 조선 피도 조선 이 피 이 뼈는 살아서 조선 죽어서 조선 조선의 것…….
8月の果て’
유미리柳美里
19. 동맹
― 역사를 도입한 것은 역사의 모순을 말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젊은이들을 가미카제로 내보내면서 일본 영토에 미군이 한 명도 상륙하지 않았는데 무조건 항복을 했다. 히틀러는 자기 머리 위까지 적기가 날아 왔을 때 비로소 항복했다. 그런 식으로 쉽사리 항복을 하려면 애초에 전쟁을 일으키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 모순을 보여 주기 위해 를 썼다.??
회견
무라카미 류村上龍
20. 공존
― 나는 在日이 국가와 국가, 경계와 경계를 중개하는 광역적인 네트워크의 일부로서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在日
강상중
21. 만세
― 금기를 낳는 조건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개인이 어떤 이유로 잠[入眠]에 빠지거나, 무의식중에 삶의 조건이 꽉 막힌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느낄 때이다. 이를 공동체로 확대하면 현실과 이념과의 구별이 사라진 상태에 다름 아니다. 이때 공동체의 금기는 쉽게 생겨난다. 금기는 공동체의 무언의 압력이다. 그리고 금기의 상태를 낳는 조건은 빈약한 공동체 그 자체이다.??
共同幻相論
요시모토 다카아키吉本隆明
22. 연속
― 질 나쁜 장난은 하지 마세요, 자고 있는 여자아이의 입에 손가락을 넣지 마세요, 라고 여관 여주인은 에구치 노인에게 당부했다.??
眠れる美女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23. 픽션
― 그녀는 혼자 중얼거렸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그 지진을 일으킨 당사자일지 몰라. 그가 나의 가슴을 돌로 바꿔 놓았지. 그가. 먼 산에서 회색 원숭이가 지긋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삶과 죽음은, 어떤 의미에서, 같은 것이야.??
神の子どもたちはみな踊る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24. 주체
― 칼자루를 쥐고 있던 구로스케의 손이 점점 느슨해졌다. 생각해 보니 야스케의 거짓말을 꾸짖기 위해서는 자신의 창피함을 털어놓지 않으면 안 됐다.??
入れ札
기쿠치 칸菊池寬
25. 모호
― 사실은 저 농부들보다도 여기 있는 내 자신이 마을을 떠나고 싶어서 좀이 쑤시는 건지도 몰라. 자네도 역시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고 싶지 않은가. 우리는 우정보다는 그런 욕구불만으로 맺어져 있는 것인지도 몰라.??
ブラジル風のポルトガル語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에필로그
한일 관계 사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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