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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본격 이론서! 실재계 시대를 맞아 라캉의 전선은 상상질서와 상징질서의 합으로 구성된 재현 체계와 “상징화에 절대적으로 저항하는” 비재현적 실재계 사이에 형성되었다. 이것은 실재에 대한 라캉의 관점의 변화와도 관련된다. 그는 일차적으로 균열과 결핍이 없는 충만이라는 관점에서 실재를 서술한 반면 후년에는 이와는 거의 정반대로 그것의 트라우마적 성격, 불가능성과 아포리아라는 관점에서 실재에 접근했다.
그러나 우리는 실재라는 것이 재현 체계로부터 사후적으로 산출된 잉여 효과이면서 동시에 상징질서에 ‘외-존재’하고 그것에 환원 불가능한 역설적 존재라는 사실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와 함께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의 충만성에 대한 환상을 주는 상징 이전의 실재적 접근법에 대해서도 응분의 배려를 해야 한다. 이러한 대극의 합일 전략을 통해서만 상징적 재현과 그 불만으로서의 실재의 역설적 성격이 드러날 것이다.
출판사 리뷰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본격 이론서 『라캉: 재현과 그 불만Lacan: Representation and Its Discontents』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그동안 라캉과 관련된 책의 출간이 줄을 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주전공으로 삼고 있는 국내의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단행본을 출간한 예는 일찍이 없었다. 그간의 라캉 연구서들은 주로 번역서 위주였고, 가끔씩 공저나 다른 철학자들과의 비교·검토서 등에서 한구석을 차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라캉의 정신분석학이 국내의 철학·문학·사회학·기호학·심리학·역사학·정치학 등등 인문·사회과학의 전 영역에 걸쳐 미쳐왔던 지대한 영향력에 비추어보면 무척 기이한 현상이라 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라캉과 현대정신분석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장에서 줄곧 ‘프로이트·라캉의 정신분석학’을 연구해 이 분야에서 선구적 업적들을 쌓아온 박찬부(경북대 영문학과) 교수의 이번 책은 국내 ‘라캉학’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듯하다. 라캉은 1901년 파리에서 출생한 후 평생토록 정신과 의사와 정신분석학자로 지냈다. 1966년 『에크리ecrits』 간행으로 유명해졌으며, 언어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분석하는 이론을 정립하여 ‘프로이트의 계승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인간의 욕망 또는 무의식이 ‘말[言]’을 통해 나타난다고 주장하였으며, 이 이론을 환자에 대한 치료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철학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정신분석학자로 유명하다. 그동안 라캉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법은 그의 이론에서 ‘상징적 재현 체계’에 역점을 두느냐, 혹은 ‘비재현적 실재계’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라캉론’을 연출해왔다. 전자에 심취한 사람들이 ‘실재the Real’에 대한 한마디의 언급도 없이 그들의 논의를 끝내는가 하면 후자의 진영, 특히 슬라보예 지젝의 영향을 받은 어떤 논객들은 실재 편재론을 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경향도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상징적 재현 체계’의 카리브디스Charybdis, 즉 언어가 모든 것을 빨아먹고 삼켜버리는 (포스트구조주의적) 관념론도 피하고 ‘비재현적 실재계’의 스킬라Scylla, 즉 언어와 문화가 실재의 바위에 부딪혀 깨지는 (마르크시스트적) 반영론도 피하면서 라캉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법의 대안으로서 ‘재현과 그 불만’을 제1의 화두로 떠올리고 있다. 이 표현은 물론 프로이트의 『문명과 그 불만Civilization and Its Discontents』에서 유래한 것이다. 프로이트가 인간 발달의 동인으로서 문명화의 필연성을 강조하면서도 ‘죽음 본능Todestrieb’으로 대변되는 ‘그 불만’을 주요 논제로 다루었듯이 이 책의 저자는 상징적 재현의 불가피성을 인간 주체의 ‘강요된 선택’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상징적 재현은 언제든지 그것의 불만 세력인 실재계에 의해 전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역설함으로써 오늘날의 ‘탈(脫)문화시대’에 이론적 종합에의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현존하는 세계적 라캉 분석가 브루스 핑크B. Fink 교수와의 분석 경험을 갖고 있어 이 책을 저술함에 있어 실제성과 구체성을 보완하는 효과도 얻고 있다. 그에 따라 이 책의 서술도 지나친 해체적 난해성을 지양하고 이성과 논리의 ‘합리적’ 언어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들의 접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책의 구성 역시 라캉의 정신분석학이 걸어온 길, 즉 ‘상상질서’에서 시작되어 ‘실재계’ 쪽으로 옮겨졌던 관심사를 그대로 되짚어 살피고 있다. 제1부 ‘언어와 욕망’에서는 ‘무의식’의 문제와 ‘기표/욕망/주체’로 대표되는 라캉의 질서론, 그리고 ‘대타자 담론의 의미화 구조’를 짚고 있으며, 제2부 ‘주체와 타자’에서는 서술 언어의 전복적 해체 구조를 다룬 ‘자아 담론과 대타자 담론’을 비롯해 주체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언급하며 라캉의 ‘상징계’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제3부 ‘실재의 정치학’에서는 라캉의 ‘재현론’과 ‘실재론’ 등에 대한 집중 분석을 다루고 있다. 특히 ‘라캉 담론의 탈근대적 유산’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서문’은 저자의 라캉 연구에 대한 깊이와 폭을 짐작할 수 있게 할 것이다. ■ ‘작가 서문’ 중에서 라캉은 구조주의 및 후기구조주의의 관점에서 프로이트를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소쉬르와 야콥슨 등의 구조주의적 언어의 관점에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를 읽었을 뿐만 아니라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언어의 문제에 접근했다. 그 결과 그는 “무의식은 언어와 같이 구조화되어 있다”고 선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라캉이 금세기 지성사에 남긴 가장 빛나는 공헌은 주체의 문제에 대한 그의 탁월한 해석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20세기를 관류했던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종래의 인본주의적 주체론이나 서구의 명징한 사유 주체론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구조와 언어의 개념을 정면에 부각시켰다. “무의식은 언어와 같이 구조화되어 있다”는 말은 무의식이 언어로써 구조화되어 있다는, 다시 말해서 그의 주체론의 중심축을 이루는 무의식의 주체가 결국은 언어적 구조의 산물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라캉은 레비스트로스나 알튀세르와 같이 구조주의자로 불리기도 하고 때로는 푸코나 데리다와 같이 후기구조주의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러나 라캉은 구조주의자와 후기구조주의자이면서 동시에 구조주의와 후기구조주의를 뛰어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주체론은 주체의 위기 시대에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작금의 포스트 시대에 흔히 들리는 ‘주체의 죽음’에 대해 라캉은 동의하지 않는다. 헤겔의 표현을 빌려, 주체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상징적 거세에 의한 ‘사물의 타살’은 운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라캉에게만 독특하게 있는 실재계적 개념들을 통해 이러한 죽음의 무덤 위에서 어떤 생명 부활의 가능성까지를 열어놓고 있다는 점에서 라캉의 주체론은 주체의 죽음을 말하는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의 주장과는 구별된다. [……] 라캉은 많은 정신 현상들을 재현 체계와 재현화에 저항하는 ‘비재현적 재현체’인 실재계 사이의 긴장과 갈등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한다. 라캉 이론의 세계적 전파자 슬라보예 지젝도 바로 이 문제의 외연을 사회, 문화, 정치 쪽으로 넓히면서 실재 중심의 정신분석 이론을 강력하게 펼쳐나가고 있다. 그는 이미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1989)에서 전/후 상징적 실재의 설정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그것을 고전적 ‘대극의 합일coincidentia oppositorum’의 논리로 파악하고 있다. 이것에 따르면 헤겔의 용어로 실재는 상징에 의해 ‘전제presupposed’되는 동시에 ‘후제supposed’된다는 것이다. 이 대극의 합일 논리에 따라 한편으로는 “출발점으로서, 기쁨으로서의 실재는 결핍이 없는 적극적 충만성”이면서 동시에 “상징화의 산물로서, 나머지로서의 실재는 대조적으로 상징적 구조에 의해서 창출되고 에워싸인 공허이고 텅 빈 공간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실재라는 것이 재현 체계로부터 사후적으로 산출된 잉여 효과이면서 동시에 그 체계에 환원 불가능한 역설적 존재라는 후상징적 실재론을 우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와 함께 ‘언제나 이미 상실된’ 것으로 드러나는 원초성과 ‘현존해본 적이 없는 과거’의 충만성에 대한 환상을 주는 전상징적 실재의 접근법에 대해서도 응분의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극의 합일 전략을 통해서만 ‘재현과 그 불만’으로서의 실재의 역설적 성격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서문, 「라캉 담론의 탈근대적 유산」 중에서)
서문: 라캉 담론의 탈근대적 유산
제1부 언어와 욕망
제1장. 언어와 ‘같이’ 구조화된 무의식―프로이트에서 라캉으로
제2장. 기표/욕망/주체―라캉의 질서론
제3장. S1-S2: 대타자 담론의 의미화 구조
제2부 주체와 타자
제4장. 자아 담론과 대타자 담론―서술 언어의 전복적 해체 구조
제5장. 상상계, 이데올로기, 그리고 주체의 문제―라캉과 알튀세르
제6장. 대타자에 대한 주체의 위치―라캉의 성 담론
제3부 실재의 정치학
제7장. 실재와 상징―라캉의 재현론
제8장. S(]): 대타자 속의 결핍의 기표―사회적 불가능성의 변증법
제9장. 비재현적 재현―라캉의 실재론
인용 및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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