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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x 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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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문학과지성 시인선 [650]
출판사 리뷰
그는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으로 썩고 있는 문명의 세계에 주목한다. 그는 삶의 도처에서 부패한 죽음의 이미지를 길어올리는데, 그러나 그 죽음은 아름답고 매혹적인 얼굴을 하고 있어서 시인을 끊임없이 유혹한다. 그의 시가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은 문명 세계를 비판하는데 있지 않고 그 유혹에 끌려들어가면서 그것의 함정을 드러내는 데 있다. 그러한 그의 단순하지 않은 시적 통찰력은 또한 이 세계 안에 때묻지 않은 순결함과 신성함이 남아 있다는 강한 믿음과 연결되어 있다.
[시인의 산문]
예언자 에스겔이 본 환상: 神의 기운이 그를 이끌어 어떤 골짜기 가운데 세웠는데, 그 골짜기 지면에 마른 뼈들이 잔뜩 널린 광경을 그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神은 그에게 묻는다.
“너 사람아, 이 뼈들이 살아날 것 같으냐?”
나는 神의 기운에 接하지 않고도 마른 뼈들이 잔뜩 널린, 그러나 휘황한, 골짜기를 본다. 환상도 아니고 현실이다. 바깥 풍경만도 아니고 내 안의 풍경이다. 뜨거운 눈망울로 그 속을 들여다보지만, 神의 숨결을 불어넣어줄 통로는 모두 막혀 있는 듯싶다. 그 내면에 그윽한 빛을 간직한 예언의 칼들도 버얼겋게 녹슬고, 이미 쑥밭으로 변해버린 언어의 寺院?- 나는 왜 이 사원 주위를 서성이고 있는가. 내 詩 속에 아직 채 피지 않은 초봄의 작디작은 잎눈 같은 生氣라도 남아 있는가. 혹 邪氣 따위가 깃들여 있지는 않은가. 사심불구(蛇心佛口)의 파렴치는 없는가.
이윽고, 내 안의 파렴치가 무거운 입을 떼어, 당신에게도 묻는다!
“너 사람아, 이 뼈들이 살아날 것 같으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