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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2019년 8월 9일 오늘의 책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강인욱 | 흐름출판 | 2019.06

분류 : 역사/신화/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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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빛바랜 유물 속에 깃들어 있는 진짜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정! ‘고고학’ 하면 사람들은 보통 영화 나 트로이 유적을 발굴한 하인리히 슐리만을 떠올린다. 흥미진진한 모험과 보물들이 가득한. 그렇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연대기만 잔뜩 나열된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고고학 개론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그 어느 쪽도 아니다. 이 책에는 한 고고학자가 유물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겪은 직접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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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인의 생활을 상상하는 즐거움

 

어린 시절 고고학자가 되고 싶었던 사람들이 좀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어떤 계기였는지 모르겠지만 중학교 시절에 잠시나마 고고학자가 되고 싶어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집에 있는 옛날 물건들에 관해 이야기하며 지내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저 오래된 물건들을 발굴하고 보관하는 사람을 고고학자라고 알았던 듯하다.

 

저자도 말하지만 고고학자라고 할 때 또 하나의 오해는 바로 인디아나 존스와 같이 위험을 무릅쓰고 탐험하며 고대유물을 발굴하는 사람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고고학의 매력을 “유물을 통해 죽어 있는 과거에 삶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고고학자라는 막연한 신비로움이나 모험정신보다는 이 책에서 과거의 사람을 직접 만지고 냄새 맡는 고고학자로서 생생한 느낌을 나누고자 한다고 서문에서 언급하고 있다.

 

저자가 경험한 그간의 발굴 과정을 읽다 보면 수입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한번 인생을 걸어볼 만한 일이라는 느낌이 든다. 저자가 서문에서부터 워낙 고고학의 깊은 의미를 부여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반 사람들이 봐서는 돌멩이에 불과한 것들을 전문가의 눈으로는 몇천 년 전의 유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저자의 발굴 경험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 교훈은 실제 나 자신의 상황에 직접 대입하며 적용할 수 있는 교훈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를 성찰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면 불에 관한 이야기하면서 프레디 머큐리가 믿었다는 조로아스터교로 흥미를 유발하면서 불이 가진 독특한 특성들, 즉 활활 타오르다가 재만 남기며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저자는 다음과 같은 성찰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자기 안의 뜨거운 열기를 꺼뜨리지 않는 것이다. 불과 재는 둘 다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다. 단지 형태만 다를 뿐이다. 내 안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여겨질 때, 재 속을 헤집듯 자기 안을 천천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된다. (55쪽)

 

고고학에 대해서 대략 짐작은 했지만 저자의 말을 통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었던 부분은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단순 인문학이 아니라 상당히 학제적인 학문이라는 점이다. 역사나 철학과 같은 인문학 분야뿐만 아니라 생물이나 화학과 같은 자연과학 분야의 결합도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고대 사회에서 먹던(사용하던) 술을 현대의 고고학자가 발굴할 수 있을까. 술 자체를 발굴할 수는 없지만 술을 빚어 마셨던 흔적은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발굴한 토기의 바닥을 면봉 같은 것으로 긁어서 그 안에 남아 있는 미량의 녹말, 규소체를 분석해서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었는지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중국 허난성의 자후 유적에서 발견된 토기에서 말걸리와 같은 발효주를 빚었음을 밝혀냈다. 유사한 방법으로 한국을 포함한 최초의 막걸리는 적어도 9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할 수 있으며(58쪽), 중국에서 맥주는 5000년 전에 등장했다(66쪽)고 말한다.

 

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술과 관련하여 저자가 주는 교훈을 인용하고자 한다. 최근 개인적으로 여러 새로운 모임들이 만들어지고 소속되기 시작하면서 술자리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술에 관한 저자의 마무리 글이 감동적으로 다가왔고 크게 공감되었다.

 

곡 고고학자는 아니어도 황금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닌 맥주 한 잔의 소속한 즐거움을 통해 우리는 더 행복을 느낄지도 모른다. 부귀영화를 누리며 홀로 사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밤을 지새우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71쪽)

 

발굴한 유물로 고대인들이 살았던 삶을 상상해 보는 것, 참 흥미로운 일일 것 같다. 다만 고고학자의 여러 발굴 및 추측의 과정은 고될 수밖에 없다.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침탈된 문화재들이 여전히 식민지국의 소유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 개인 명예의 욕망 또는 종교적 신념으로 만들어진 위조 사건 등 이야기 하나하나가 지식욕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위조사건으로 인해 국보 274호가 영구결번된 이야기(271쪽)는 많이 써먹을 수 있는 이야기 소재 같다.

 

고고학에 특별히 관심이 없어도 문사철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교양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충분한 지식이 담겨있으니 모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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