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9일 오늘의 책
류희주 | 생각정원 | 2021.01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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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의존, 거식증, 공황장애… 모두 다른 병명, 각자 다른 사연. 그렇지만 내가 내린 공통의 병명은 ‘가족’이었다.” 기자 출신 정신과 의사의 마음 관찰기 정신질환은 쉽게 말하기 어렵지만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퍼져 있다. 가까이에 있지만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 무언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다. 바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은 때때로 정신질환을 낫게 해주는 둥지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신질환을 촉발시키거나 악...
살아가면서 우울감을 토로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스스로 마음이 우울하고 힘들어질 때가 있다. 곁에 있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힘이 되어줄 때도 있지만,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곁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건 다양한 감정이나 어려움, 짐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고단함을 나누어져야 하는 일이고 이는 때때로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 잊힐 정도의 소소한 일들이다. 출근 시간 준비를 이유로 동생과 다투거나 의사 결정 상황에 맞지 않는 의견으로 부모님과의 작은 다툼 같은 것들. 그러나 여기 더 깊고 무거운 짐을 나누어서 진 가족들이 있다. 저자 류희주님은 정신과 의사로서 자신이 맞닥뜨린 환자들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며 환자와 주변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간다.
가족을 와해시킨 알코올이 상흔처럼 남아 이미 해체된 가족 구성원의 남은 삶마저도 흔들어 댄다. 끊을 수 없는 알코올과 약물은 가족 간의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왜곡하고 비틀었다. 마치 정해진 운명을 따르는 것처럼 세대에 걸쳐 파멸에 이르는 가족의 모습을 바라보며 저자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음을 인지한다. 그러나 당사자가 끊겠다는 열망을 가지고 알코올을 끊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한 절대 멈출 수 없다. 환자가 자신이 지닌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그의 가족은 곁에서 지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이 되어주지 못하기 때문에. 모두가 중독자가 되어버린 가족 구성원들은 헤어 나올 수 없는 구덩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고통의 몸짓을 연거푸 반복할 뿐이다.
치매, 망상, 지적장애, 조현병 등. 드라마에서, 혹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극적인 요소를 부각시키던 질병들이 실제적인 삶의 모습을 덧입고 등장한다.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정신적인 질병은 상처를 헤집고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든다. 치매 환자를 돕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기에 저자는 ‘자식의 효심이나 배우자의 사랑에만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라고 언급한다. 가족들이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을 담담하게 풀어낸 뒤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의 솔직하고 담백한 생각은 때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현장에서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유추해볼 수 있게 한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에게 근무가 끝났는데도 사적인 관계를 활용하여 비용을 내지 않고 정신과 관련 상담을 요구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와 같은 경험에서 저자는 직업에 대한 회의와 어려운 심정을 솔직하게 토로한다. 나도 근무시간 이후에 상담 전화를 받곤 해서 저자가 느끼는 암담함과 어려운 마음이 마치 내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의사는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는 직업이고 전문성을 충분히 인정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의사 또한 ‘사람들은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이 없다고 인식해서 이런 전화를 하는 걸까’ 등의 생각으로 회의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안타까웠다. 우리나라의 지나친 서비스 요구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무리한 상담 요청을 막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해 보였다.
마지막 장에서는 저자 또한 알 수 없는 스트레스적 요인으로 신체적인 문제를 겪는다. 왜 오늘날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할까? 표현하지 못하고 꾹꾹 눌러 담다가 어느 순간 폭발해 버린다. 그러나 그 폭발은 감정적인 발산조차도 되지 못한다. 억누른 무의식은 결국 흘러넘쳐 이유 없는 신체적 문제로 나타나면서 그때서야 참아왔던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오늘 친하게 지내는 언니와의 전화 통화에서 ‘무엇이든 자기에게 버거운 일은 끝까지 참아 넘기고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이 책을 읽어서였을까. 무심코 넘겼을지도 모르는 언니의 말이 유독 마음에 사무쳤다. 왜 그렇게 힘들고 버거운 일을 우리는 마음과 몸을 혹사하면서까지 기어이 해내려고 하는 걸까. 그러한 순간들이 무수히 쌓이고 쌓여 우리의 정신을 한참 깎아 먹을 텐데도. 물론 ‘열심히’도 발전을 위해 필요할 순 있겠지만, 때로 그 지나친 ‘열심히’ 때문에 나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는지도 꼭 확인해보아야 한다. 언니의 말마따나 힘든 일은 그냥 흘려보내기도 하면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멈추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독서였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yahoo2805'님은?
책맥을 즐기며 소소하게 서평을 작성하는 블로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