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8일 오늘의 책
김선재 | 한겨레출판 | 2014.02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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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한겨레출판 문학웹진 《한판》 연재작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단 한 명의 특별한 존재가 된다.” 우리는 왜 자꾸 곁에 있던 것들을 잊어버리는 걸까 우리 삶의 비밀과 기억, 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야기 “어두운 동네를 걸으며 불 켜진 창문들을 바라볼 때마다 혼자 안부를 물어요. 잘 지내고 있느냐고. 그 불빛은 모두 똑같지만 각각의 창들 안의 이야기는 아무도 모르는 거라는 생각도 하고요.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갖는 이야...
책 표지에 쓰여있는 문구.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단 한 명의 특별한 존재가 된다.” 일상에 묻혀 잊고 살아온 소중한 것들의 감성을 불러일으켜 줄 것 같아 기대했는데, 막상 책을 펼치니 그 안에는 대면하고 싶지 않아 덮어두었던, 사회의 중심에서 벗어난 약자들의 목소리가 불편한 모습으로 들춰진다. 어쩌면 내가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두고 보지 않으려 했기에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피하지 않고 제대로 보려고 애쓰는 것이다. 어쨌든 마지막에 작가가 “이 이야기가 부디 당신의 이야기가 아니길 바란다.” (344쪽) 고 말했던 것처럼, 내가 처하고 싶지 않은 상황들이지만 분명 우리 세계에 속한 사람과 상황들.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나뿐만 아니라 누구도 이런 이야기를 더 이어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말이라는 건, 참 좋다. 좀 전의 불안과 걱정이 사라진다. 아빠의 말이 내 가슴에 들어와 찌릿찌릿 전기처럼 흐른다. 세상에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만큼 좋은 말이 있을까. 노래로 만들어서 내내 부르고 다니면 좋겠다. (…) (46쪽)
소설은 두 명의 화자가 다른 두 개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시작한다. 죽었지만 살아 있고, 살아 있지만 죽은 것 같은 사람들. 이들은 환상을 현실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몸담은 무거운 현실이 꿈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두 인물은 어리지만 노숙한 아이 영복, 늙었지만 어린아이 같은 노인 광식이를 만난다. 그들은 환상 같은 삶이 무거운 현실과 만나는 지점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현실은 밝은 생명이 느껴지는 인물에겐 죽음을, 어두운 죽음이 느껴지던 인물에겐 다시 삶으로 돌아가라 한다. 시원함보다는 아린 슬픔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외롭던 사람들에게 누군가 곁에 ‘있다’는 느낌이 어떻게 삶의 감각을 되찾아주는지, 작은 감정들로 표현되는 묘사가 인상 깊다. 삶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거나 혹은 아무 의욕 없는 곳으로 만드는 지점은 의외로 큰 사건이 아니다. 작은 감정들이 파고들어 사람의 온기가 된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그게 꽃이든, 사람이든, 고양이든, 시간이든, 문이든……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는 건 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173쪽)
책에 나온 여러 말 중 유독 ‘잊는다’는 말을 되새기게 된다. 내가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라면 후에 내가 없더라도 누군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사실이 꽤 큰 위안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곁에 있던 내 소중한 사람이 없어진 뒤에 그 사람을 기억하는 이가 나밖에 없다면, 그보다 슬픈 건 없다. 북에서 남으로 넘어오면서 여동생을 잃은 영복이에게 술래는 동생이 예쁘게 생겼었느냐고 묻는다. 영복이는 동생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한다. 그때 술래는 속으로 ‘우리는 왜 자꾸 곁에 있던 것들을 잊어버리는 걸까.’ 라고 생각한다. 망각이란 인간이 얻은 축복이지만, 잊힌 사람과 그 사람을 유일하게 그리워하는 사람에게는 슬픔 그 자체다. 누군가와 함께 공유할 수 없는 감정은 커다란 외로움으로 다가온다.
(…) 한 번도 누군가의 얼굴에서 솟는 땀방울을 자세히 바라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아직도 처음인 일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생은, 왜 이제 더 이상 미련이 없다고 생각할 때마다 새로운 얼굴로 나타나는 것일까. (259쪽)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인물은 모두 과거에 삶을 뒤바꾸는 비극적인 사건을 겪는다. 가능하면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가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삶이 언제나 뜻대로 되지는 않는 것처럼 그런 일들은 예고 없이 다가온다. 결국, 중요한 건 다음에 이어지는 ‘선택’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일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말이 가장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삶에서 커다란 고통을 겪은 후라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의 범위가 훨씬 더 커지는 거니까. 당장은 힘들더라도 겪어야 할 고통이라면, 마주할 진실이 있다면, 시간이라는 힘이 있을 때 제대로 그 과정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이 됐을 때, 인생을 헛살았다는 후회의 순간들이 가능하면 적은 삶으로 순간을 채워나가고 싶은 바람이 커진다.
살아 있는 동안 결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분명한 결말은 결말에 이르러서야 알게 된다. 그러니 어떻게든, 어느 쪽으로든 움직일 수밖에 없다. 움직임이 정지하는 순간이, 세상의 끝이다. (306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YOONY'님은?
어렸을 때 책 읽고 독후감을 써서 용돈을 벌게 해주신 부모님의 노력으로 책과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살아가는 데 있어 책이 가장 힘이 되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책과 함께 늙어가는 게 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