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8일 오늘의 책
윌 듀런트 | 민음사 | 2011.05
분류 : 역사/신화/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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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문명사학자 윌 듀런트가 들려주는 인류 문명의 정수 …… 이러한 의성어는 말이 안 통하는 비상 상황에서 지금도 궁여지책으로 통한다. 한번은 어떤 영국인이 중국에 가서 처음으로 식사를 하는데 자기가 먹는 고기가 무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앵글로색슨족 특유의 품위와 과묵함을 잃지 않은 채 이렇게 물었다. “꽥꽥?” 그러자 이를 본 중국인이 머리를 가로저으며 우렁차게 대꾸했다. “멍멍!”- 5장 「문명의 정신적 요소」 중에서 윌 듀런...
그동안 국내 독자들에게 세계사 내지는 문명사라는 개념은 상당히 협소한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범위를 조그만 좁혀 들어가면 세계사라는 허울을 쓴 서양사라고 해야 할 정도로 서양사 일색의 세계사를 접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다 연대기 중심 서술과 그 연대에 발생했던 사건들로 점철된, 다소 정적인 세계사를 접하다 보니 연도와 인물 그리고 사건에 매달리는 우를 범하게 되었다. 또한 이로 인해 국가(혹은 문명 내지는 민족) 중심으로 역사의 흐름이 단절되는 경우를 겪게 됨은 물론이고, 선사시대부터 현대사까지 세계사를 훑어보더라도 각각의 연결고리를 찾기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어왔다. 특히 선사시대를 벗어나 역사시대로 접어드는 부분은 그 시작이 그리스-로마시대부터라는 암묵적인 공식화에서 출발하다 보니, 세계사에서 동양이 차지하는 부분은 사실상 많지 않게 되었다. 이는 서양중심의 세계사, 연대와 사건중심의 세계사라는 왜곡된 인식을 갖게 했고 이로 인해 세계사는 재미없고 다소 까다로운 분야로 치부되어 왔던 것이다.
이런 면에서 윌 듀런트의 <문명 이야기> 시리즈는 기존의 세계사 접근 방법이나 서술방식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저작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단편적인 세계사 내지는 문명사 혹은 인류문화사를 접해왔던 독자들에게 윌 듀런트의 문명이야기는 그야말로 사막 속 오아시스와 같이 단번에 갈증을 해갈해 줄 수 있는 저작인 것이다. 특히 한창 세계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한번쯤 어렵고 긴 이름과 사건들 그리고 모년모월이라는 년도의 나열 속에서 큰 줄기를 잡지 못했던 일반 독자들에겐 무엇보다 반가운 출간이라 해야겠다. 또한 그간 문화사(문명사)에 대해 어렵게 생각해왔던 독자들에게 문화사와 역사서술의 흐름을 적절하고 오묘하게 펼쳐내고 있는 이번 문명이야기는 인류탄생에서부터 시작해서 선사시대, 역사시대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비록 1930년대에 집필되어 선사시대나 인류의 기원 등에서 지금과는 다른 정의나 학설들이 다소 눈에 띄긴 하지만 저자가 기술하고 있는 인류의 문명이야기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한 시대나 문명에 대한 심도 깊은 기술들로 인해 문명이야기 속으로 한층 더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은 서두에서 방대한 인류학적 자료와 고고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문명의 제요건들을 서술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류 문명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방식의 서술은 암기위주보다 이해중심의 체득이 얼마나 많은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또한 문자발명과 더불어 역사기술을 시작했던 역사시대의 첫 장에 수메르 문명을 두고 있는 것은 현재의 시점에서 생각해도 상당히 진보적인 발상으로, 그동안 오리엔탈리즘에 빠져있던 서양학자들과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수메르, 이집트,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유대, 페르시아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언급되어 왔지만 실상은 이집트나 유대 정도를 제외하고는 주목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 점은 저자가 책을 출간한 지 70여 년을 더 흐른 지금도 대동소이하다는 점에서 저자의 식견이 돋보인다고 해야겠다) 또한 주목받은 문명이라도 유물이나 인물중심 정도로 압축하다 보니 문명의 탄생에서 성장 그리고 소멸에 이르는 라이프사이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각각의 문명에서 이러한 문명 라이프사이클을 절도 있게 서술하면서 인적구성관계, 경제생활, 통치제도, 종교, 도덕과 윤리, 문학과 예술, 학문 그리고 몰락의 배경 및 타 문명의 탄생 등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에 따라 독자는 특정 문명을 이해하는 넓은 인식의 폭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문명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나 타 문명과의 연결고리(특히 수메르, 이집트,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문명이 유대문명 전반에 걸쳐 끼친 영향을 아주 객관적인 시각으로 평가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까지 한꺼번에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거시적인 틀에서 문명사를 다루고 있지만 독자들에게 낯익은 람세스, 길가메시, 함무라비, 다리우스 등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상세한 서술과 더불어 각 문명이 창조해낸 종교, 신화, 예술 등의 미시적인 부분까지도 꼼꼼하게 기술하고 있어 다소 무겁고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문명사에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그만큼 저자가 많은 자료와 시간을 들여 준비했다는 반증으로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잡는 데 손색이 없어 보인다. 저자의 이러한 접근방식은 인류 문명사의 흐름이 단절되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왔다는 측면에서 각각의 문명들이 상호보완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점 그리고 각 문명들이 별개의 문명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전반적으로 인류 문명사와 세계사(보다 광범위한 범주의 잣대로 판단한다면 같은 분류에 들겠지만 그동안 독자들에게 익숙한 형태의 분류에 따른다면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이해가 빠를 것이다)를 한 번에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보다 뛰어난 저작은 없어 보인다. 인류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엿볼 수 있을 만큼 방대하면서도 세세하게 서술된 이번 저서는 그동안 단편적이고 연대/사건중심적인 관념의 세계사와 문명사를 단번에 일축해버린다. 그리고 문명(역사)의 시발점을 근동인 아시아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동안 서양중심의 세계사나 문명사와는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다소 분량이 부담스럽게 여겨지는 독자도 있겠지만 서술에 있어서 스토리텔링 방식에 근접해 있어 가독성에 크게 부담되지 않을 뿐 아니라 세세한 이야기들이 사뭇 흥미롭게 다가오게 편집돼 있다. 윌 듀런트의 문명이야기는 문명의 흥망성쇠라는 라이프사이클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사안을 담고 있고 우리 인간을 이해하는 척도로도 손색없는 대작으로 남을 것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물잡이'님은?
모든 것에 미혹(迷惑)되지 않는 불혹의 뜻만큼 진실한 독서는 40부터라고 생각하기에 요즘 부쩍 책을 더 가까이 하게 되는것 같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느낄 수 없는 소통을 책과의 만남에서 찾고서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저 책을 읽어나갈 뿐이다. 행복이 동사이길 바라듯이 독서 또한 타인과의 소통행위로 인식하면서 삶의 새로운 이정표를 향해서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