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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

2021년 1월 8일 오늘의 책

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

백운희 | 책구름 | 2020.11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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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이 최초 제정된 지 30여년이 흘렀다. 고용평등은 물론 일, 가정의 양립은 여전히 구호에 머문다. 정부와 각 지자체가 지역소멸론을 거론하며 내놓는 저출생 해법이 유명무실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사회구조. 임신, 출산, 육아는 노동과 밀접하다. 양육자가 아이를 낳고 기를 시간과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 그만큼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는 모든 책임을 개인, 특히 여성에게 전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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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왜 눈물이 났을까?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광고대행사 인턴 시절 들었던 카피라이팅 수업이 새삼 떠올랐다. 맨 첫 시간으로 기억하는데,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가 붙었을 때 오히려 기가 막힌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였다. 이 책의 제목에 나온 두 단어 ‘엄마’와 ‘히말라야’는 적어도 내게 그런 느낌이었다. ‘엄마’와 ‘히말라야’라는 단어가 붙었을 때 굉장히 생경하다. 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나 역시도 당장 서울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1박 2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남편에게 꽤 정성을 다해 부탁하고 협상의 카드를 건네야만 한다. 가끔은 ‘왜 나만?’이라는 억울함이 울컥 치솟기도 하지만, 남편 역시 쉽사리 친구와 약속을 잡지 않는다거나 약속을 잡더라도 내 눈치를 꽤 본다는 점으로 위안 삼는다. 물론 마음속 한편에는 늘 뭔지 모를 억울함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그저 ‘엄마가 자신을 찾아 떠난 히말라야 트래킹 도전기’일 거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님을 느꼈다. ‘엄마’인 저자가 히말라야로 떠나기 위해서 가정과 사회의 여러 면면과 부딪히는 장면, 그리고 여자이자 엄마로서 겪었던 불합리한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항변하는 그녀를 보며 나를 돌이켜 보게 된다. 나는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사회가 좋아하는 모범 답안에 나를 맞추려고 했구나.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몸이 불편하듯 맞지 않는 역할에 나를 숨기려니 자꾸 가슴이 답답해졌구나 싶었다. ‘엄마’라는 역할과 ‘아내’라는 역할 사이에서 ‘나’를 찾겠다고 쭈뼛쭈뼛 고개를 내미는 것이 지금의 내 모습이라면, 작가는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며 지금 사회의 모습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히말라야에 다녀와서 판이해진 그녀의 일상이나 위치를 말하는 책이었다면 세상 사람들에게 더 잘 읽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큰 변화는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눈물이 흘러내렸다. 책 표지에 히말라야를 향해 우두커니 홀로 서 있는 사람이 저자라면, 그 옆에 함께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녀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을까.

 

여자로서, 엄마로서의 나를 일깨워준 책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네팔 히말라야 트래킹 여행기로서도 부족함이 없다. 언젠가 나도 체력을 키워서 꼭 등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로 해외 트래킹은 언감생심이지만 꿈꾸는 것만으로 이렇게 행복하니 여행이란 참 묘하다. 네팔에서 온 짚모자를 사는 걸 참 좋아했는데, 여행을 떠나기도 전부터 이렇게 물욕이 솟는다. 특히 ‘랑탕’은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자연의 위대함에 순응한 이에게만 고유의 매력을 보여주는, 자연의 섭리를 체득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직접 눈으로 꼭 보고 싶어진다.

 

얼마 전 친정 부모님을 만났을 때 엄마와 각자 남편의 흉을 봤던 게 떠오른다. 엄마는 아빠가 권위적이고 집안일을 나 몰라라 한다는 불만이, 나는 육아에 자기 일이 아닌 것처럼 임하는 남편이 불만이었다. 그때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아빠랑 오빠가 잘못한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남자들을 그렇게 만든 거야. 그러니까 내 아이들 때부터는 그러지 않도록 잘 가르쳐야겠어.” 아들들에게 공평한 세상을 가르치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내 실천이 바뀌어나갈 세상을 향한 작은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책을 리뷰한 'spket0303'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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