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7일 오늘의 책
임지선, 이부록 | 알마 | 2012.10
분류 : 사회/정치/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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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는 청춘의 답이 아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는 청춘을 위로하는 말들이 넘쳐난다. 팍팍한 현실에 상처받은 청춘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비약적인 경제성장에 풍요로운 사회를 이루었건만, 이처럼 젊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힘내라” “괜찮다”는 몇 마디 말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분명 힘들어하는 청춘들을 위로해주려는 사회의 분위기는 예전에 이들을 단지 ‘나약한 젊은이’로 몰며 다그치던 것보다는 진일보한 태도다....
‘청춘’이 뜻하는 바를 모르는 이 없을 것이다. 푸를 청(靑)에 봄 춘(春) 자를 쓰는 이 말이 가리키는 시기는 인생의 봄과도 같은 때라고 할 만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전반에 걸쳐 있다. 많은 사람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봄이라, ‘청춘’이라면 응당 그래야 마땅하겠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수 있어야겠지, 꽃샘추위도 금방 갈 테니까, 봄이니까, 라고 으레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추위가 잦아들 줄 모른다. 세상은 비바람에 눈발을 더하고, 푸른 봄은 결코 올 리 없고, 이것은 차라리 겨울이 아닌가 싶다. 허나 “추웠어요. 너무 추웠어요.”(163쪽)라고 말하는 ‘청춘’에게 세상은 일갈한다. 원래 그런 거야, 그때가.
원래 그런가, 정말인가.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냉동설비 수리업체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대학생이 파견 나간 이마트 지하에서 질식사하는 것도? 이십 대 노동자가 한 제철소에서 야간 근무를 하다가 용광로에 빠져 숨지는 것도? 열아홉 살 때부터 반도체 공장에 다니던 이가 돌연 백혈병에 걸리고도 산재를 받지 못하는 것도? 비정규직이라서 여성이라서 모욕감을 감내해야 것도? 성적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납부하는 경쟁체제를 비관하여 이 나라 최고의 영재들이 줄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혼자 힘으로 빈곤과 폭력의 대물림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도? 돈 때문에 대학생활을 포기하거나 대출 사기단에 휘말리는 것도? 상사의 성희롱을 고발하고도 사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것도? 어떤 안전장치도 없이 서비스와 몸을 팔면서 위험한 밥벌이를 해야 하는 것도? 단지 이방인이라서 모진 수모를 겪는 것도? ‘청춘’이라면 이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가, 살지 못하면 나약한 것인가, 2006년 카이스트 취임 후 ‘차등적 등록금제’를 도입한 서남표 총장의 말을 빌리자면 “미래의 성공을 위해 지금의 실패와 좌절을 받아들이는 자세”(75쪽)가 부족했던 것인가.
아, 그런가봐. 착하디착한 ‘청춘’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잘하면 될 거야. 여기저기에서 독려한다. 그래, 열심히 해, 파이팅, 힘내, 힘내라고. 그리하여 오로지 자신 때문에 이 삶을 망칠까봐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꽃 피우기를 강행하는 ‘청춘’들. 취재 현장에서 그들을 만나온 《한겨레 21》의 임지선 기자는 말하고 싶었다. 그건 네 문제가 아니야, 이상기후는 너 때문이 아니야. 그래서 이 책, 《현시창》을 썼다.
그들은 청춘이되, 청춘이 아니었다. 짧은 인생에 너무 많은 좌절과 고통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 너무 많은 이들이 청춘을 위로하고 치유한다고 나서는 세상이다. 나는 스물네 건의 사연을 내보이며 이래도 세상이 이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건넬 수 있겠냐고 반문하려 한다. 이것은 철수와 영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나 혼자 잘살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청년이 미래에 대한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사회는 ‘나쁜 사회’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6쪽)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바로 내일이다. 이 나라 ‘청춘’들이 무한경쟁의 장에 발을 들여놓는 첫날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마지막 날이기를, “자기 나이에 맞게 우울함을 떨치고 희망차게 살아보겠다”(120쪽)는 대학생이 말 그대로의 ‘청춘’을 맞이하기를, 그것들을 바란다면 허황할까. 낙오를 용납하지 않는 세상이다. 좌절이 깊은 우리다. 긴 겨울이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