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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진관

2009년 10월 7일 오늘의 책

고향 사진관

김정현 | 은행나무 | 2008.12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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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아버지』로부터 10년, 그 사랑을 뛰어넘는 아들의 가슴 울리는 이야기 뇌사 상태의 아버지로 인해 젊은 날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실존 인물 서용준, 이 책은 17년의 세월을 한 정성으로 보살펴온 그의 감동적 실화를 소설로 엮은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아들로, 아버지로, 가장으로 산다는 것 10년 전, 어렵고 힘든 경제 상황 속에서 이 시대의 아버지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던『아버지』의 작가 김정현이 신작 장편소설 『고향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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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울리는 낡은 사진관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저릿하고 무겁기만 하더니 종내에는 눈 자락을 붉게 물들어 버렸다. 너도 나도 제 몸 살피기에 급급한 시절에 당최 이런 사람이 있다니? 마음으로 보고도 머리로는 온전히 믿기 힘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에 절로 숙연해 지게 한다.

무엇으로 그의 삶을 논할 수 있을까? 놓아 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었을 세월이 글로나마 이렇듯 아리고 시린데 어찌 무엇으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몇 번을 들었다 놓았다 했는지 모르겠다. 사실적인 묘사와 섬세한 표현으로 살아 움직이듯 담담히 뿜어내는 감성어린 이야기에 온몸을 내맡기게 되니 말이다.

이 책 <고향 사진관>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저자 김정현의 절친한 벗 故 서용준씨의 이야기다. 그의 아버지가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쓰러져 17년을 몸소 병수발을 해내며 그로 인해 자신의 꿈을 접고 아버지의 곁을 지킨 채 평생을 바친 친구의 한 많은 이야기를 소재로 풀어 놓았다. 저자는 익히 보았던 심금을 울리는 필력에 더 해 애절한 이야기가 포개지니 어지간해서는 눈시울을 붉히지 않고는 못 배겨 나게 한다.

곁에 있어 그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는 산소와 같이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것이 가족이라는 존재, 그런 존재이지 싶다. 허나 그가 걸어온 삶처럼 이 땅의 아들로 장남으로 태어 나 운명처럼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살 수 있을 런지는 자신할 수 없다. 이미 그 자체로서 감당해야 할 커다란 현실이 두렵기만 하고 옹송그려지게 하는 것은 애써 숨기기조차 힘든 비열함의 발로이다. 그러하기에 그의 삶을 존경과 위대함이라는 상투적 의미로 표현하기에는 한참을 못 미치게 하는 진정한 이유에 다르지 않다.

이야기는 용준의 대학입학 즈음을 시작으로 아버지가 갑작스런 뇌출혈로 인한 뇌사상태로 맞은 날벼락 같은 현실로부터 정지한다. 실로 충격과도 같은 무게감이 젊은 용준에게는 감당하기 힘들고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는 다른 형제들이 있건만 장남이라는 허울로 홀로 감내하려 한다. 그러기를 17년. 그 사이 중매를 통해 천사와 같은 희순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 셋을 낳아 키우지만 언제나 그의 중심에는 아버지의 안위만 오롯이 자리 잡고 있다. 신혼여행에서도, 모임에서도, 그의 삶의 나침반은 아버지를 기준으로 회전한다. 더불어 그의 삶을 묵묵히 인정하고 아무런 불평 없이 조용히 함께 해 낸 그의 아내 희순 또한 어지간한 심성으로는 버텨내지 못할 인내의 표본이기에 실로 그 대단함에 무어라 형용할 길이 없다.

그는 변하지 않는 심지 굳은 지극한 효행으로 현실의 고달픈 무게감을 한마디 내색하지도 않은 채, 아버지가 다시금 환한 미소로 화답하여 깨어 날 것이라는 한줄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는 아버지가 남긴 모든 것을 끝끝내 지키며 아버지가 멈췄던 현실을 온몸으로 감내한다. 그런 희망도 부질없었다. 영원히 눈을 감던 아버지와의 이별에 응어리져 풀지 못했던 그리움은 엉켜 풀리지 못하고 텅 빈 아버지의 빈자리에 맥없이 주저앉아 버리게 한다. 하지만 낡은 사진관속 암실을 위안삼아 그는 그동안 쌓인 울분과 회한의 심정을 마음껏 토해내며 아버지와의 관계를 청산하며 가슴 속 한켠으로 고이 접어 둔다.

훈훈하고 애틋한 사진 바람

이처럼 그의 아픔이 이렇게 끝이 날지라도 걸어 온 삶이 위대하고 숭고해 보일 진데, 그를 뒤덮은 불행의 그림자는 지독한 인연으로 다가온다. 오래도록 그를 짓눌러 오던 자신의 문제에 무시하고 부정하기만 하였던 냉혹한 외면의 현실이 몹쓸 병이 되어 찾아왔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것도 그 어떤 것도 자신을 위해서 한 터럭만큼도 불꽃같은 열정을 펼쳐 보이지 못한 채 허무하리만큼 차디찬 빈껍데기를 가슴에 끌어안고 그렇게 아비가 떠난 길을 따라 흙으로 돌아가는 삶을 살았다. 참으로 눈물 나는 삶이다.

시간을 멈춘 것 같은 옛것을 그대로 간직한 <고향 사진관>의 낡은 사진기를 통해 훈훈하고 애틋한 사진이 바람을 타고 전해오는 것 같다. 사진 속 비워 둔 아버지의 자리에 굵은 눈물로 목이 메게 하고 더 잘 해 주지 못한 불효의 심정에 가슴 져 미게 하는 진정한 가족이라는 사진이 뜨겁게 밀려온다. 그가 보인 가족애의 우직하고 선 굵은 사랑의 진정한 의미는 시대를 초월한 아가페적인 사랑의 남다른 표현이리라.

용준과 그의 아이들이 허름한 사진관 옥상 밤하늘을 보며 별을 헤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게 눈에 밟힌다. 비록 인생의 참맛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역정의 세월에 묻혀 사라져 갔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이제 더 큰 바람을 타고 사람들의 메마른 가슴을 찾아 텅 빈 영혼을 달래 줄 것이다. 아마도 그는 따스한 훈풍이 되어 또 어디에선가 그의 이야기를 읽고 목메어 눈물짓는 사람들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 줄 런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동스파파’님은?
책속에서 길을 찾고자 끝없이 시작된 호모부커스를 꿈꾸는 몽상가입니다. 현실은 냉정하고 열정은 침잠하였으나 마음만은 뜨겁게 살고자 오늘을 사는, 어느새 늘어나는 뱃살을 옵션으로 장착한 아주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밥벌이의 지겨움을 책으로 달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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