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5일 오늘의 책
우석훈 | 레디앙 | 2009.09
분류 : 사회/정치/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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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를 목숨처럼 여기는 이 20대들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명랑함. 그렇다고 이들이 이명박이 싫다고 바로 민주당으로 가거나, 민주노동당 아니면 진보신당 같은 데로 관심을 돌릴까? 그럴 리가 있나. 많은 20대들에게 ‘간지’는 취향이 아니라 존재 이유다. 불의는 참아도 추한 것은 참을 수 없는 이 독특한 감성, 그것이 앞으로 펼쳐질 다음 세대들의 존재론 아니겠는가. ‘소녀시대’ 노래를 들으면서 화려함을 꿈꾸지만, 정작 주머니는 빈털터리인 이...
수많은 젊은이들이 ‘나는 88만원 세대인가, 아닌가’ 저울질하다 끝내 자신도 88만원세대임을 깨닫고 좌절하게 만들었던 <88만원 세대>의 후속작이 나왔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그동안 ‘이 사람은 잠은 언제 자고, 자판은 얼마나 빨리 치길래 이렇게 책을 많이 내?’란 의문이 들 정도로 많은 책을 낸 우석훈 박사. 그가 직접 “<88만원 세대>의 후속 편 정도 해당 된다”고 하니 기대감은 커진다. 더구나 제목에 ‘혁명’이란 말이 들어있다! 88만원세대가 880만원은 아이더라도, 188만원 세대로 업그레이드 되는 방법이 들어 있을라나?
사실 ‘혁명’이란 말은 썩 반갑지는 않다. 올림픽도 하고, 월드컵도 하고, 수출도 많이 한다는데, 오죽 살기 힘들면 혁명을 해야 한단 말이냐. <88만원 세대>가 출간된 이후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경제는 바닥을 쳐 일자리도 줄었는데 대학 등록금만 도도하게 오르고 있으니, ‘88만원 세대도 옛말이야’라는 푸념이 나올 만도 하다. 우석훈 박사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현재의 20대’, 그들 삶이 해방되길 바라면서 <88만원 세대>를 썼다. 그러나 출간된 지 2년 정도 지난 지금, 해방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20쪽)
정부와 재계는 끊임없이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립서비스를 했다. 하지만 변화는커녕 상황이 좋지 않으니 이제 남은 건 혁명이다. 워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우석훈 박사가 지금 당장 정권을 뒤집자고 하거나,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외치지는 않을 테니. 그는 신자유주의의 공포에 눌러 너무 ‘쫄지는 말자’고 어깨를 두드린다. F 학점을 맞는다고 인생의 낙오자도 아니며, 지금 당장 취업에 실패한다고 해도 의미 없는 삶을 사는 건 아니다. 너무 웅크려 미래와 세상에 대한 상상을 하지 못하는 게 더 심각한 거다.
나는 ‘혁명’이라는 단어의 생동감을 돌려주고 싶다. 아, 걱정 마시라. 혁명 하라는 거 아니다. 군사놀이 하라는 것도 아니다. (…) 내가 정말로 혁명의 일원이 된다면 따위 질문들을 자신에게 던져보는 건 어떠냐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마르크스나 레닌이 되라고, 80년대 ‘비장한’ 학생 투사가 되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 그러나 혁명이라는 매력적인 단어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젊음은 좀 불행하지 않은가. 이 사실을 환기시켜 주고 싶었다. 또한 여러분을 꽉 막힌 틀에 가두어 길들이려는 세상 속에서 ‘혁명’이란 말에서나마 숨통을 틔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35~36쪽)
삼각김밥 나누며 전진하라!
이제 진을 짜야 한다. 여기서 영웅이 출현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이 세상을 수직적으로 줄 세우고 뒤흔드는 건 그가 말하는 ‘꼰대’들의 시대에서나 가능했던 거다. 먼저 ‘방’살이들이 ‘세상’살이로 변할 필요가 있다. 그는 “지금의 ‘방살이’들이 방에서 나와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하고, 거기서 다시 사회 혹은 동료들 속으로 돌아오는 일이 벌어지면 그게 바로 탈신자유주의 시대 공동체를 복원하는 첫 출발”이라고 말한다.
우석훈 박사는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100명이 1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백부장’ 방식의 시민운동을 언급한다. 한 달에 1만원을 내는 회원이 1만 명이라면 20대 문제에만 매달리는 활동가 100명이 활동할 수 있다. 그 100명이 온/오프라인에서 20대의 의견을 수렴해 사회에 대해 적극적인 발언을 한다면 안 될 건 뭔가. 아무리 없이 살아도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데 1만원이 아깝지는 않을 거다. 술이야 30대 형아, 언니들에게 사달라고 하면 그만이다. 이밖에도 정치에 참여하고, 지역사회와 손잡는 방법 등이 있는데, 20대가 밝게 웃는 모습을 상상하니 생각만으로도 기쁘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당부하는 것은 ‘자신들이 20대 청춘임을 잊지 말 것’이다. 얼굴에 뭘 바르지 않아도 예쁘고, 조금 먹어도 에너지 넘칠 나이다. 괜히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써야 잘 사는 것’이란 신자유주의 구호 아래 주눅 들 필요 없다. ‘유쾌 발랄 명랑 씩씩한 모습’이 20대의 진면모다. 이제 반지하의 그늘을 벗어던질 때도, 등록금에 휜 허리를 펼 때도, 내가 이런 걸 잘해, 라고 세상에 떳떳하게 말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는 연세대와 성공회대에서 있었던 두 수업이 그 출발이 됐다. 우석훈 박사는 자신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과 주고받은 내용을 중심으로 책을 정리했다. 저자의 에필로그 뒤에는 7명의 학생들이 쓴 ‘20대의 20대 관찰기’가 있다. 그런데 ‘20대 학원강사로 살아남기’ ‘방살이, 혁명적인?’ ‘우리는 패션좌파, 패션으로부터 혁명을 꿈꾸다’ ‘웃으면서 울기’ ‘잉여들의 새로운 시작’ 등의 부제를 달고 있는 글들이 (적어도 내게는) 우석훈 박사의 글보다 더 재밌고, 더 가슴을 쳤다. 역시 20대의 일은 20대가 가장 잘 느끼고 표현하는구나 싶다. 웃으면서 우는 20대여! 울기를 멈추고, 반지하방에서 시작된 혁명이 ‘패셔너블한’ 혁명이 될 날을 기대할게요!
-안늘(ak20@bandinlun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