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4일 오늘의 책
구작가 | 예담 | 2017.04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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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잃고 이제는 빛까지 희미해지지만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가가 되기까지 항상 함께했고 응원하며 믿어줬던 단 한 사람, 엄마. 구작가와 엄마의 조금 특별한 그림과 이야기 들리지 않는 자신을 대신해 좋은 소리를 많이 들으라고 귀가 큰 토끼 ‘베니’를 그리고, 『그래도 괜찮은 하루』와 『베니의 컬러링 일기』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가로까지 사랑받고 있는 구작가. 소리를 잃고 이제는 빛까지 희미해지지만, ...
| Editor - 송보배
“네가 어떻게 좀 해봐”
엄마의 말에 숨이 턱 막히는 날이 있었다. “네가 어떻게 해봐” 그 말 한마디에 가슴이 말할 수 없이 답답해졌다. 한참 말이 없어 전화가 끊긴 줄 알았는지 엄마는 “여보세요. 여보세요”하며 통화상태를 확인했다. 더 말을 하면 공연히 화를 낼 것 같아서,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끊고 한참 울었다.
엄마는 오랫동안 ‘어떻게 좀 해서’ 날 키워냈는데, 나는 엄마의 ‘어떻게 좀’ 해보란 말조차 버거웠다.
엄마는 여장부란 말을 자주 들었다. 씩씩하고, 억척스러웠다. 그 씩씩함이 ‘어떻게 좀 해서’ 우리를 키워내기 위함이란 걸 알기에, 엄마란 씩씩한 그 뒷모습마저 가슴이 아픈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엄마가 했던 ‘어떻게 좀’의 일부조차 되돌려 주지 못하고, 표현조차 다정하게 하지 못했다.
구작가의 『엄마, 오늘도 사랑해』를 보며 울컥하는 순간이 많았다.
“다음엔 내가 엄마의 엄마로 태어날게.”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구작가는, 청각장애인인 자신에게 쏟은 엄마의 사랑을 『엄마, 오늘도 사랑해』로 담담하게 그려낸다.
구작가가 청각장애 진단을 받던 날 말없이 딸을 부둥켜안고 울던 엄마,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농학교에 매일같이 데려다주던 엄마, 수없이 거절당하면서도 일반 학교 입학을 위해 뛰어다니던 엄마.
특히 울컥했던 건 망막색소변성증을 진단받은 엄마의 고백이었다.
엄마는 무서웠어.
청각장애인 너를 키우는 것도 힘들었는데
눈까지 안 보이면 키울 자신이 없어서,
그때가 오면
너를 데리고 하늘나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런 마음이 들어서
중랑천으로 달려가서 미친 듯이 뛰었어.
(145~147쪽)
딸과 함께 하늘나라로 가겠다는 생각, 중랑천을 미친 듯 뛰는 마음, 그것이 가시처럼 목에 걸렸다. 다행히 덤덤하게 용기 내는 구작가의 모습에서 엄마는 희망을 되찾고, 평범한 일상을 이어간다.
책의 마지막은 구작가와 엄마의 최근 일들을 그린다.
자신의 평생을 딸에게 주었으면서도, 엄마는 백화점 가방 하나 편하게 받지 못하고 남대문으로 딸의 손을 이끈다. 오르세미술관에 간다고 들뜬 딸에게 함께 가고 싶다는 내색조차하지 않다가, 비행기표를 선물 받아 함께 떠날 수 있게 되자 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뻐한다.
엄마란 왜 그런 존재인걸까. 다 주고도 작은 것 하나 받지 못하는.
“다음엔 내가 엄마의 엄마로 태어날게.” 이 말은 엄마의 사랑을 갚을 수 없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지 않고서는, 인생에서 받은 사랑을 다 갚을 수 없다는, 마음의 빚을 담은 그런 고백이다.
나도 엄마에게 이 말을 들려주고 싶다.
자식을 위해 한없이 씩씩해야만 했던, 여린 엄마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다음엔 내가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겠다고.
10rim@bn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