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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2012년 4월 4일 오늘의 책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 외 | 부키 | 2012.03

분류 : 경제/경영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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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진보의 착각'을 또다시 되풀이할 것인가? 작금의 한국 경제 상황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꼬인 것인지 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 어지럽게 얽히고 헝클어진 상태, 즉 '난마'와 같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베어 낸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일화처럼 명쾌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에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가 다시금 나섰다. 2005년 『쾌도난마 한국경제』에서 선입견 없는 냉철한 현실 인식으로 한국 경제를 진단하고 사회적 대타협과 복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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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알고 해야겠죠?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내건 구호는 ‘전 국민 성공 시대’였다. 하지만 4년이 흐른 지금, 대다수 국민이 성공할 그날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이전 정권 때부터 서민들을 괴롭혀온 양극화와 청년 실업 문제는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진데다, 사회 전체의 경제 성장률 또한 신통치 않은 상황이니 말이다. 그러니까 전직 CEO 출신 이명박 대통령, 경제문제 하나만큼은 잘 해결해주지 않을까 하는 ‘혹시나’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버렸고, 이러한 국민 정서가 정권 말기에 이른 현재의 시점에 ‘정권심판’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안티 이명박’으로 뭉친 야권에서는 요즘 ‘노무현 복고주의’라는 일컬어도 무리가 아닌, 상당히 강력한 흐름이 존재합니다.” (이종태, 12쪽)

 

이 흐름에 대한 문제의식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출발점이다. 간단하게 말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문제들은 이명박 정부의 우파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인해 심화된 것일 뿐, 그 근원에 있어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노무현 정부 때로의 회귀가 대안일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욱 문제인 것은, 요사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는 ‘경제 민주화’, ‘재벌 해체’라는 화두 또한 그 실상에 있어서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경제 위기의 원인인 주주 자본주의와 금융 자본에 봉사하는 논리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진보인 양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2005년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통해 한국 경제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과 대안을 제시했던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이종태 시사인 경제국제팀장이 7년 만에 모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는 지금, 이미 죽은 지 오래인 망령을 붙들고 실패로 판명된 신자유주의의 깃발을 다시 치켜드는 게 웬 말이냐는 거다. 그렇게 이 책은 박정희와 재벌 체제에 대한 묶은 감정에 싸여 한국의 경제 민주화론자들이 제대로 보지 못한 현실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일러준다. 

 

박정희 시절에 대한 반감으로 관치와 산업 정책에 거부감을 표하는 이들은 국가의 시장 통제와 개입을 전면반대하며 무의식중에 자리잡고 있는 자유시장의 합리성과 투명성, 효율성에 대한 맹신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국가가 빠져나간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단기 수익에 골몰하며 제조업과 같은 실물 경제를 몸통이 아닌 꼬리로 전락시키는 국제 금융 자본과 주주 자본주의일 따름이다. 그리고 이는 재벌 해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관치와 산업 정책이 정경유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재벌이 자기 잇속만 차리며 서민 경제를 소외시키지 않도록 철저히 규제할 수 있는 관련법과 정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처럼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저자들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한 후, 현재 한국 경제의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장기적인 계획과 국민적 합의, 사회적 결단력이 필요한 ‘보편적 복지국가’ 모델을 강력하게 제안한다. 그리고 이는 국가의 제 역할을 강조하는 산업 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제 민주화’를 위한 다른 해법이기도 하다. ‘안티 이명박’으로 똘똘 뭉치고 있는 지금의 여론이 중요한 선택에 앞서, 자칫 간과하기 쉬운 10년 혹은 30년 후를 내다보는 조언인 거다. 

 

“신자유주의는 일종의 경제 시스템입니다. 앞서 두 분이 금용 시장과 재벌, 중소기업 등에 대해 말씀하셨듯이, 신자유주의는 자본과 노동의 조직화에 관한 하나의 생산 시스템이죠. 그런데 자본과 노동 같은 ‘생산’의 영역은 건드리지 않는, 한갓 ‘분배’에 불과한 복지가 어떻게 경제 시스템, 생산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다는 거죠? (이종태, 332쪽)

 

저는 오히려 (…) 우리가 정말 경제 성장을 원한다면 복지국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성장을 하려면 복지 같은 건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전경련 사람들도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이 계속 고도화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할 겁니다. 그런데 산업 고도화가 뭡니까? 낡고 수익성 낮은 산업에서 새롭고 수익성 높으며 첨단 기술이 활용되는 산업으로 자금과 인력이 옮겨 가는 거잖아요. 그렇게 하려면 끊임없이 구조 조정이 필요한데, 이게 복지 제도 없이 가능할까요? (…) ‘정리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현재) 한국에서는 맞는 말입니다. (…) 이런 조건에서는 노동자들이 구조 조정을 죽자 사자 반대할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진정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과 산업 고도화를 바란다면 노동자들의 삶을 공적으로 보장하는 장치, 즉 복지국가가 필요한 겁니다. (정승일, 333-334쪽)”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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