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4일 오늘의 책
김보영, 박상준, 심완선 | 돌베개 | 2019.12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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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더 이상 ‘SF 불모지’가 아니다? 대세가 된 SF! “한국은 SF 불모지”라는 말은 꽤 오랫동안 제법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통용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도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면 최근의 상황에 어둡다는 반박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지난 몇 년 사이에 한국 SF 작가들의 성장과 성취는 눈부시고, 그에 대한 대중들의 호응도 꾸준히 높아지는 중이다. 당장 최근에는 김보영의 『저 이승의 선지자』 등 3편의 중·단편 SF...
〔나를 책벌레로 만든 SF〕
내가 처음 SF 소설을 읽은 것이 초등학교 4학년인지 5학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한참 책을 읽는데 재미가 붙었고 집에 있는 책은 이미 여러 번 읽어서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을 때 나의 눈은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세계동화전집, 위인전기, 어린이 백과사전과 이모가 던져주고 간 세계문학전집만 읽던 나에게 학교 도서관은 새로운 책들이 쌓여 있는 보물창고였다. 그리고 내 또래 많은 책벌레들이 비슷한 길을 걸었을 것 같은데, 추리 소설과 SF 소설에 푹 빠져 버렸다. 이때 알게 된 작가들이 셜롬 홈즈, 뤼팽, 아가사 크리스티, 에르큘 포와로같은 추리작가들과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 H. G. 웰즈같은 SF 작가들이다.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있는 작품이 많지만 특히 아시모프의 『강철도시』와 『불사판매 주식회사』가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다. 그 외에도 굉장히 많은 SF 소설을 읽었는데 워낙 어릴 때 읽었던 책이라 다시 읽고 싶어도 내용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어 찾을 수가 없다. 어쨌든 내가 책을 많이 읽게 된 것은 SF 소설과 추리 소설 덕분이고 지금도 SF 소설은 꽤 많이 읽는 편이다.
그 후 중학교, 고등학교 때에는 다양한 책을 읽다가 대학에 들어가서 다시 SF 소설에 빠졌다. 정확히는 어릴 때 봤던 책을 다시 읽고 싶어서 SF를 찾다 다른 SF 소설도 읽었다. 『강철도시』가 포함되어 있던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와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구매해서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아시모프의 팬이 되었다. 당시에 사놓았던 책 중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다시 출간되었지만 『로봇』 시리즈는 출간되지 않고 있다. 이때 사놓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구하기 힘들 것이다. (중고 책이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SF 소설은 책을 읽는 재미를 가르쳐 주었을 뿐만 아니라 책을 사 모으는 책 덕후 기질까지 나에게 선사했다. 우리나라 비주류 장르 중에서도 비주류에 속하는 SF 소설은 있을 때 사놓지 않으면 절판되어 다시는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지금은 구하기 힘든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라든지 아시모프의 ‘우주 삼부작’ 시리즈 같은 책들이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다.)
〔신문연재분을 엮은 SF 안내서〕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는 한국일보에서 약 1년간 세 명의 SF 관련 전문가가 연재한 ‘SF 작가와 작품 소개’ 에세이 50편을 엮어 펴낸 책이다. 정말 미안하게도 나는 우리나라 SF 소설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나마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지만, 이 세 저자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좀 부끄럽기도 하다.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는 SF 독자라면, 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 같은 작가 50명과 작품을 소개한다. 주로 소설가를 많이 소개하지만 소설가뿐만 아니라 만화가와 애니메이션·영화 감독도 소개한다. 당연하다. 새로운 세계는 소설가만이 창조해 내는 건 아니니까. 모두 읽고 보니 이 중 35명 정도는 작품을 읽거나 본 적이 있는 인물이고, 나머지는 생경하다. 혹은 작품을 알고는 있었지만 작가는 모르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꽤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읽을 책들이 잔뜩 남아 있다.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처럼 한 분야에 대해 정리해 놓은 책을 읽으면 내가 잘 몰랐던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려 준다는 점이 가장 좋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아직 접하지 못한 작가와 작품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솟아오른다.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서 책을 검색하고 장바구니에 담아 놓는다. 혹여 절판이라도 된 책이 읽고 싶으면 짜증이 난다. 책 구매 비용이 늘어나 몇 달간 적자재정에 시달린다는 점만이 이런 책을 읽을 때 좋지 않은 점이다.
〔전문가가 정성 들여 쓴 소개서〕
세 저자가 번갈아 가면서 SF 저자와 작품에 대해 굉장히 읽기 편하도록 설명했다. 작가들의 삶을 소개하는 것도 좋고 작가들의 대표작이 좁게는 SF 문학계, 넓게는 사회와 문화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고 영향을 끼쳤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특히 신문 칼럼의 한 코너였던 만큼 각 챕터의 글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것이 마음에 든다. 책으로 펴내면서 많이 편집했다고는 하지만 신문 연재물인 만큼 시의성 있는 주제가 포함되어 있는 것도 흥미롭다. 연재가 끝난 지 약 2년 정도 지났으니 상황은 많이 바뀌었으나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SF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한 번 읽고 이해한 후에 이 책을 책장에 꽂아 놓을 수는 없다. 이제 이 책 속에 소개된 책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읽는 수고를 해야겠다. 갑자기 읽어야 할 책의 숫자가 확 늘어나긴 했어도 상관없다. 차근차근 거장들의 상상력을 더듬어 가는 즐거움을 누릴 생각을 하니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다만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책들을 생각하면 몹시 절망스럽기도 하다.
총평 ★★★★☆
- SF 독자라면 한 번 읽고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틈틈이 읽을 책이다. 설명도 깔끔하고 50명의 작가에 대해 짧게 설명하고 있어서 부담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백과사전처럼 두고두고 읽어도 될 듯하다.
- 특이하게 글자 단위가 아니라 단어 단위로 줄바꿈을 한다. 그동안 시집 말고 단어 단위로 줄바꿈을 한 책을 본 적이 있나? 큰 문제는 아니지만 괜히 거슬렸다.
- 사진 설명을 사진 왼쪽에 세로로 써놓아서 책을 읽다가 90도로 돌려가며 읽어야 해서 불편하다. 이건 또 왜 이렇게 했을까?
- SF의 전체 역사는 아니겠지만 전반적인 경향과 알아야 할 작가들이 총망라되었다. SF 팬과 관심 있는 독자들 모두에게 추천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한담'님은?
합창도 하고 도장도 파고 붓글씨도 쓰면서 언젠가는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을 붙잡고 사는 게으른 직장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