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30일 오늘의 책
공지영 | 해냄 | 2018.07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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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도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다 작가 공지영, 5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야만의 현장을 날것으로 보는 것처럼 그 순간 숨이 막혀왔다 안개의 도시 무진, 그곳이거나 그곳이 아닌 곳에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욕망과 부정의 거미줄 끈질긴 취재와 집필로 일궈낸 1천만 독자의 감동! 등단 30년, 공지영 작가의 열두 번째 장편소설 『해리』 『높고 푸른 사다리』 이후 5년 만에 발표하는 공지영 작가의 신작 장...
공지영 작가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다. 나를 예뻐하며 오랫동안 국어교사를 하신 작은 고모부가 “또라이”라고 하는 걸 들었던 것 외에는. 이번 책 『해리』가 진보의 탈을 쓰고 악한 짓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말을 얼핏 본 뒤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기서 분명, 나르시시스트가 파헤쳐질 것 같아서다.
예감은 적중했다. 첫 장에 등장한 짙은 안개 묘사부터 악의 보이지 않음과 감추어짐,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묵직한 뻐근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묵직한 뻐근함은 악이 선으로 변장해 활개를 치고, 그들의 악행이 주변의 침묵과 동조, 순진한 퍼나름으로 부인되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가슴 칠 답답함을 겪어본 사람들만이 느끼는 것이었다. 저자는 등장인물 속 악인들을 해리성 인격장애, 즉 다중 인격으로 본 듯하다. 그래서 제목이『해리』다. 해리는 등장인물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소설 인물들의 상태를 상징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들의 악행이 사람이라면 저지를 수 없는 것이라고 믿고 싶었기 때문일까. 여전히 ‘설마 사람이 어떻게’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까. 내가 본 소설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나르시시스트의 행동 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등장인물들을 통해 파헤쳐진 나르시시스트의 수법과 그 주변의 다이내믹을 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지만 (재미있다고는 말 못 하겠다. 묘사가 굉장히 사실적인 관계로 읽으면서 불편함이 생기는 것을 어쩔 수 없기 때문에) 몸이 찌리릿 떨리고 눈물이 맺힐 만큼 강렬하게 나를 통과해 간 건 맨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주인공의 문자, 그리고 저자 후기였다.
“뉴질랜드에 가지 말아요. 내가 할 말이 있어요. 나도 서울에 가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나의 계획을 변경했어요. 미국, 스위스, 독일 헌법보다는 덜 바꾼 것인가요? 한 시간 후에 무진에 도착합니다. 저기 노을이 걸렸는데 이미 천오백 년 전에 루미라는 시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노을은 이미 불타는 새벽이다. 사랑합니다.”-본문 중
주인공 이나는 기자로서, 그리고 피해자로서, 암 덩어리보다 더 끔찍하고 토 나오는 나르시시스트적 사건 덩어리를 진하게 통과하고, 그리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 곳에서 또 한 번 속는다. 그렇게 거듭되는 절망을 경험하고도 그녀는 사랑을 선택했다. 그 거대한 절망의 한가운데서 오히려 사랑을 선택했다. 왜 그랬는지는 설명할 수 없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 몸이 찌르르했고, 거의 눈물이 날 뻔했다.
저자는 글을 쓰면서 감정적이지 않으려고 기울인 노력을 “나를 둘러싼 세상보다 그 세상에 반응하고 싶어 하는 나 자신과 싸우며 글을 마쳤다”는 짧은 글 안에 담백하게 눌러 담았지만, 반응하고 싶은 자신과의 싸움은 분명 지난했을 것이다. 작은 아픔조차 끊임없이 성토하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인데, 절제된 말 안에 지난날의 어려움을 아무렇지 않은 듯 눌러 당은 저자에게서 내공이 느껴진다. 거대한 악을 취재하는 데 무려 5년이란 시간을 보내고도 여전히 희망과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의 내공. 그 수많은 사람과 사건을 취재하며 겪었을 암담함과 끔찍함, 무력함, 괴로움… 가히 2차 트라우마가 되고도 남았을 그 환경에서 여전히 사랑을 선택한 저자에게 조용히 따뜻한 손을 건네고 싶다.
대부분의 나르시시스트가 그러하듯이 소설 속의 해리도, 백 신부도, 모두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단지 가난해서 불우한 게 아닌, 마음까지 가난한 어린 시절. 누구도 돌보아주지 않고 마음 기댈 곳 없던 시간. 사실 순수한 ‘악’이란 없다. 악이 ‘지극한 이기성’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보호받을 구석이 한 뼘도 없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겨난 생존 본능이다. 악은 사랑의 부재에서 탄생한다. 그러니 세상이 험할수록 우리가 기대야 할 것은 오직 사랑이다. 악이 저지르는 행동을 묵인하고 휘둘리는 사랑이 아니라, 악의 행동은 과감하게 거부하고 드러내되 악이 사랑의 부재에서 옴을 알고 연결의 토양을 키우기 위해 애쓰는 사랑.
책장을 덮은 뒤 남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내 사랑한다고 말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getz27'님은?
인생을 실험 중인 독립 연구가 겸 개인 활동가. 몸과 마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활동에 관심이 많다. 읽고, 쓰고, 번역하고, 나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