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30일 오늘의 책
이진우 | 휴머니스트 | 2019.06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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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또 다른 아이히만이 되지 않으려면 결코 생각을 멈추지 마라! ? 정치적 자유를 찾는 시민에게 보내는 아렌트의 경고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의 조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등 철학사에 길이 남을 명저들을 집필한 20세기 최고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 유대인이기 때문에 교수 자격 취득을 금지당하고 수용소에 감금되기도 했던 그녀는, 끝내 나치 정권이 600만여 명에 달하는 유대인을 학살하는 시대를 목격한 후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어...
현재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로 있는 이진우 교수가 쓴 강의록 형태의 책인데, 유명한 독일 태생 정치철학자인 한나 아렌트의 관점으로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정치적 문제들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사실 저자 나름의 현대사회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한나 아렌트의 사상을 두루두루 아울러 살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우선 현실을 생각하지 않으면 악을 불러오고, 악은 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에게 생각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악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한다. 이것은 한나 아렌트가 전체주의를 연구하면서 이른바 악의 평범함에 논할 때 나오는 이야기이며, 이 책을 가로지르는 핵심적인 내용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사유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너무나 많다면서, 삶이 너무 바빠서, 해결해야 할 시간이 너무 급해서, 문제가 너무 복합적이라서 우리는 생각을 포기하고 습관적으로 살아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렌트는 시대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멈춰서 생각하고, 우리가 무슨 행위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 책의 앞부분에는 한나 아렌트가 주요하게 다루었던 전체주의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아렌트는 전체주의를 특정한 정치체제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운동으로 파악했고, 전체를 지향하는 태도는 항상 독단과 독선을 가져오며, 이데올로기적 독단은 결국 폭력적 독재를 불러오게 되어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전체주의 운동은 원자화되고 개인화된 대중의 특별한 조건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정치조직에 대한 욕구를 가진 대중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전체주의는 이데올로기와 테러, 선전 선동과 비밀경찰을 정교하게 결합함으로써 대중을 조직화시키며, 전체주의 정권은 거대한 역사의 주체가 된다는 허위의식을 심어줌으로써 개인을 제거하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자유의 능력을 파괴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유명한 악의 평범함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악은 극단적이지만 결코 근본적이지 않다면서, 악은 사고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평범하다고 말한다. 사고할 능력이 없음이 결국 악을 불러온다는 말이다.
아렌트는 사유할 능력 없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능력 없음, 말할 능력 없음이 결국 악을 키운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렌트는 정치와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고대 그리스 이래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구별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가정은 서로 뜻이 맞고 정다운 융화와 일치를 이루어야 하며 갈등과 경쟁을 허용하지 않기에 자유가 결여되어 있고 오히려 그런 면에서는 폭력적 공간이라 말한다. 결국 우리는 공적인 영역을 통해서만 자유를 실현할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정치 행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동기와 효율성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동선을 위해 행위를 하기보다는 경제적 이익의 극대화라는 목표를 위해 행동할 뿐이며, 따라서 현대 사회는 궁극적으로 행위의 다양한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렌트는 현대의 관료체제를 갖춘 국민국가가 탄생하고 자본주의 시장이 발전하면서 공론 영역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의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판단했다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은 경제적 논리에 의해 식민지화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별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의견을 갖지 못한 사람은 여론을 따른다면서, 의견은 그것을 서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검증되기 마련인데 여론은 다수의 이름으로 의견 형성을 방해한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폭력과 환경오염과 새로운 빈곤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설령 충분히 알고 있을지라도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무엇인가를 공동으로 시작할 때 비로소 정치는 시작한다면서 우리가 정치를 강렬하게 요청할 때는 사실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을 때라고 말한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한나 아렌트가 정치 철학의 핵심 범주로 제시하고 있는 탄생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탄생성이란 이미 다수의 사람이 살고 있는 세계 속으로 던져진다는 의미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자발성과 창발성에 기여하는 정치가 좋은 정치이고, 이러한 자발성을 줄이거나 파괴하는 정치는 나쁜 정치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의견은 개인이 가진 다양한 세계관과 이해관계에 따라 형성되기 때문에 순수한 사실만 지향하지 않는다면서, 사실보다는 사실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중요한 것이 정치라고 말한다. 자신의 입장이나 이를 뒷받침하는 사실만 일방적으로 주장함으로써 이에 대한 사실적 반박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지속될 수 없다는 말이다. 또한 동일한 사실이라도 언제나 다르게 말하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정치적 행위의 특성이기에 우리는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라도 언제나 다양한 관점을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정치문화를 보장해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나 아렌트의 몇 가지 핵심적인 사상들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것을 현실 정치와 함께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내용을 풀어가는 데 이진우 교수님의 강의록 형태도 구성이 잘 되어 있고, 어려운 내용 자체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풀어져 있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duetto'님은?
독서를 통해 인생의 참된 길을 찾는 나그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