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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여행하는 법

2016년 6월 30일 오늘의 책

내 방 여행하는 법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 유유 | 2016.03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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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해외여행마저 일상화된 지금, 여행의 의미를 다시 묻다 여행은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떠나는 일이다. 평소에 우리가 항상 접하는 집과 주변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과 사람을 만나며 새로운 자극과 관점을 얻는다. 여행을 재충전의 기회라고 하는 말도 그런 이유에서 나왔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생각만큼 여행을 떠나기는 쉽지 않다. 나날이 오르는 물가에 지갑 열기가 무섭고, 늘 피곤에 빠진 몸으로 어디로 갈까 가늠하자면 상상만으로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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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일간의 사색


 "정해진 길을 고집하지 않고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듯 자신의 상념을 쫓는 것보다 더 매혹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내 방 여행을 하면서 곧바로 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탁자에서 시작해 방 한구석에 걸린 그림 쪽으로 갔다가 에둘러 문 쪽으로 간다. 거기서 다시 탁자로 돌아올 요량으로 움직이다가 중간에 의자가 있으면 그냥 주저 앉는다. 의자란 얼마나 훌륭한 가구인가. 사유하는 인류에게 이보다 유용한 물건은 없으리라. 기나긴 겨울밤, 세상사 소란에서 벗어나 그 속에 몸을 묻고 있으면 한없이 차분해지고 때로 달콤함까지 깃든다. 벽난로 불이 활활 잘 타오르고 내 손에 책과 펜만 있으면 지루할 짬이 어디 있으랴. 사그라지는 불길을 다시 키우기 위해 책과 펜을 손에서 놓았다가 그대로 즐거운 상념에 빠져 지인들을 기쁘게 할 시의 운을 다듬는 일도 달콤하디 달콤하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한없이 흘러 영원의 침묵에 이르고, 시간이 빚어내는 그 슬픈 여정을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하리라." (22-23쪽)

사람들은 여행을 할 때 빠른 길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일부러 빙 돌아가거나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가끔은 목적지까지 가겠다는 계획도 접어둔 채 채광이 좋은 카페 의자에 깊숙이 기대앉아 시간을 유영한다. 이렇게 영혼을 자유롭게 풀어두는 시간을 위해 멀리 여행을 가기도 한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그런 여행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문학, 회화, 음악 등에 두루 관심을 보였던 직업군인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는 42일간 자신의 방에 머물며 『내 방 여행하는 법』을 집필했다. 다른 장교와의 결투로 인한 42일간의 가택연금형 때문이지만, 저자는 '내 방 여행하기'는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고 말한다.

그의 여행기는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거리가 멀다. 방에 있는 놀라운 볼거리에 대한 서술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내 방 여행하는 법』에는 그자비에의 머릿속의 영혼과 사색의 과정이 나타나 있다. 책을 통해 독자는 작가의 사색으로의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의자와 침대에서의 사색, 벽에 걸린 초상화에서 떠오르는 아름다운 추억, 애견 로진과 하인 조아네티에게서 느끼는 연민과 감사, 문학과 예술에 대한 지식과 철학적 사고가 책을 가득 채운다. 익숙한 것에서 사색이 시작되고 일상과 사물에서 영혼을 불러내거나 철학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영혼과 그의 타자(물리적 신체)와의 관계'에 대해 관찰하고 탐구한다. 그의 영혼은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작은 방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난다. 

"벽 앞에서 나는 드 오카스텔 부인의 초상화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고, 또 다른 자아인 나의 타자는 기꺼운 마음으로 그 위에 앉은 먼지를 닦았다. 먼지를 닦는 일에서 타자는 은근한 기쁨을 얻으니 이 기쁨은 드넓은 천상의 평원에 푹 빠져 있는 나의 영혼에게도 전해진다. 왜냐하면 영혼은 천상을 여행할 때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은밀한 고리를 통해 감각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천상의 즐거움은 그 즐거움대로 만끽하면서 타자가 느끼는 은근한 기쁨에도 동참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기쁨이 일정 수위에 도달하거나 영혼이 예기치않은 장면에 화들짝 놀라기라도 하면, 영혼은 번개처럼 재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런 일이 내가 초상화의 먼지를 닦고 있을 때 일어난 것이다." (46쪽)

그의 여행을 보며 '타자(물리적 신체)'가 경험하는 여행이 아니라 '영혼'이 경험하는 여행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여행에서 얻는 즐거움은 어딘가를 가서 경험했던 감각적인 것(타자의 경험)이 아니라 영혼이 고양되고 기쁨을 누렸던 순간에 있다.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보고 어떤 성찰과 사색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물이 끓는 동안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다. 앞서 독자 여러분에게 말한 바 있지만 나는 이렇게 선잠 들 때의 아늑한 기분이 참 좋다. 조아네티가 커피 주전자를 화로의 쇠받침 위에 올려놓을 때 나는 소리도 참 듣기 좋아서 그 소리에 나의 뇌리와 나의 모든 신경도 공명한다. 그것은 마치 하프의 현 한 줄을 튕겼는데, 8도 음정의 소리가 한꺼번에 울리는 것과 같다. 눈앞에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눈을 뜨니 조아네티가 서 있다. 음, 이 커피 향! 자연이 준 멋진 선물이다. 커피와 크림 그리고 토스트 한 조각. 친애하는 독자여, 이리 와서 아침을 같이 합시다." (163쪽)

그의 즐거움은 조아네티가 커피를 끓이는 순간과 같은 소박한 것들에서 비롯된다. 『내 방 여행하는 법』은 여행의 즐거움은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지금 당신의 주변을 둘러보라고, 어딜 갈까 고민할 사이에 주변의 사물을 다시 주목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생각과 추억을 건져내라고 말한다. 어디서든 자유로운 사색이 가능하다면 여행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춤추는 바람’님은?

여행과 책, 영화를 좋아하는 춤추는 바람입니다.
어디든 자유롭게 넘나드는 바람처럼 삶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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