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3일 오늘의 책
은유 | 어크로스 | 2019.03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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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결을 섬세하게 살피는 관찰자가 될 때, 우린 누구나 괜찮은 사람이 된다.” 《쓰기의 말들》《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우리가 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희망에 관하여 나를 과시하거나 연민하기 바쁜 시대,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지만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 되는 시대. 《다가오는 말들》은 이런 ‘나’ 중심의 시대에 ‘타인’의 입장에 서보는 일의 가치를 역설한다. 은유는 우리가 타...
여성, 아내, 엄마. 각각의 정체성이 겹치면 겹칠수록 공감되는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를 통해 은유 작가를 처음 알았다. 이후 그녀의 글을 흠모하며 어떤 글을 쓸 것인가에 대한 『글쓰기의 최전선』과 글을 쓰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쓰기의 말들』을 읽었다. 이번 책 『다가오는 말들』에는 타인을 좀 더 이해하고자 애쓰는 글들이 담겨있다. 말들은 ‘다가오고’ 자신은 ‘다가선다’는 점에서 서로 감응하기를 권하는 책이기도 하다.
작가는 확신에 찬 사람이 되지 않는 게 목표란다. ‘삶은 글을 초과한다’고 반복하여 말하는 그녀는 확실함으로 자기 안에 갇히거나 타인을 억압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감정의 수문이 열릴까봐 음악을 줄이고 관료적 언어에 길들여졌던 그녀가, 이제는 불확실함을 견디며 교감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어서 ‘목소리 없는 이들과 그냥 있기’ 위해 불안과 조급을 걷어내야 했지만, ‘지금 세상이 어떤 줄 아느냐’며 그 세상을 고착시키지 않고자 애쓴다.
‘두 존재의 교감에는 종의 동일성보다 곁의 연속성이 중요함을 책과 현실이 증명’하므로, 홀로 읽고 담아 두었던 문장들을 내놓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다만 ‘평범의 기준이 나에게 있으면 행복하고 남에게 있으면 불행한 거 같다’며, 각자 자신에게 머무르고 함부로 타인을 판단하지 않기를 권한다. ‘말투에 트집을 잡는 사람은 대화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라는 지인의 말에 뜨끔했고, ‘이제 와서 말하는 게 아니라 이제 겨우 말하는 것’임을 간과했던 날들에도 귀가 달아올랐다.
공감하려는 응시는 바깥만 향하고 있지 않다. 특히 여성과 엄마들에게 연대감을 느끼고 있는데, 작가 자신도 여성의 삶을 통과했으며 여전히 통과 중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모성의 언어’가 바닥나 우는 엄마들에게서 자신을 보고, ‘한국사회의 장대한 폭력에 관한 서사를 한 여성의 트라우마로 간단히 환원해버리는 목소리’를 거부한다. 여기서 인용된 시몬 드 보부아르의 말은 소름 끼칠 정도다. “현대 여성은 결혼하거나 결혼했거나 결혼할 예정이거나 결혼하지 않아서 고통받는 존재들이다.” 이 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낡고 시들어 고전이 되어버리길 간절히 바란다.
지나온 시간과 고통을 설명하는 언어를 찾고, 다시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일은 가치 있다.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글쓰기 욕망을 정교하게 언어화하는 과정’에서 어떤 글을 어떻게 쓸 것인지 답을 찾게 된다는 말이 와닿았다. 나 역시 그 욕망을 분류하고 가르며 지금에 머무르는 중이다. 더 나아가 ‘하고많은 불행의 언저리를 서성이다 보아버린 것’을 쓴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행에 함몰되지 않고 뚫고 나올 수만 있다면.
오늘의 책을 리뷰한 'shade92'님은?
읽고 듣고 돌보며, ‘삶의 여러 결들’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