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3일 오늘의 책
서동욱, 김행숙 | 민음사 | 2014.01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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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민음의 시’ 200번 출간 기념 시집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대표 시를 통해 살펴보는 ‘민음의 시’의 과거, 현재, 미래 지난 30여 년간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시집을 통해 한국 현대 시의 흐름을 이끌어 온 ‘민음의 시’시리즈가 200번 출간을 돌파했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는 ‘민음의 시’ 200번 출간을 기념하는 시집으로 역대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에서 각 시집을 대표하는 시 2편씩을 골라 선집 형태로 묶었다...
시는 또 다른 한 편의 소설이다. 소설로 쓰면 대하소설이 될 만한 이야기를 시는 단 몇 줄로 눌러 담는다. 시 안에는 시대와 인물, 사건과 감성이 녹아있다. 시에 갇혀 버린 이야기들은 읽어주는 사람이 풀어주어야 비로소 본래의 길고 긴 사연을 늘어 놓는다. 한 줄 한 줄 꼭꼭 씹어 읽어야 하는 까닭이다.
그렇지만 어디 요즘 시대가 그렇게 꼭꼭 씹어가며 시를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내주기나 하나? 트위터에 올릴만한 짧고 쉬운 감각적인 문장만이 읽히는 시대지 않은가? 시를 보여주면 보통의 경우 "이게 뭔 소리야?" 하며 한쪽으로 치워놓기 십상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는 그런데도 "이 시 정도는 읽어줘야 하지 않니?" 하며 들이밀고 싶은 시집이다.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대표 시를 모았다.
바람이 살살 부는 가을의 어느 날, 낙엽처럼 내 마음의 한 자락도 툭 떨어져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 날, 가만히 앉아 이 시집을 읽으면 좋겠다. 춥고 길었던 겨울이 끝자락도 감추어 달아나버리고, 불끈 요동치듯 땅을 흔들며 피어나는 꽃들이 노랗고 하얗게 팝콘처럼 벌어지는 요즘 같은 날 읽어도 좋다.
어떤 시는 처음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지만, 모든 시가 나의 감성과 딱 맞아떨어지진 않는다. 처음에는 잘 모르겠던 시도 어느 날 문득 아주 좋아지기도 한다. 첫눈에 반한 첫사랑처럼, 오랫동안 봐왔던 친구처럼 시와 나의 인연이 만들어진다.
겨울꽃
ㅡ李吉龍 화백의 그림에 부쳐
엉겅퀴여, 겨울이 겨울인 동안
네가 벌판에 서 있어야 한다
바람 속에서 바람을 맞아야 한다
머지않아 천지에 봄이 오리니
엉겅퀴여, 네가 엉겅퀴로 서 있지 않을 때
이 땅에 내가 무엇으로 서 있겠느냐
엉겅퀴여, 나의 목마른 넋이여
겨울이 겨울인 동안
네가 엉겅퀴로 서 있어야 한다 (정희성, '겨울꽃' 전문)
'저문 강에 삽을 씻고'로 유명한 시인 정희성은 ‘겨울꽃'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걸까? 나는 ’겨울꽃‘에 김수영의 '풀'을 겹쳐본다. 벌판의 풀처럼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견디고 서 있는 엉겅퀴가 그려진다.
작품집 속 시인들은 시대와 민중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고 고뇌했다. 시인 송찬호는 '촛불'에서 온몸을 불태워서라도 조그마한 빛이 되고 싶어 했나 보다.
촛불
젊은 날, 그때 내가 제단에 바칠 수 있던 건
오직 그 헐벗음뿐, 어느새 내 팔도 훌륭한 양초로 변해 있었다
나는 무릎을 꿇고 어두운 제단 앞으로 나아갔다
어깨에 뜨겁게 흘러내리는 무거운 촛대를 얹고 (송찬호, ‘촛불’중에서)
처음엔 유머로만 읽혔던 시도 자꾸 읽으면, 다른 의미들이 발견된다. 이 시집에서 유난히 내 눈에 띈 시 한 편이 있었다.
아주 도덕적인 자의 5분
그는 다시 걷는 일에 골몰한다
도덕을 지키기 위하여
멍청한 짐승의 내장을 빠져나오다 몇 명의 여성과 몸이 닿았다 정중하게 사과하고 싶었으나 여성들은 걷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노력하는 모습은 도덕적이다 그는 노력이 부족해 몸을 맞대었고 냄새가 나지 않았을까 걱정하지만, 걱정하는 마음은 비윤리적이다 그것은 멍청한 짐승의 냄새였고 짐승에게는 도덕이 없다 (서효인, '아주 도덕적인 자의 5분'중에서)
‘그’는 극도로 소심하고, 조심하고 있다. 부딪치지 않으려 하고, 냄새가 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는 위축돼 있다. 그는 돈은 없는데, 절약하는 것이 미덕이 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의 손에 들린 전단지 속 맥주가 그를 유혹한다. 그는 전단지를 버리려 하지만, 전단지를 버리는 것도 도덕에 어긋날까봐 또 눈치를 본다.
메를로 퐁티는 ‘이 세계와 우주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에 반영된 현상’이라고 했다. 의식은 몸의 작용이다. 몸에는 우주의 모든 가능성이 담겨있다. 몸이 밀고 나가는 대로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 우리가 담고 있는 세계를 볼 수 있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는 자신의 몸과 언어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작품집이다. 시인은 그렇게 온몸으로 시대의 아픔과 타인의 감성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아픔과 좌절이 나에게도 다가와 몸을 흔들고 가지만, 그 감동을 시인처럼 표현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라는 걸 나는 온몸으로 느낀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나무처럼’님은?
여행과 책으로 삶을 꾸려가고 싶은 사람입니다. 치앙마이 여행 중에 만난 친구는 제 목소리를 솔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작가 김애란은 솔을 까치발을 선 인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는 까치발을 하고서라도 세상을 보고 싶은 높은 담 안에 갇힌 사람입니다. 책은 담 안에 갇혀 있는 내가 밖을 내다볼 수 있게 해주는 디딤돌입니다.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