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8일 오늘의 책
장 자끄 상뻬 | 미메시스 | 2014.03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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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세계적인 삽화가 장 자끄 상뻬를 만든 그의 유년기 불행한 시절 속에서도 스스로 빛났던 한 소년을 만나다 따뜻한 화풍과 재치 있는 유머로 인간의 삶을 경쾌하게 그려내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삽화가 장 자끄 상뻬. 이 책은 그가 회상하는 유년기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들어 볼 수 있는 인터뷰집이다. 따뜻한 화풍으로 유명한 그이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따뜻한 적이 없었다. 그림 속 인물들에게서 얼핏 느낄 수 있는 외로움과 고단함은...
상뻬의 그림은 따뜻하다. 손톱만큼 작은 아이들은 유쾌한 활기로 가득 차 있고, 간략하게 그은 몇 개의 선 안에서 인물의 감정은 수채물감처럼 투명하게 다루어진다. 그래서 쉬이 짐작했다. 아마도 그는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 사람일 거라고. 알고 있는 것, 깊게 경험한 것을 길어 올려 종이 위에 옮겨 놓은 것일 거라고. 그러나 정작 상뻬가 자주 들은 어머니의 말은 이런 것이었다.
“이리 와. 이리 오래도. 내가 네놈 따귀를 한 대 갈기면 이 벽도 네 따귀를 갈길 거야.” (23쪽)
초반부터 터져 나온 지나치게 솔직한 고백에 인터뷰어인 마르크 르카르팡티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을 흐린다. 그러나 상뻬는 단 한 순간도 부모님을 원망한 적이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궁핍한 살림살이에 가족 간의 표현이 다만 모질어졌을 뿐이고, 조숙한 어린아이는 어쩌면 약간의 돈으로 그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며 자랐다는 것이다. 그래도 사랑으로 아들을 감싸 안는 엄마들을 보면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고 하는 걸 보면 그의 유년이 추억은 추억이되 상처에 가까운 그 무엇이 아니었을는지.
그림에 이따금 드리워지던 쓸쓸한 정조는 그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 바다를 보고 서 있거나 그 세계에 남은 유일한 사람처럼 숲 가운데 홀로 있는 인물들. 거대한 나무를 타는 소년과 자기만의 모래성을 견고하게 쌓아올린 뒤 짐짓 그것을 등진 채 수평선을 바라보던 아이들.
아이는 혼자 힘으로 순간을 짊어지고 있다. 세상은 키 큰 나무처럼 속 깊게 그런 아이들을 굽어본다. 그리고 상뻬는 조용히 고통을 삭여온 사람답게 이 모두를 애틋한 눈으로 시야에 가득 담는다. 물기를 흠뻑 머금은 붓으로 자신의 쓸쓸했던 유년과 세상의 다른 모든 유년의 기억 위에 애틋하고 투명한 색들을 덧입혀놓는다. 덧입힌 기억은 어느덧 삶이 권태로워진 어른에게 진실이 정말 무엇인지 던져준다.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것들에 왜곡된 행복의 옷을 입힌다고 나는 확신해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걸요.” (122쪽)
상뻬의 인터뷰는 이 책 중간 지점에서 끝을 맺는다. “이런,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겁니다!” (147쪽) 너무 많은 말을 쏟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성급히 끝나는 그의 마지막 말이다. 그다음부터는 오로지 그의 그림으로 이어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뒷부분에 수록된 그림들을 고즈넉하게 감상하는 시간이 꽤 좋았다. 어긋난 것은 하나도 없고, 뜻밖의 자극에 공격당할 염려 없이 그저 웃고 미소 지으며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들릴 때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문득 상뻬의 그림으로 가득한 방 하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햇볕이 스며드는 방 안 곳곳에 그의 그림을 넣은 작은 액자들을 걸어두고 언제든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개장 시간이 끝난 공원 울타리 너머로 보일 듯 말 듯 멀리 서 있는 친구를 향해 손을 흔드는 아이처럼. 선량함을 제대로 붙잡는 인간으로 살고 싶다고 상상하면서.

오늘의 책을 리뷰한 '바벨의 도서관' 님은?
사서로 일하면서 책과 좀 더 깊게 관계하지 못하는 시간이 아쉬웠습니다. 다른 일을 하는 지금도 저는 여전히 좀 더 큰 의미의 도서관을 떠돌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헤매고 있는 이 곳이 보르헤스가 언급했던 그 ‘바벨의 도서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곳에서 오랫동안 찾던 책을 발견하기를, 그 일로 제게 주어진 인생의 시간을 잘 탕진하고 낭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