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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람들

2021년 4월 27일 오늘의 책

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 창비 | 2021.02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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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상상력과 낯선 분위기로 선사하는 재미 돌아오지 않는 이들의 자리를 마련하며 거기 있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일 「건널목의 말」의 ‘나’는 생활을 위해 말〔言〕을 하고 서울에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말과 추위를 힘들어하는 사람이다. 이런 ‘나’는 ‘말을 묻는’ 상상을 하게 되는데, 삽을 들고 땅을 파서 말을 묻으면, 말들도 흩어질 것이고 추위도 달아날 것이라고 믿는다. “아주 잠깐 이초쯤 회사에 너무 가기 싫어서 눈물이 날 것”(44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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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진실


박솔뫼 소설가의 소설의 공통된 특징은 (내 나름대로) ‘사건의 부재’라 말하고 싶다. 흔히 소설은 (특히 단편 소설은) 발생하면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건’의 발생 직전이나 직후의 상황에 처한 인물들을 그린다. 그러나 박솔뫼 소설가의 소설 속 인물은 ‘사건’과 무관하다. 소설은 마치 릴케의 〈말테의 수기〉 속 주인공처럼 먹고 자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읊조리는 사고의 목소리를 수기로 쓴 것 같다.

 


다만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일상적인 것을 의심하며 불안을 느끼며 실현되지 못한 삶에 대해 생각한다. 이를 문학 평론가 강보원씨는 ‘불안이 역사적이고 구조적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며, 그것이 항상적이라는 것은 내가 혼자 있을 때조차 언제나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라 해석한다. 존재론적 불안 그 자체가 세계와의 연결로 확장될 수 있다는 해설이 흥미롭다.

 

 
〈우리의 사람들〉의 주인공은 매년 12월 31일을 온양관광호텔에서 보내지만 올해는 후지노로 간다. 연극연출가 사쿠라이 다이조의 후지노 집에서 그의 극단 멤버들과 12월 31일을 보낸다. 그러면서도 가지 않은 온양관광호텔에서 누워있는 생각을 하고 친구들이 숲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숲에 간 생각을 한다. 소설을 가만히 따라 읽으면 나조차 의심이 생긴다. 친구들은 정말 숲에 가지 않았나? 붉은 털을 가진 여우를 본 건 사실일까? 이런 궁금증은 소설의 막바지에 가서도 풀리지 않는다. 다만 말한다.

 

 
“숲을 헤매는 사람들은 누군가 숲에 가자고 하였기 때문에 왠지 그것도 그것대로 좋을 것 같아 숲으로 간 것이다. 죽으러 간 것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머릿속의 사람들은 영영 그곳에서 돌아오지 않고 걷고 또 걷고 있었다. 여러 개의 같은 장면들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로 갔는지, 존재하는 지가 아니다. 오히려 실제로 가지 않은 숲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더 자세히 서술하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실제로 숲에 간 게 아닌가 의심하게 만든다. 김형중 문학 평론가는 이를 ‘다른 삶의 가능성’이라 설명한다. 우리의 삶이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음으로 꾸려진 결과라는 말이다. 그런 의미로 세계와의 연결로 확장된다는 해석이 와닿게 된다.

 


“그것이 바로 올해 1월 1일의 일로 내년에는 온양에 있게 될지 아니면 집에 혹은 다른 어느 곳에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 드문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행하지 못한 것들이 결국 나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는 진실. 그 안에서 우리는 비록 일어난 일 가운데서는 모르는 사람들일지라도 일어나지 않은 일 가운데서는 연결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박솔뫼 소설가의 은밀한 메시지는 코로나19로 단절된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게에 은은한 위로를 준다. 그래서 제목이 〈우리의 사람들〉인가 보다.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이 모두 나의 세계를 구성한다면 사람들은 결국 모두 우리의 사람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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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으로 읽는 직업을 가졌고 사적으로 쓰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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