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6일 오늘의 책
이상현 | 효형출판 | 2013.01
분류 : 예술/대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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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건축은 본질적으로 편파적일 수밖에 없는가? ‘길들임’이라는 주제로 파헤친 건축 이면의 사회학적 고찰 대한민국에 건축 열풍이 불고 있다. 그동안 건축은 복잡한 도면, 시멘트와 철골 등의 이미지로서 대중 앞에 쉽게 그 매력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웰빙 열풍과 더불어 시작된 ‘사는 곳’에 대한 관심은 사람들을 건축의 세계로 이끌기 시작했다. 평범하고 답답한 집을 사랑이 피어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주는 [러브하우스] 같은 프로그램부터, ...
우리는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일상의 대부분을 건축과 연관해 생활한다. 건축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의 건축은 인간을 위한 건축과는 다소 거리가 먼 상황이었다. 특히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는 살기 위한 공간으로써의 의미보다는, 투기의 대상 내지는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런데 최근 이런 주거환경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자신들만의 공간을 꾸미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까지 건축은 인간이 생활하는 데 필수적인 주거공간 이상의 의미를 부여받은 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저자는 건축이 사람의 행동이 이루어지는 건물과 도시, 즉 공간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기술로서 본질적으로 편파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속의 사람들을 교묘히 길들이려는 사회학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주장한다. 근래에 생겨난 사회적 움직임에 비추어 경청해 보아야 할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1부 “건축으로 길들이기”에서는 건축이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있는지에 대해 다룬다. 양반집에서는 사랑채와 행랑채, 안채를 구분함으로써, 향교나 서원에서는 계단을 통해서, 궁궐에서는 영역을 나눔으로써 철저하게 신분을 구분했고, 영역 간에 이동하는 동선에 특별한 장치를 두어, 즉 왕에 가까기 다가가는 과정에서 길들이기를 시도하였다. 또한 도시는 공간 구조를 계급 구조와 일치시킴으로써, 수도를 정하는 일에서는 수도에 물적․인적․시스템적 조건을 몰아줌으로써 길들이기를 수행하였다고 한다.
2부 “건축으로 길들여지지 않기”에서는 1부의 주제와 반대로 건축이 인간으로 하여금 어떻게 길들이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집단적 광기로 표출된 나치즘에 대한 혐오와 거부 의지가 표현된 한스 샤로운(Hans Scharoun)의 ‘베를린필하모닉 콘서트홀’, 1992년 LA폭동 이후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순화하고 수많은 민족이 살아가는 로스엔젤레스의 사회 통합을 위해 기존의 건축물을 닮지 않고, 전혀 새로운 건축 형상을 필요로 했던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조선이 한양을 수도로 정할 때부터 고착돼온 세력 관계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로 이루어진 정조의 화성 건설 등은 건축이 어떤 방식으로 기존의 사회적 이념에 맞서고, 새로운 질서를 제시하는 데 건축물이 어떻게 매개가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까지의 책들과 달리 건축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건축은 우리의 일상과 밀착되어 있어 건축을 통한 길들이기를 인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길들이기의 과장이 잘 드러나지 않아 사람의 저항을 또한 받지 않는다. 인지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 공간이 제공하는 여러 가지 기능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개인으로서는 자신의 생활공간을 대체할 수도 없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한번 길들여지면 길들여진 방식 이외에 다른 방식은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사고방식은 오히려 더 강화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건축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건축은 새로운 질서를 담아내는 건축물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질서가 가능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이제부터라도 건축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담론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책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반디달덩이’님은?
원래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직에 몸답고 있다가 결혼과 함께 전업주부로 턴하면서 주로 인문서와 예술서,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 관련 서적들을 관심있게 읽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