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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벤 길마

2020년 8월 24일 오늘의 책

하벤 길마

하벤 길마 | 알파미디어 | 2020.07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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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하벤 길마는 에리트레아의 환상적인 도시인 아스마라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며 성장했다. 그곳에서 하벤 길마는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황소와 맞서며 용기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또한 에리트레아가 30여 년에 걸쳐 에티오피아에 대항하여 독립 전쟁을 치르는 동안 부모님이 고난과 좌절의 시절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하나하나 귀담아들으며 자신이 부모님에게서 역경을 헤쳐 나가는 힘과 자긍심을 물려받았다는 사실도 깨닫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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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은 자기 내면에서 나온다

 

전신의 반절 이상에 3도 화상을 입고, 14번에 걸친 수술을 받았던 이지선 작가는 한국에서는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을 견딜 수 없어 항상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유학을 갔던 미국에서는 아무도 자신의 무너진 얼굴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 그래서 우리나라도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사회 복지에 대해 공부했다고 말이다. 물론 미국은 차별이 심한 나라이기도 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문화 개방성도 높은 나라다. 『하벨 길마』라는 책을 읽고 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낯설게 느껴지는 이름인 ‘하벤 길마’는 에리트레아의 언어인 티그리냐어로 “자긍심”이라고 한다.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나라의 자긍심을 중복장애인인 딸에게 심어준 것이다. 그의 부모님은 딸이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집안일에 소홀하거나 도전이나 용기를 잃지 않도록 키웠다. 때로는 딸이 조금 걱정될 때도 있었지만 자기 힘으로 독립하려는 딸을 끝까지 막지는 않았다. 그 덕에 하벤 길마는 눈도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는 중복장애인이었지만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찾아 한 발, 한 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 부류의 사람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사회는 편협한 시각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사회이지요. 그런 사회에서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소외되고 있어요.” _13쪽

 

책의 앞부분, 하벤 길마의 어린 시절을 읽다 보면 많은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이 사람에게는 참 많은 운이 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는 장애 학생들을 돕는 선생님이 곁에 있었고 장애인을 위한 각종 센터와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 집에서도 그녀를 도왔다. 얼핏 사회와 가정의 완벽한 도움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하벤 길마에게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으니 자신만의 세상에 갇히기 쉬웠고, 비장애인에겐 손쉬울 일도 많은 생각과 걱정을 거쳐 용기를 내야만 가능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그런 순간이 닥칠 때마다 자신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 잘 묘사되어 있다.

 

“자신감은 자기 내면에서 나온다는 말. 안내견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지팡이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배나 비행기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자신감은 자기 내면에서 나온다.” _190쪽

 

하벤 길마의 진정한 도전은 대학 입학 후에 나온다. 진정한 독립을 한 후 만나는 많은 사람을 통해, 아직까지 중복장애인을 받아보지 않았던 각종 사회단체 안에서 하벤 길마는 많은 편견과 오해를 받는다. 그럼에도 그녀는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독자는 그제서야 하벤이 걸어온 길이 그저 운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다시금 우리나라를 생각지 않을 수가 없다. 내게 장애가 없어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기 얼마나 힘들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그분들의 고통과 불편은 내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시각장애 거지의 이미지가 깊게 박혀 있어 시각장애인도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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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월간 서평 이벤트 “7월의 리뷰어”에서 ‘참 좋은 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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